[신기용 칼럼] 장자(莊子)의 나무

신기용

장자의 우화에 나오는 오래 산 커다란 참죽나무(大椿樹)가 있다. 이 나무의 한 살은 1만 6천 년이었다. 그 그늘에 사람들이 쉬어 갔다. 사람에게 쓰임이 없어 오래 살아남아 큰 그늘을 만들었다는 우화이다. 쓰임이 없어 살아남았지만, 그 그늘은 쓰임이 있다는 비유이다.

 

장자의 우화에 나오는 대춘수(大椿樹)는 오래 산 커다란 참죽나무이다. 장자는 “계수나무는 먹을 수 있으므로 베어지고, 옻나무는 쓸 수 있으므로 껍질이 벗겨진다. 사람들은 모두 유용의 쓰임은 알지만, 무용의 쓰임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라며 ‘유용의 쓰임’과 ‘무용의 쓰임’을 비유했다. 장자는 유용과 무용을 상대적인 것이라 여겼다. 쓰임이 없어 살아남은 장자의 나무 그늘처럼 ‘무용의 쓰임’을 시에 장치한다면 훌륭한 창조적 상상력으로 작용할 것이다. 두 편의 우화를 이어서 간략히 읽어 본다.

 

장석(匠石)이 제나라로 가다가 곡원(曲轅)에 이르러 그곳 사당 앞에 서 있는 가죽나무를 보았다. 그 나무의 크기는 수천의 소를 가리울 만하고, 재어 보니 백 아름이나 되며, 그 높이는 산을 굽어볼 정도이고, 열 길이나 올라가야 가지가 있으며 배를 만들 수 있는 정도의 나뭇가지도 여남은 개나 되었다. 때마침 구경꾼들이 장을 이루고 있었다. 그러나 장석은 돌아다보지도 않고 자꾸 가기만 했다. 그의 제자들은 실컷 구경을 하고 나서 장석을 뒤쫓아 달려가 물었다.

 

“저희가 도끼를 잡고서 선생님을 따른 후로 여지껏 이렇게 좋은 재목을 보지 못했는데, 선생님은 보시지도 않고 자꾸 가기만 하시니 어째서입니까?”

 

“그만두어라. 더 말하지 말라. 그것은 쓸 데도 없는 나무다.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을 것이고, 그것으로 관을 만들면 쉬 썩을 것이며, 그것으로 그릇을 만들면 속히 깨질 것이고, 그것으로 문을 만들면 진이 흐를 것이며, 그것으로 기둥을 만들면 좀이 먹을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재목이 될 수 없는 나무로서 아무 쓸데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수명이 긴 것이란다.”

 

(……)

 

남백자기(南伯子綦)가 상구(商丘) 지방을 유람할 때 큰 나무를 보았다. 그 나무는 보통 나무와 달라 그 나무의 그늘 속에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수레 천 대를 숨길 만했다. 그래서 남백자기는 말했다.

 

“이것이 무슨 나무인가? 이것은 반드시 특이한 재목이 되겠다.”

 

그는 이렇게 말하면서 그 나뭇가지를 우러러보았다. 그러나 그 가지는 꾸불꾸불해서 도리나 대들보로도 쓸 수가 없고, 또 그 밑동을 보니 뒤틀리고 속이 비어 관(棺)도 만들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잎을 따서 씹어 보니 입안이 부르터 상처가 나고, 냄새를 맡으니 3일 동안이나 취해서 깨어나지 못했다. 

 

“이것은 과연 쓸모가 없는 나무로구나. 그래서 이렇게까지 자랐구나. 아, 저 신인(神人)들도 이 나무처럼 쓸모가 없었기에 천명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로구나.”

 

-『장자』, 「내편」 중 ‘인간세’, 이석호 역

 

인용문처럼 인간도 무용(無用)의 쓰임처럼 처세할 필요가 있다. 재능이 뛰어나면 시기 질투 때문에 천수를 누리지 못할 수 있다. 지혜롭게 처신하여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저 신인(神人)들도 이 나무처럼 쓸모가 없었기에 천명을 즐길 수가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신(神)은 비현실적이고 초월적인 쓸모는 있지만, 현실적 쓸모가 없다는 말일 것이다. 인간의 현실 세계에서 별 쓸모가 없어 천명을 누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이는 현실 세계에 쓸모없는 초월적 신에 대한 비판이기도 하다.

 

‘그늘나무’의 사전적 의미는 ‘정자나무’와 동의어이다. 나아가 ‘정자나무’를 접할 때 ‘장자(莊子)의 나무’가 떠오를 것이다. 그 그늘의 쓰임 때문이다. 장자의 계수나무와 옻나무의 비유처럼 ‘유용의 쓰임’과 ‘무용의 쓰임’을 비유해 보면, 삶을 조탁할 수 있음과 동시에 창조적 상상력이 폭발할 것이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9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04.09 10:31 수정 2025.04.09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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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