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석근 칼럼] 혼음의 거리

고석근

 태양이 덩굴손을 뻗어

 내 핏속에 담그고

 미친 듯 장미꽃을 토하게 한다

 꺼져라, 꺼져라, 소멸의 시간이여

 

 이 무슨 야릇한 냄새

 나, 기진한 흰 동공을 돌려

 향내 나는 혼음의 거리를 본다.

 

 - 황인숙, <태양의 유혹> 부분 

 

 

우리는 모두 태양의 후손이다. 삼라만상은 태양의 무한한 에너지 그 자체다. 신화에서는 인도 시바 신의 춤으로 비유한다. 태양의 에너지는 인간에게서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프로이트가 말하는 리비도, 성본능(性本能)으로 나타난다.  

 

칼 융은 리비도를 성적 본능만이 아닌 모든 본능의 에너지라는 뜻으로 썼다. 그러니까 우리의 성적 충동은 곧 생(生)의 충동인 것이다.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항상 태양과 함께 살았다. 

 

‘태양과 함께 일어나 기도하라. 기도는 혼자서 하고 자주 하라. 네가 말하기만 하면 위대한 정령이 들으실 것이다.’ 

 

‘태양과 함께 일어나고 태양과 함께 잠들라. 삶의 여행을 즐겨라. 하지만 발자취를 남기지 말라.’ 

 

시인은 이 시대의 사제(司祭)다. 태양신을 영접한다. 그리고는 혼음(混淫)의 거리를 본다. 리비도가 충만한 거리, 시간은 소멸한다. 천지자연은 생명의 영원한 춤이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

 

작성 2025.04.10 10:40 수정 2025.04.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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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