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용 칼럼] 장자(莊子)의 나비 꿈

신기용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 즉 ‘장자의 나비 꿈’은 『장자(莊子)』의 「제물론(齊物論)」 마지막 장에 나온다. 장자(장주)를 주체로 하여 일인칭 시점으로 함축해서 말하면, 장자는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모르겠다.”라며 자기와 나비의 일체를 말하였다. 즉, 물아일체를 말했다. 

 

‘장자의 호접지몽’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나비가 된 꿈. 장자(莊子)가 나비가 되어 날아다닌 꿈이라는 뜻으로, 물아일체의 경지, 또는 인생의 무상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다. 그리고 장주(莊周,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펄펄 나는 것이 확실히 나비였다. 스스로 유쾌하여 자기가 장주인 것을 몰랐다. 

 

그러나 얼마 후 문득 꿈에서 깨어 보니 자기는 틀림없이 장주였다. 장주가 나비 된 꿈을 꾼 것인지, 아니면 나비가 장주가 된 꿈을 꾼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장주와 나비는 분명히 구분이 있을 것이니, 이를 일러 만물의 변화라고 하는 것이다. 

 

‘장자의 호접지몽’에서 장자와 나비는 분명 별개의 사물이다. 물아의 구별이 없는 만물 일체의 절대 경지에서 보면, 장자도 나비도 꿈도 현실도 구분이 없다. 다만 만물의 변화만 있을 뿐이다. 이로부터 유래하여 ‘호접지몽’은 피아(彼我)의 구별을 잊는 것, 또는 물아일체의 경지를 비유할 때 사용해 왔다. 오늘날 덧없는 인생을 비유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이를 인용한 옛시조가 있다. 조선의 문인들은 시조에 고사를 인용하는 인유법을 흔히 사용했다. 조선 영조 때 이정보(1693 ~ 1766, 학자, 문인)의 시조를 읽어 본다.

 

장주(莊周)는 호접(蝴蝶)이 되고 호접(蝴蝶)은 장주(莊周) 되니

호접(蝴蝶)이 장주(莊周)런지 장주(莊周) 아녀 호접(蝴蝶)이런지

즉금(卽今)에 칠원수(漆園叟)가 없으니 물을 데 몰라 하노라.

 

-이정보, 「장주는 호접이 되고」 전문

 

이정보는 초장과 중장에 장자의 ‘호접지몽(胡蝶之夢)’을 인용하였다. 종장의 칠원수(漆園叟)란, 장자가 주나라 칠원(漆園)에서 오래 머물렀다. ‘칠원의 늙은이[叟]’라는 의미이다. 곧 장자를 일컫는 말이다. 지금은 장자가 죽고 없으니 물을 곳을 몰라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표출한 시조이다.

 

오늘날 시조 작법으로 보면, 모방 시조 혹은 치열성을 상실한 시조로 읽힐 수밖에 없다. 옛시조의 특성상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 장자의 ‘호접지몽’ 이야기를 이해하기에 안성맞춤 시조임이 분명하다.

 

여기서 ‘장자의 호접지몽’을 역설 측면에서 보면, 현실과 문명의 모순을 폭로하고 그 반대인 자연 상태의 자유로운 삶을 부각한다. 그 역설은 문명의 모순을 폭로한다. 그 모순의 반대편 혼돈에서 벗어나 자연을 이상화한다. 장자의 역설에 대해 기존의 상식과 가치를 전복하는 자유로운 사유의 서성거림으로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나비의 날갯짓과 자유로움에 주목해 보면, 가스통 바슐라르의 네 원소론 중에 공기적 상상력과 일맥상통함을 읽을 수 있다.

 

 

[신기용]

문학 박사.

도서출판 이바구, 계간 『문예창작』 발행인. 

대구과학대학교 겸임조교수, 가야대학교 강사.

저서 : 평론집 9권, 이론서 2권, 연구서 2권, 시집 5권,

동시집 2권, 산문집 2권, 동화책 1권, 시조집 1권 등

이메일 shin1004a@hanmail.net

 

작성 2025.04.16 10:07 수정 2025.04.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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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