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프리드리히 실러의 희곡 ‘빌헬름 텔’에서 배우는 교훈

민병식

프리드리히 실러(1759-1805)는 독일 서남부 뷔르템부르크 공국 출신으로 당시 영주였던 오이겐 공작의 강권으로 법학을 전공하였고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셰익스피어의 오델로 등을 읽고 첫 작품 ‘군도’를 썼는데 이 작품이 반 전제적이고 반 군주적이어서 오이겐 공작의 노여움을 샀고 결국 다른 영지로 탈출하여 가명을 쓰고 살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던 중 1794년 괴테를 실제로 만나 교류하면서 독일 고전주의 문학 양식을 확립했고 괴테가 있는 바이마르에 살면서 작가 및 잡지 편집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다가 결핵으로 사망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윌리엄 텔이 빌헬름 텔의 영어식 발음으로 이 빌헬름 텔은 실존 인물이 아닌 스위스지역에서 설화로 전해지고 있는 전설의 석궁 명인이라고 한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1775년과 1795년 사이에 스위스를 여행하면서 윌리엄 텔의 전설을 듣게 되었고 이 아이디어를 친구인 프리드리히 실러에게 주고 실러는 이를 바탕으로 희곡 ‘빌헬름 텔’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작품의 배경은 13세기 중세이다.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의 지배하에 있던 스위스를 배경으로, 스위스의 사냥꾼 빌헬름 텔이 잔인한 영주인 헤르만 게슬러의 음모를 이겨내고 복수하는 이야기와 스위스 귀족 루덴트와 오스트리아 게슬러의 조카인 여 귀족 베르타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합쳐지면서, 스위스가 합스부르크 가문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스위스가 오스트리아 속국 시절, 오스트리아는 스위스의 지배를 강화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잔인하기로 유명한 영주 들을 스위스로 보내 다스리게 했다. 그중 우리 주의 알트도르프 마을을 다스리는 헤르만 게슬러는 악랄하기로 유명했는데 광장에 있던 보리수 밑에 장대를 꽂은 후 자신의 모자를 걸어놓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자에 절을 하도록 강요했다. 마을 외딴 곳에는 활쏘기의 명수였던 사냥꾼 윌리엄 텔이 아내,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장남 발터와 고기와 가죽을 팔아 식료품을 사기 위해 마을에 갔으나 광장에서 모자에 절을 해야 하는 것을 모르고 절을 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게슬러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1307년 11월 18일 게슬러는 텔에게 아들의 머리 위에 사과를 놓고 80보 앞에서 활로 쏘아 맞히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는 아들의 머리 위에 올려 있던 사과를 화살로 쏴서 명중시켰지만 실패했을 경우 게슬러를 쏘기 위해 숨겨놓았던 화살이 발각되면서 체포되고 만다. 게슬러의 명령으로 체포된 텔은 수용소로 압송되면서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던 도중에 폭풍을 만난다. 부하들의 요청으로 결국 게슬러는 배를 다루는데 능숙한 그를 풀어주며 배를 몰게 하였고 텔은 몰래 육지로 탈출하여 게슬러를 화살로 사살한다.

 

이는 게슬러의 최후임과 동시에 스위스 독립 혁명의 서막이었고 게슬러는 죽었지만 아직도 합스부르크 왕가의 입김은 거셌다. 한편, 게슬러의 조카딸 베르타는 루덴트란 젊은 스위스인 귀족 청년과 연인 사이였고 아름답고 마음씨 착한 아가씨였다. 베르타는 삼촌인 게슬러의 잔인한 성격을 경멸하고, 스위스 독립을 지지하는 반 합스부르크파 소속으로 합스부르크가의 병사들에게 잡혀가고 농민들은 오스트리아에서 온 영주들의 폭정에 반항하여 스위스 귀족 루덴트와 함께 봉기를 일으키고, 오스트리아에서는 황제가 조카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다. 결국 스위스는 합스부르크 왕가를 물리치고 독립에 성공한다.

 

베르타와 루덴트는 결혼하였고 텔 가족은 변함없이 평범한 삶을 살다가, 알브레히트 1세를 암살한 슈바벤 공작이 도피 중 우연히 텔의 집에 들르게 되고, 텔이 슈바벤 공작에게 로마로 가서 교황께 속죄하고 수도자가 되길 권하며 배웅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작품은 압제자의 폭정에 맞선 빌헬름 텔을 중심으로 스위스 민중의 자유와 민주를 이야기하고 있으나 크게 보면 세상의 모든 국가는 국가와 국가의 사이이든 한 국가와 국가에 속해있는 국민이든 그 시대의 황제나 영주부터 현 시대의 모든 위정자까지 힘과 폭력으로 민중을 다스릴 수 없다는 것과 제국주의와 식민지 정책, 독재 정치 등을 비판하고 있다. 

 

아주 먼 옛날부터 중국, 일본, 서양 국가 등 외세의 침략에 시달리며 역사를 이어온 우리나라, 오천 년 역사의 대한민국은 아직도 좌우, 보수, 진보의 허울을 쓰고 양쪽으로 나뉘어 싸우고 있다. 점점 어려워지는 국제환경 속에서 에너지 위기, 경제 불안 등 국민들은 먹고사는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는 지금, 제발 당파싸움에 여념 없는 정치인들 정신 좀 차리자.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4.16 10:47 수정 2025.04.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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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