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배 칼럼] ‘부끄러운’ 자살 공화국

이윤배

"자살", 그 단어를 거꾸로 하면 "살자"가 된다. 이 간단한 문자 배열은 우리에게 삶을 지속해야 하는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인간은 본래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지고 있으며, 문명이 발달하고 문화가 발전할수록 더욱 행복을 추구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지난해 10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2023년 자살사망자 수는 13,978명으로, 2022년보다 1,072명 증가(8.3%)하였다. 자살 사망률(인구10만 명당)은 27.3명으로 2022년 대비 8.5% 증가(′22년 25.2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하루 평균 35명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 

 

얼마 전 장제원 전 의원이 대학 부총장 시절 비서 성폭행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며, 배우 김새론을 비롯한 여러 K팝 스타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연예계의 경우, 극심한 경쟁과 대중의 비판이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는 한국 연예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들의 정신 건강에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같은 자살 문제는 단순히 연예계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과제라고 할 수 있다.

 

목숨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하고 고귀한 것으로, 자신은 물론 그 누구도 함부로 해(害)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옳은지 묻고 싶을 뿐이다.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을 통해 자신은 죽으면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남은 가족이나 지인들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또 다른 상처만을 남겨 주는 일일 뿐이다. 그리고 자살한다고 해서 이미 벌어진 일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 속에 묻힐 뿐이다.

 

자살을 선택하는 사람들의 주요 동기를 보면 스트레스, 경제적 부담, 과도한 경쟁, 알코올 중독, 불면증 등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코로나 19 이후 여성 자살률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노인 자살률은 심각한 수준이다. 2023년 기준, 노인 자살률은 55.5명으로 전체 평균의 2.2배에 달하고 남성 자살률(38.4명)이 여성(16.1명)보다 2.4배 높다. 이는 사회적 안전망 부족과 정신 건강 관리의 미흡함을 반영하는 것이다.

 

일본은 자살 예방을 위한 체계적인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특히 지역 수준에서 실천적 대책을 강화하고, 정신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체제 또한 갖추고 있다. 아울러 사회 전체의 자살 위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어린이, 청소년, 노동자 대상의 자살 예방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의 자살 예방 예산은 2021년 기준 8300억 원으로, 한국의 450억 원과 비교하면 약 20배나 된다. 이는 한국이 자살 예방에 대한 투자와 정책적 노력이 부족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그런데 우리 사회적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는 한 그 어떤 자살 대책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더 늦기 전에 자살 문제를 개인의 고통이 아닌, 공동체의 책임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 지자체, 유관단체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자살 예방을 위한 충분한 예산확보와 각급 학교에서 정기적으로 자살 예방 교육을 시행하고, TV, 신문 등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 자살 예방을 위한 캠페인도 병행해야 한다. 

 

정부와 지역사회 차원에서 정신 건강 상담 서비스와 핫라인을 운영하여 자살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정신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영화, 드라마, 소설 등에서 자살을 미화하거나 극적인 요소로 활용하는 일도 자제해야 하며 자살을 소재로 다룰 때는 예방적인 메시지도 함께 전달해야 한다. 자살 역시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되거나 미화되어서는 안 된다. 자살은 산자를 모독하는 이기주의의 극치인 까닭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선가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마크 트웨인은 “우리가 죽었을 때 장의사도 애도할만한 그런 인생을 살자”라고 말했다. 삶은 한 번뿐이며, 어떻게 살아가는지가 중요하다. 이런 까닭에 자살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 함께 노력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삶의 가치는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해나가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

 

작성 2025.04.21 10:54 수정 2025.04.21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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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