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흥렬 칼럼] 교양인이 되고 싶다면

곽흥렬

인간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갖추어야 할 덕목에 여러 가지가 있겠다. 이를테면 부모에 대한 효도며 어른에 대한 공경이며 가족 간의 화목, 이웃과의 사랑, 벗과의 신의 따위이다. 교양도 그 가운데 하나인가 한다.

 

‘나는 교양인인가?’ 

 

사람의 성정이 제각각이어서, 이 물음에 대한 대답도 당연히 사람마다 다를 것 같다. 어떤 이는 그다지 교양이 없으면서도 그렇다고 오만을 떨 것이고, 어떤 이는 상당한 교양을 지녔으면서도 그렇지 않다고 겸양해 할지 모르겠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는 판단은 일단 미루어 두기로 하자. 어차피 사람이란 누구 없이 제멋에 사는 존재이고, 또한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어디까지나 각 개인의 자유이므로.

 

나름대로 교양인의 판별 기준을 제시한 학자가 있어 눈길을 끈다. 독일의 문명비평가인 디트리히 슈바니츠는, 교양인으로서 알아서는 아니 되는 것으로 다음의 네 가지를 제시한다. 곧, 황실에 관한 소문과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통속 잡지의 내용 그리고 스포츠 관련 기사가 바로 그것이다. 

 

우리 가운데는 이런 것들 빼고 세상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투덜거리며 반문을 해 올 분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곰곰이 헤아려 보면 퍽 일리 있는 주장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현대인들이 오늘날처럼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혼돈 속을 헤매는 시대가 또 있었던가. 우울증이며 정신 분열 같은 마음의 병을 앓는 사람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그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의 숫자가 날이 갈수록 급증하고 있다. 물론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에서 기인하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앞서 예로 든 그런 것들에 대한 지나친 경도傾倒도 한몫 거들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거두지 못하겠다. 

 

맨 먼저 언급한, 황실에 관한 문제는 그들과 문화적 배경이 달라 세세히 모르겠으되, 텔레비전이며 통속 잡지가 불러오는 폐해의 심각성이야 이미 너무도 잘 알려져 있는 사실 아닌가. 텔레비전이라는 것이, 시청률을 올려야 살아남는 그 본질적 속성상 늘 불륜을 미화하고 폭력을 정당화한다는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통속 잡지는 또 어떤가. 노상 연예인들의 오만 시시콜콜한 사생활을 한갓 흥미 위주로만 다루어, 아무것도 아닌 것을 마치 아무것인 양 그럴싸하게 포장해 놓는 세상의 독소라는 사실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못하리라. 

 

스포츠가 교양인의 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의아한 생각을 가질 분이 적지 않을 줄 안다. 물론 스트레스 해소라는 순기능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속성상 어제의 것이 오늘의 것과 별반 다르지 않고 오늘의 것이 내일의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게 스포츠이고 보면, 지나치게 거기 매달리다가는 결국 머릿속에 아무것도 든 것이 없는 백치가 되기 딱 십상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했다. 참으로 그런 것 같다. 이 말이야말로 시대를 초월하여 영원한 가치를 지닌 명언이라는 생각이다. 하기에, 교양인이 되고 싶다면 부지런히 책을 읽어야 할 줄로 믿는다. 텔레비전 앞에 눌러앉고 통속 잡지에 눈을 빼앗기고 스포츠에 빠져들 그런 시간에 좋은 책 한 권, 좋은 글 한 줄이라도 가까이한다면, 마음의 양식을 쌓고 세상을 살아갈 지혜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교양이 진중한 삶의 자세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온갖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판을 치는 요즈음 같은 세상에서 그 삶의 진중함이 새삼 그리워진다.

 

 

[곽흥렬]

1991년 《수필문학》, 1999년《대구문학》으로 등단

수필집 『우시장의 오후』를 비롯하여 총 12권 펴냄

교원문학상, 중봉 조헌문학상, 성호문학상, 

흑구문학상,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등을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 받음

제4회 코스미안상 대상 수상

김규련수필문학상

이메일 kwak-pogok@hanmail.net

 

작성 2025.04.22 10:17 수정 2025.04.22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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