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시인’ 안영선 네 번째 동시집
어디선가 누군가에 귀찮은 일 무찔러 주는 대신맨!
1. 출판사 서평
『대신맨』은 초등학교 교사로 평생을 몸 바쳐 일해온 안영선 시인의 네 번째 동시집입니다. 첫 번째 동시집 『잠시를 못 참고』를 낸 후, 그 동안 ‘독도 시인’이라 불리면서 독도 알리기에 앞장서 왔습니다. 지금도 쉬지 않고 ‘독도 알림이’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습니다. 거기다 두 번째, 세 번째 동시집은 아예 독도가 주인공인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독도는 우리가 지키고 있어요』를 낸 바 있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동시집 『대신맨』에는 아이들과 동심으로 함께 살아온 천진함과 활달함이 묻어나는 시편들이 가득합니다. 또한, 오랜 교직 생활을 통해 몸속 깊이 새겨진 봉사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시인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가 / 나를 위하는 하루보다 / 남을 위할 수 있는 / 하루였으면 좋겠습니다.
(머리말 일부)
시인은 그동안 살면서 받았던 고마움들을 봉사활동을 통해서 모두 갚아나가길 바랍니다. 오늘도 길을 나서는 안영선 시인의 가방 안에는 나눠줄 책, 읽어줄 책, 돋보기안경, 우산, 과자봉지가 들어 있을 거예요. 쿵덕쿵덕 미끄럼을 타면서 말이죠.
기린이
밥을 먹으면
밥이
미끄럼을 탈거야
긴
미
끄
럼
틀
꿀떡
밥이
엉덩이 아프겠다.
긴
미
끄
럼
틀
쿵덕.
「기린」전문
밥이 아이고 아이가 밥입니다. 기린은 미끄럼틀이 되고 미끄럼틀은 기린이 됩니다. 밥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갑니다. 깔깔거리며 쿵덕쿵덕 엉덩방아를 찧으면서 말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아이들의 밥을 대하는 눈빛이 달라질 듯합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밥 먹는 시간이 몇 배 더 즐거워질 듯합니다.
「실패박물관」에서는 실패 같은 건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교훈적인 말을 특별한 장소적 소재를 통해 쉽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쫄면은 냉면의 실패작”이고 “포스트잇은 강력 풀의 실패작”이니까 실패작이 실패로 끝나지 않는 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는 희망의 또 다른 이름임을 알려줍니다.
시인은 또, 아이들의 고단함을 대신해 줄 「대신맨」을 만들어 냅니다. 힘들고 귀찮은 일을 대신해 줬으면 하는 아이들의 하소연을 빨간 팬티에 빨간 망토를 한 유머러스한 대신맨을 등장시킵니다. 아이들 마음속을 꿰뚫어 보는 시인의 천진하면서도 장난꾸러기 같은 마음입니다.
날 대신해 주는 사람 / 하나 있으면 좋겠다. // 학원은 네가 / 맛없는 반찬도 네가 / 심부름도 네가 / 싫어하는 일 / 대신해 주는 대신맨! // 낮잠 실컷 자기 / 실컷 놀기 / 칭찬 받기 / 좋아하는 반찬 먹기..... / 이런 건 내가 // 말만하면 / 다 해 주는 / 대신맨 있으면 / 참 좋겠다. 「대신맨」 전문
동심의 눈은 얼마나 밝은지 모릅니다. 아까부터 낮은 담 하나를 넘으려고 애쓰는 작은 민들레 씨앗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보고 있습니다. 결국 아기는 작은 민들레 씨앗이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도록 작은 손바닥을 빌려줍니다. 그러곤 가던 길을 무심하게 걸어가겠지요.
아까부터 / 담을 넘으려는 / 민들레 씨앗 하나 // 어른들 그냥 가는데 // 엉덩이 / 살짝 들어 / 넘겨주고 가는 / 아기 손바닥 「아기 손바닥」전문
그 아기가 사는 「그 집」에는 깔끔하고 알뜰살뜰한 할머니가 살고 계십니다. 가끔 시켜 드시는 동네 중국집에서도 알아주는 집이지요. 덩달아 그 집에 사는 아기는 반듯한 어린이로 자라납니다. 물론 못 말리는 개구쟁이지만요.
우리 할머니 / 짜장면 다 먹고 / 조금 남은 짜장에 / 밥 비벼 드신다. // 그릇은 깨끗이 씻어 /비닐봉지로 꼭 묶어 / 대문 앞에 내놓는다. // 짜장면 주문하려고 / 전화했더니 대번에 / 그릇 씻어서 내놓는 / 그 집 맞지요 한다. 「그 집」 전문
특히 『대신맨』은 시인의 손주들-현재 초등학교 1학년, 3학년, 5학년, 6학년-의 그림으로 한가득 채워진 동시집입니다. 때로는 할아버지의 인자한 목소리로 어떨 때는 학교에 계시는 선생님의 가르침으로 가끔은 아이들의 눈높이로 깔깔거리며 장난치는 시인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보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 저자 소개
안영선 시인은 경북 의성 낙단보 마을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동문학평론, 농민문학, 문학공간 신인상을 받으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 공무원문예대전 최우수상과 교원문학상, 해양문학상 등을 받았습니다. 교직에서 정년퇴직한 뒤에는 인생멘토, 재능기부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지은 책으로는 『잠시를 못 참고』 『독도야 우리가 지켜 줄게』 『독도는 우리가 지키고 있어요』 등이 있습니다.
3. 목차
머리말/오늘 하루도
1부 실패 박물관
기린
이사 간 자리
매의 눈
대신맨
실패 박물관
비상금의 하루
이모티콘
산길들길
양심선언
몽돌
매미옷
덧니
대구 사과
분수의 말
어린이날 소원
배추벌레의 인증
2부 봄볕은 씨앗 하나도
아기 손바닥
봄볕은 씨앗 하나도
천 년 웃음
담장
두레상
그 집
주인공
나비야
동박새
큰개불알풀꽃
나 너 우리
운주사 와불
논두렁 밭두렁
고 맛있는 걸
주말농장
3부 해의 팔 해의 손
돋보기안경
할아버지 의자
꽃이 피면 뭘 합니까?
우리 식구 다 죽는다
할머니 냄새
엄마의 걱정
헛기침하는 마음
이등변 삼각형
아버지 발자국
아버지 오토바이
신문지 의자
피자 한 판
해의 팔 해의 손
족보
4부 땡그랑 자전거
수연이
학교 하나
가을 나무
물장군
엄마가 되고 싶다
땡그랑 자전거
손 편지
시골마을
종일 짠한 날
산밤과 다람쥐
곶감
눈사람
강
1월이 오면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