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식 칼럼] 정세랑의 '섬의 애슐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 인간의 폭력성 비판

민병식

정세랑(1984 ~ )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2010년 ‘판타스틱’에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 산문집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 등이 있다.

 

섬에 살고 있는 애슐리는 섬에 살고 있는 아버지와 본토에서 온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애슐리를 낳고 2년 후 가족들에게 이끌려 본토로 돌아가고 아버지는 재혼하여 동생 셰인을 낳는다. 애슐리는 유람선에서 섬의 민속춤 추는 일을 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수려한 외모를 가진 애슐리에게 섬을 왜 떠나지 않느냐고 묻고 애슐리는 섬을 너무 사랑해서 떠나지 못한다고 의례적인 대답을 한다. 애슐리는 섬사람이지만 어머니의 영향으로 수려한 본토의 외모를 갖고 있고 이는 섬에서도 잘 어울리지 못하는 이방인의 삶을 살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본토 한복판에 소행성이 떨어진다고 해서 노후 우주 셔틀(미리엄호)에 소형 탄두를 실어 예상 궤도에서 미리 충돌을 시킨다는 계획을 실행하는데, 날아가던 미리엄호가 가다가 떨어지고 우주항공센터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화생방 방어 사령부와 산하 연구단지에 추락하는데 그곳의 생화학 무기들이 있었다. 그 때문에 본토의 수많은 사람들이 죽고 살아남은 이들은 황급히 살 곳을 찾아 '섬'으로 오게 된다. 

 

결국 섬은 포화상태가 되고 결국 모두를 수용할 수 없어 그들을 애슐리가 일하던 유람선에 머물게 하고 도움을 준다. 애슐리는 난민들을 도와 식수를 배급하는 일들을 하는데 어느 날 꾀죄죄한 꼬마 여자애를 만나게 되어 그 아이를 씻기는 장면이 외신기자 리에 의해 사진으로 찍히게 되면서 그때부터 애슐리는 섬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된다.

 

그 일을 시작으로 애슐리의 행보 하나하나가 기사화되고 그런 애슐리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섬의 리더 격으로 핵심 청년인 아투가 대표적이다. 어느날 아투가 갑작스럽게 애슐리에게 다가와 청혼하고 애슐리는 그가 자신을 진실로 사랑하는지는 알수 없으면서도 거부할 틈 없이 받아들인다. 아투는 섬의 염전을 메워 도시 사람들에게 양보했는데 그 결정에 섬 주민들이 비난하고 본토가 어느 정도 회복이 되자 본토 사람들은 다시 본토로 돌아가려 한다. 

 

섬은 본토 사람들의 이민이 무산되면 일생일대의 발전의 기회를 놓치는 것이다. 그러자 위기감을 느낀 아투는 애슐리를 불탄 배에 가두어 없앤 후 세상으로부터 동정을 받고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비련의 사내가 되기 위한 계략을 세우고 애슐리를 배에 묶어두고 떠난다. 다행히 애슐리는 그 뒤를 따라온 리에 의해 구출되어 리의 나라로 간다. 진실을 밝히자는 리의 제안에도 아투의 죄를 폭로하기 보다는 섬을 떠나 조용히 숨어 사는 걸 택한다. 그리고 아투의 사망 후 다시 섬으로 돌아간다.

 

​책의 내용 중에 앞서가는 거북이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거북은 한 마리가 앞서 가면 그 뒤의 다른 거북들은 그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라간다. 애슐리는 자신이 의도하지 않던 바로 맨 앞에선 거북이의 삶을 살았던 것이다. 리를 통해 보이는 애슐리의 모습은 왜곡되었다. 바로, 보고 싶은 것만 보려고 하는 대중의 입맛에 맞게 조작된 이미지의 힘이다. 애슐리는 그냥 섬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아가씨였다. 아이를 씻기며 흘린 땀을 눈물로 바꾼 외신기자 리,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섬의 발전을 빙자해 자신의 욕망을 위해 결혼하고 희생시키려한 아투,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듯 타인을 이용해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본토와 섬은 우리의 현실로 비추어 보면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겠다.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 대도시와 소도시, 선진국와 후진국, 사회적 강자와 약자 등 어쨌든 지배와 피지배의 모습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세상에서 작품은 약자를 이용해 자신의 배를 불리려는 비열함과 폭력성을 비판하며 세상을 바르게 살면 이용당하며 손해를 보는 것인가에 대해 담담히 지적한다. 

 

지금의 세상은 평범하고 착하게 사는 사람이 멍청하게 사는 것이라고 취급받는 세상이 아닌가. 착한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눈 감으면 코 베어 간다는 속담이 속담처럼 들리지 않는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영원한 숙제처럼 보인다.

 

 

[민병식]

에세이스트, 칼럼니스트, 시인

현) 한국시산책문인협회 회원

2019 강건문화뉴스 올해의 작가상

2020 코스미안뉴스 인문학칼럼 우수상

2022 전국 김삼의당 공모대전 시 부문 장원

2024 제2회 아주경제 보훈신춘문예 수필 부문 당선

이메일 : sunguy2007@hanmail.net

 

작성 2025.04.30 12:13 수정 2025.04.30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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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