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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람 불고, 느티나무 아래
내 육체의 피뢰침이 운다
내 전 생애가 운다, 벼락이여 오라
한순간 그대가 보여주는 섬광의 길을 따라
나 또 한번, 내 몸과 대기와 대지의 주인이 되련다
- 유하, <내 육체의 피뢰침이 운다> 부분
명상하다 보면, 기적의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5분 정도 지났나 했는데 한 시간이 지나갔다. 잠자는 것도 이와 같다. 잠에서 깨어나 생각해 보면, 순간이다. 어제 11시 30분쯤 잤는데, 깨고 보니 6시 7분이다.
찰나가 아닌가!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긴 시간이다. 꿈을 회상해 보자. 꿈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던가! 따라서 영원은 무한히 긴 시간이 아니다. 찰나다. 찰나 속에 무한히 많은 이야기가 있는 것이다.
어린 시절은 얼마나 길었던가! 우리의 감각이 다 깨어있어서 그렇다. 온몸이 에로스의 덩어리였다. 그러다 어른이 되면서 온몸의 감각이 퇴화한다. 이성 중심의 사고에 길들여지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미래로 쏜살같이 날아간다. 모든 시간은 찰나가 되어버린다.
사랑을 잃은 몸은 벼락을 맞아야 한다. 그리하여, 섬광의 길을 따라 내 몸과 대기와 대지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
그러면 영원을 알게 된다.
찰나가 영원이 된다.
영원을 알지 못하는 삶은 얼마나 남루한가!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