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칼럼] 정홍택 작가의 ‘머스킷 스테이크 그리고 감자탕’

 

안녕하십니까. 코스미안뉴스 천보현 기자입니다. 지금 우리는 위기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존엄보다 존재를, 경쟁보다 경험을, 지식보다 지혜를 통해 살아가야 합니다. 이제 인문칼럼을 통해 따뜻한 사유의 글로 가슴을 채워가기를 바랍니다. 오늘의 인문칼럼은 정홍택 작가의 ‘머스킷 스테이크 그리고 감자탕’입니다. 

 

지난주일 우리 부부는 커넥티컷주에 사는 큰 딸네 집엘 갔다. 도착하자마자 미처 인사가 끝나기도 전에 두 손자가 새로운 게임을 배웠다고 우리 부부를 끌어 테이블에 앉히고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도전한다. 무슨 놀이인가 했더니 한국의 오목과 비슷한데 종이 위에 판 모양을 조금 바꾸어 그려놓고 4목을 먼저 놓으면 이기는 그런 경기였다. 손자들이 열 살이 넘어가니 이제는 만만치가 않다. 우리 내외와 딸, 그리고 두 손자들이 토너먼트로 놀고 있을 때, 사위는 여기 참가하질 않고 부엌에서 달그락거리며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장인 장모를 위해 사위가 특별 요리를 만든다고 한다. 우리는 거실에서 놀고 이 집 가장이 부엌에서 혼자 일하고 있는데 이 집 식구 아무도 가서 도와주거나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딸에게 부엌에 가서 남편을 도와주라고 말했더니 자기 남편은 특별 요리 만들 때는 누가 같이 있는 것을 싫어하고 대신 다 먹은 다음에 설거지 해주는 일은 고마워한다고 한다.

 

나는 집사람이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라면 끓이는 데에도 라면상자의 설명서를 보면서 메져링 컵에 물을 따르며 쩔쩔매는데, 이런 가정의 새로운 질서를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그날 저녁 요리는 감자탕이다. 돼지갈비가 푸짐하게 들어간 약간 매콤한 감자탕은 그 어느 일류 전문 음식점의 맛도 따라갈 수가 없었다. 비결은 감자를 미리 고추기름에 약간 볶는 데 있는데 그래야 감자가 끓을 때 쉽게 풀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다음 날은 근처 바닷가로 놀러 갔다. 피크닉테이블은 바닷가에 폈고 테이블 옆 챠콜그릴에서는 벌써 조개탄들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그 속에서 알루미늄호일에 싼 옥수수가 익어간다. 밑반찬이 식탁에 준비될 즈음해서 빨갛게 달아오른 조개탄 위에 한 3센티 가량의 짤막짤막한 나무토막을 물에 푹 적셔 볼 옆에 따로 올려놓았다. 이 나무토막에서 나는 특별한 연기 냄새가 고기에 스며들게 해야 스테이크의 절묘한 맛이 난다고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아서 그릴 위에는 석쇠 자국이 선명한 스테이크가 익어간다. 그 냄새가 벌써 침을 입안 가득히 고이게 한다. 그래도 꺼내 금방 먹어서는 안 된단다. 겉으로 나온 고기의 물이 한 5분 기다리면 다시 고기 속으로 잦아들게 되고 그 후에 먹어야 천상의 스테이크가 된다는군요. 마침내 고기 조각이 입속에 들어갔다. 굽기 직전 고기 표면에 살짝 뿌린 후춧가루가 혀 위에서 작은 회오리바람을 일으킨다. 그것도 아주 잠깐, 이가 고기 속을 파고들 때 고깃살에서 배어 나오는 향나무의 향기가 입안에 은은하게 퍼진다. 역시 일품 스테이크! 차콜 위에 태운 나무 조각은 미국에서 ‘머스킷’이라는 나무 조각인데 스테이크를 구울 때 쓴다고 합니다. 고기에서 나오는 기름은 밑으로 떨어지고 나무에서는 열과 향이 올라와서 스테이크를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 올린단다. 

 

남자가 요리하는 습관은 미국 주류 사회의 젊은이들은 물론, 우리 한인 2세들에게 조금도 이상한 현상이 아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런 현상이 되었다. 남자와 여자의 벽을 스스로 깨는 이 젊은 남자들은 우리 늙은 남정네와는 다른 별에서 온 다른 종자와 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옛날에는 늙은이들이 젊은이들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며 권위를 인정받았는데 이제 우리 세대는 늙어서도 다시 젊은 세대에게 배우며 살아가야겠다고 생각하니 서글픔이 가슴에 서리기도 한다. 아무리 발버둥 치며 따라가도 뱁새가 황새 못 따라가듯 이들과 동질감을 느끼며 살기는 불가능할 것 같다. 스테이크와 감자탕이 같은 식탁에 동시에 올라가지 못하듯 말이다. 

 

정홍택 작가의 인문칼럼 여기까지입니다. 감사합니다.

 

 

 

작성 2025.05.02 11:44 수정 2025.05.02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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