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궁화는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꽃이다. 그래서 경찰의 직위를 무궁화 계급장 개수로 구분하고, 군인은 계급장 밑에 무궁화 받침으로 계급을 표시하고, 국기 봉에는 반드시 무궁화 꽃봉오리 모양이며, 국회의원의 금배지도 무궁화 문양이다. 그리고 각종 집회 의식에서 국민의례가 있는데 이대 부르는 애국가의 가사에도 무궁화가 등장한다. 애국가 가사의 후렴 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 강산”이라는 구절이 있다.
그런데 애국가의 가사가 실제 상황과 다르다. 삼천리강산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꽃을, 어디를 가나 볼 수 있어야 하는데 볼 수가 없고 애국가에만 등장한다. 우리나라 여러 행정기관인 정부종합청사, 도청, 시, 군청, 동, 면사무소 기타 행정기관의 정원이나 공원에도 무궁화꽃이 눈에 띄지 않는다.
60년대 무렵 초중학교 운동장 울타리에 심었던 무궁화나무도 현대식 벽돌 담장이나 펜스로 교체된 곳들이 많아져서 무궁화꽃을 볼 수 없다. 설혹 무궁화 울타리가 남아 있다는 곳이 있다면, 무궁화꽃을 볼 수도 없게 윗가지를 모두 잘라 앙상한 모습이다. 그나마 시골 초중등학교는 학생이 줄어들어 많은 학교가 폐교되었고, 겨우 남아 있는 1면 1학교에도 심어두었던 무궁화꽃이 어찌 된 일인지 그 자취를 감추었다.
현재 우리나라 초중등학교 학생들은 각종 의식 때 애국가를 부를 때 제공되는 동영상 속의 무궁화꽃을 보고 저 꽃이 무궁화꽃이구나 피상적으로 알고 있을 뿐 실제 무궁화꽃이 핀 모습을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우리나라 어느 도시의 공원에도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국화인 무궁화꽃을 볼 수 없다.
일제 강점기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일본은 무궁화꽃을 벌레가 들끓는 눈에 피라는 눈병이 걸린다고 터무니없는 헛소문을 퍼뜨리고, 일본의 국화인 벚꽃(사구라 꽃)을 우리나라 곳곳에 심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무궁화꽃에 날아든 벌레는 바로 일본을 상징하니 자기네가 자기를 고발한 꼴이 된 것이 아니겠는가? 그 무렵에 일본 사람들이 심은 벚꽃이 지금까지 우리나라 곳곳 벚나무가 남아 있어 벚꽃 관광명소가 된 곳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다음 백과사전에 의하면, “무궁화는 아욱목 아욱과에 속하는 낙엽관목.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2~4m의 아담한 관목으로 정원수나 울타리로도 이용된다. 7~10월의 약 100일 동안 매일 새 꽃이 핀다. 나무는 회색이며, 가지를 많이 친다. 꽃의 빛깔은 흰색·분홍색·연분홍색·보라색·자주색·청색 등이다. 꽃은 종 모양으로 잎겨드랑이에서 1송이씩 피며 꽃자루가 짧다. 약용식물로 널리 알려져 나무껍질과 뿌리를 각종 위장병과 피부병 치료제로 써왔다. 꽃봉오리는 요리에, 꽃은 꽃차의 재료로 써왔으며, 나무껍질은 고급제지를 만드는 데 이용하고 있다. 한국의 나라꽃으로 오랫동안 인정받아 왔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꽃이 피어 있는 기간이 100일이나 오랫동안 피어 있다는 사실은 단군신화의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기를 신웅에게 청하여 동굴 속에서 마늘과 쑥만 먹고 버티면 사람으로 변신해 주기로 했는데, 호랑이는 못 견디고 뛰쳐나왔고, 곰은 끝까지 100일을 마늘과 쑥을 먹고 여자로 변신한 웅녀와 한웅이 결혼하여 우리 민족의 조상인 단군왕검을 낳았다는 사실과 무궁화의 개화기간이 100일은 일치한다.
나라마다 자기 나라의 국화를 아끼고 사랑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우리나라 국화 무궁화꽃을 우리나라 국가 기관의 정원에서 볼 수 없고, 서양에서 온 외래종의 화려한 꽃만 피어 있다는 사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 행정기관에서부터 앞장서서 정원에 국화를 심어 국민들에게 애국심을 내면화하고 생활화하는데 솔선해야 마땅하다. 우리나라 각 지역의 경찰서나 군부대의 정원에서 계급장에는 무궁화꽃 디자인을 달고 다니면서 실제로 무궁화꽃을 볼 수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런 가운데도 세종시, 양평, 홍천, 장성 등이 무궁화공원을 꾸며 나라사랑 정신을 고취시키고자 힘쓰고 있는 곳이 있다. 따라서 기초 지방자치단체마다 무궁화공원을 꾸미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충남 천리포 수목원에 가면, 우리나라 여러 종의 무궁화꽃을 보존하고 있다. 수목원에서 정성 들여 우리나라 국화 무궁화를 보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일고 있다. 그리고 산림청에서도 해마다 나라꽃 무궁화를 알리기 위해 나라꽃 무궁화 전국 축제를 해마다 전국 여러 지방을 지정하여 개최하고 있다. 그렇지만 무궁화꽃 사랑 축제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행사 위주의 축제에 그칠 것이 아니라 무궁화 심기 운동을 전국의 각 행정기관이나 교육기관에서 솔선하여 정원에 한 그루의 무궁화나무를 심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 국민이 무궁화꽃의 아름다움을 생활 속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은 전국의 신사나 명승지에 자기네 나라꽃 벚꽃을 심어 봄이면 벚꽃을 생활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봄이면 전국의 벚꽃 집단지에 관광객들이 모여든다. 서울의 여의도 국회의사당 벚꽃 잔치를 비롯하여 제주도, 진해, 수원, 천안, 목포, 입암산 등 벚꽃 명소에서 축제가 열리기도 하고, 관광객들이 꽃구경으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벚꽃의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관광객들이 벚꽃 명소를 찾아가지만, 벚꽃이 일본의 국화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우리나라 국화인 무궁화의 아름다움을 찾아 관광객들이 몰려들어야 하는데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인 벚꽃의 아름다움을 느끼려 명소를 찾아간다는 것은 어딘지 엇박자가 된 그것 같고,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한다.
전국 각지에 벚꽃 명소가 있듯이 무궁화꽃 명소가 생겨났으면 좋겠다. 벚꽃 명소에 무궁화꽃 단지를 조성하여 봄철에는 벚꽃을 보고 7월∼10월에는 무궁화꽃이 활짝 피어 관광객들이 찾아올 수 있도록 하면 했으면 어떨까 제안해 본다. 무궁화는 꺾꽂이가 잘 된다. 따라서 무궁화꽃밭을 조성에는 그다지 많은 기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충남 청양의 고운식물원은 우리나라의 꽃과 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일생의 과업으로 알고 70년부터 현재까지 전 재산과 열정을 쏟은 이주호 원장의 피땀이 있었다고 한다. 이 식물원은 약 11만 3천 평(37ha)의 부지 위에 약 8,600종의 다양한 꽃과 수목들을 보유한 식물원이 조성되어 있다. 이주호 원장의 말에 의하면 “우리나라 꽃은 대부분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고, 식용이 기능한 꽃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꽃구경을 온 사람들은 화려한 서양 꽃은 선호한다는 것이다. 우리 꽃을 우리가 지키지 못하면 외래종 식물이 우리 식물을 제치고 주인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외래 물고기인 블루길과 배스가 전국의 저수지, 강과 하천에서 왕성한 생명력으로 토종 물고기들을 모두 잡아먹고 주인 노릇을 하듯이 식물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토종 야생화가 외래종의 식물에 밀려나 다시는 이 땅에서 볼 수가 없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오늘날 지방자치 행정기관에서 해마다 꽃 축제를 열고 있다. 그런데 많은 지역에서 라벤더, 튤립, 장미꽃 등 화려한 서양 꽃밭을 조성해 놓고 관광객들이 유인하고 있다. 이런 꽃 축제장에 좁은 장소나마 우리나라 꽃밭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조상들이 대대로 집안과 마을 골목에 심어왔던 장독대 부근에 채송화, 봉선화, 과꽃, 동백꽃, 함박꽃, 조팝꽃, 이팝나무꽃, 무궁화꽃 등도 일부 조성하여 서양 꽃과 우리 꽃의 아름다움을 비교할 수 있도록 했으면 어떨까 제안한다.
어찌했든 무궁화꽃을 의무적으로 심도록 해서라도 관람객들에게 우리나라 국화가 무궁화꽃임을 상기시켜 주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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