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아파트 명칭의 새로운 트렌드와 그 의미
최근 건설되는 다수의 아파트 단지는 그 이름에 이국적인 단어나 여러 언어를 조합한 합성어를 사용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는 단지에 독특한 개성을 부여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부각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명칭들이 일반 대중에게는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상당수 존재합니다.
일례로, 서울 은평구의 한 재개발 단지는 시공사 브랜드인 '힐스테이트'에 라틴어로 '중심'을 뜻하는 '메디알레(Mediale)'를 결합한 '힐스테이트 메디알레'로 명명되었습니다. 이처럼 '고급'을 의미하는 '퍼스티지(Prestige)', '프리미어(Premier)', '더 퍼스트(The First)' 등이나 '부유함'을 나타내는 '리체(Riche)'와 같은 단어들이 아파트 명칭에 자주 활용되고 있습니다. 부산 사상구에 공급된 한 단지의 '센트리체(Centriche)'는 '중앙(central)'과 '부유한(riche)'이라는 두 단어의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입지적 특성을 명칭에 반영하는 사례도 흔합니다. 단지 인근에 호수가 있다면 '레이크파크(Lake Park)', 숲이 우거진 지역이라면 '어반포레(Urban Forest)', 강 조망이 가능하다면 '리버뷰(River View)', 바다가 가깝다면 '센트럴마린(Central Marine)'과 같은 표현을 사용하는 식입니다. 또한, 우수한 학군을 강조하기 위해 '에듀리체(Edu Riche)'와 같은 명칭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두 개 이상의 단어를 결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합성어 명칭도 눈에 뜁니다. 경기 부천의 한 단지에 사용된 '클라츠(CLATZ)'는 '가까운(Close)'과 '모든 것(A To Z)'을 합쳐 서울과의 접근성과 신도시의 장점을 모두 담겠다는 의미를 표현했습니다. 전북 전주에서 주목받았던 한 단지의 '라비온드(Laviond)'는 '거대한(large)'과 '넘어서는(beyond)'을 결합하여 단순한 규모를 넘어선 새로운 생활 가치를 제공한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의 한 단지에 사용된 '원페를라(One Perla)'는 영어 '하나(one)'와 스페인어 '진주(perla)'를 합쳐 '단 하나의 귀한 가치'를 상징하며, 성북구의 한 단지에 사용된 '라디우스파크(Radieuse Park)'는 프랑스어 '빛나는(radieuse)'을 활용해 '빛나는 공원'이라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이처럼 단지의 고유한 특징이나 추구하는 가치를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이름을 '펫네임(Pet Name)'이라고 합니다. 이제는 지역명, 시공사 브랜드에 더해 외국어 기반의 펫네임까지 결합하여 단지명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인 방식이 되었습니다.
브랜드 가치 상승을 위한 건설사들의 선택: 프리미엄 이름의 탄생
이러한 명칭 트렌드에 대한 반응은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단지의 개성과 고급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이 있는 반면, 의미를 알기 어려운 외국어 남용으로 인해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일부 건설사들은 기존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특별한 명칭을 사용하거나, 아예 새로운 고급 브랜드를 선보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한 건설사는 부산의 초고층 주상복합 단지에 기존 브랜드 대신 'W'라는 고유한 이름을 사용했으며, 또 다른 단지는 당시 사용하던 브랜드 외에 '메트로시티'라는 별도의 명칭을 부여했습니다.
고급 주택 시장을 겨냥한 프리미엄 브랜드 출시도 활발합니다. 한 건설사는 서울 반포동의 아파트에 기존 브랜드 대신 '아크로리버파크'라는 이름을 처음 적용한 이후, 강남 및 서초 지역의 고급 단지에 '아크로(ACRO)' 브랜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대건설은 '힐스테이트'의 상위 브랜드로 '디 에이치(The H)'를 선보여, 특정 분양가 이상의 최고급 단지에만 이 브랜드를 적용하고 차별화된 품질 관리를 약속하고 있습니다. 대우건설 역시 '푸르지오'에 '써밋(SUMMIT)'을 결합한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했으며, 초기 적용 단지였던 '서초 푸르지오 써밋'의 경우 입주민 투표를 통해 '푸르지오'를 제외하고 '반포 써밋'으로 명칭을 변경하기도 했습니다. 롯데건설 또한 고급 단지를 위해 '르엘(Le EL)'이라는 별도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모든 대형 건설사가 별도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 상위권 브랜드인 '래미안'과 '자이'는 기존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도 주요 지역에서의 수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하여, 별도의 프리미엄 브랜드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메인 브랜드 뒤에 차별화된 펫네임을 추가하는 전략도 널리 사용됩니다. 롯데건설의 '롯데캐슬'은 '카이저(Kaiser)', '레전드(Legend)', '피오레(Fiore)', '아인스(EINS)' 등 다양한 외국어 펫네임과 결합되어 사용됩니다. 삼성물산의 '래미안' 역시 '베라힐즈(Vera Hills)', '블레스티지(Blesstige)', '첼리투스(Cellitus)' 등 지역 특성을 반영한 펫네임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포스코건설의 '더샵'도 '퍼스트월드(First World)', '센트럴스타(Central Star)', '프레스티지(Prestige)', '스타시티(Star City)' 등 다양한 펫네임을 활용하며, 주로 '지역명 + 더샵 + 펫네임' 형태로 조합됩니다.
대규모 신도시 개발 시, 특정 구역 전체를 여러 단지로 개발하는 경우 각 단지에 통일된 펫네임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송도국제도시의 '더샵 퍼스트월드/센트럴파크/그린애비뉴'나 '푸르지오 하버뷰/글로벌캠퍼스/에듀포레'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며, 이는 해당 지역의 택배 기사 등이 혼란을 겪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두 개 이상의 건설사가 공동으로 시공하는 아파트 단지는 참여한 건설사의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포 래미안 푸르지오', '힐스테이트 푸르지오 수원', '래미안 자이' 등이 그 예입니다. 여러 건설사가 참여하여 이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으며, 세종시에 위치한 "범지기마을 9단지 한신휴플러스엘리트파크"는 19자에 달하는 긴 이름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세 곳 이상의 다수 시공사가 참여하는 대단지의 경우, 주민 및 조합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외부 작명 전문 업체에 의뢰해 새로운 단지명을 결정하는 추세입니다. '잠실 파크리오', '리센츠', '도곡렉슬', 그리고 특정 건설사 브랜드 없이 독자적인 명칭을 사용하는 '헬리오시티' 등이 이러한 경우에 해당합니다.
아파트 명칭의 복잡성 증가: 거주자와 방문객 모두의 과제
아파트 브랜드는 매매가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유사한 입지에 위치한 아파트라도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아파트가 동일 평수 대비 수천만 원에서 억대 이상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신도시 개발이나 지하철 노선 신설과 같은 개발 호재가 있는 지역에서는 신도시 명칭이나 예정된 역 이름을 분양 명칭에 포함시키는 마케팅 전략도 활용됩니다. 완공 후에는 비교적 단순한 지역명으로 변경되는 경우도 있으나, 신도시 자체의 명칭이 길고 복잡한 경우 여기에 여러 건설사 이름까지 더해져 더욱 긴 이름이 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최근의 아파트 명칭들은 영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등 다양한 언어뿐만 아니라 외국 유명 인사나 신화 속 신의 이름을 차용하는 등 더욱 복잡하고 다층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