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라희입니다. 사랑하는데 이유를 달지 않듯이 시를 읽는데 이유가 없지요. 바쁜 일상속에서 나를 위한 위로의 시 한 편이 지친 마음을 치유해 줄 것입니다. 오늘은 전승선 시인의 ‘서울, 옛집’를 낭송하겠습니다.
서울, 옛집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있습니다. 저 너머엔 하얀 지붕과 낯익은 사람들이 오래 서 있습니다. 그곳이 보일까 하여 발돋움으로 바라봅니다. 저녁 바람 속으로 지난날들이 찾아올 때면 베갯잇에 얼굴을 묻고 별이 지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눈물 속에는 떠나온 시절의 그리운 꿈이 흘러내리고 뒤란 살구나무 열매는 해마다 내 나이만큼 열리는데 그곳은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수줍은 이름을 접고 고달픈 삶의 뒷모습을 따라온 것은 운명 속에 숨어든 사랑의 빈혈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이층 창가로 밤이 내리면 막막한 세월은 책 속으로 좀이 슬고 무시로 찾아와 나를 부르던 바다가 상도동 우체국 앞 신호등을 넘어갈 때 나는 더 이상 그 곳의 골목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이제 저편 그곳에 놀이 내리고 빈 마당 가득 그리움이 눈물 꽃으로 피어나 나를 부르고 있습니다. 나는 아직도 길 위에 있습니다.
이 시를 듣고 많은 위로가 되었나요. 우리의 삶은 모두 한 편의 시입니다. 전승선 시인의 ‘서울 옛집’를 들으니, 무시로 떠오르는 추억의 파편들이 우리를 찌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리움은 우리 존재의 근원이지요. 그리움이 없다면 삶도 이미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이 시를 들은 모든 분들 힐링받는 시간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코스미안뉴스 김라희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