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혹독한 경제 한파 속에서 자영업자들의 신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 고물가, 소비 침체라는 삼중고는 이들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으며, 매일 수많은 가게가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더 이상 놀라운 일이 아닐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의 다양한 지원 정책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마치 아무런 보호막 없이 위기에 홀로 맞서는 '무정부 상태'에 놓인 듯하다는 절규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가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책 자금 지원, 대출 상환 유예, 전기료 감면, 재기 지원 등 여러 방안이 마련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대책들이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위기의 속도와 깊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거나, 혹은 현장에서 체감되는 효과가 미미하다는 데 있다. 어쩌면 마냥 방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무정부 상태'라는 표현이 극단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이는 절박한 심정을 대변하는 강력한 은유일 것이다. 지원 정책이 있다고는 하나, 실제 혜택을 받기까지의 복잡한 절차와 시간, 그리고 지원 규모의 한계는 많은 자영업자들에게 '그림의 떡'처럼 느껴질 수 있다. 대출 상환 유예는 잠시 급한 불을 끄는 데 도움이 될 뿐, 결국 갚아야 할 빚은 그대로 남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중시킨다. 소득이 늘어나지 않는 한, 부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또한, 업종별로 천차만별인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획일적인 대책은 실효성을 떨어뜨린다. 온라인 경쟁 심화로 어려움을 겪는 소매업자와 임대료 부담에 허덕이는 외식업자의 고충은 다르다. 개별 사업장의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지원이 절실한 시점이다.
결국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무정부 상태'는 정부의 부재 그 자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절박한 현실에 제대로 응답하지 못하는 정책의 한계와 무력감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국가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자영업자들이 버텨내지 못한다면, 이는 단순히 개인의 실패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숫자로만 존재하는 정책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피부에 와닿는 실질적인 지원이다. 단순한 유예나 연장이 아닌, 과감한 채무 조정과 구조적인 지원, 그리고 사업 전환 및 재기를 위한 촘촘한 안전망 구축이 필요하다. 또한, 복잡한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접근성을 높여, 도움이 필요한 자영업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영업자들의 비명이 '무정부 상태'의 절규로 끝나지 않도록, 정부와 우리 사회 모두가 책임감을 가지고 이들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 나가는 노력이 절실하다. 이들이 다시금 희망을 품고 일어설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건강한 경제와 사회를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길일 것이다.
[심선보]
칼럼니스트
머니파이 대표
금융투자 강사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시부문 작가 등단
저서:초보를 위한 NPL투자 가이드, GPL투자 파이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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