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치킨이 당분간 귀해질 전망이다. 세계 최대 닭고기 수출국인 브라질이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 발생에 따라 향후 60일간 한국을 비롯한 주요국에 닭고기 수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전체 닭고기 수입량의 88%를 브라질에 의존하고 있어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지시간으로 5월 16일, 브라질 농림축산부는 히우그란지두술주 내 상업용 양계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브라질 상업 양계장에서 HPAI가 발생한 첫 사례로, 사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브라질은 전 세계 닭고기 생산량의 14%를 차지하는 수출 강국으로, 지난해 닭고기 수출액은 100억 달러(한화 약 14조 원)에 달했다. 특히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한 히우그란지두술주는 브라질 전체 닭고기 생산의 60%가 집중된 핵심 생산지다.
이에 따라 브라질 정부는 한국, 중국, EU 등 주요 수출국에 대해 예방 차원의 수출 중단 조치를 통보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행 국제 방역 프로토콜에 따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가 확인되면 해당 지역에서 60일간 수출을 제한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이 수입한 전체 닭고기 5만1147톤 가운데 브라질산은 4만5211톤으로, 전체 수입의 88%에 해당한다. 이처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브라질산 공급이 끊기면 국내 냉동 닭고기 시장은 심각한 수급 불균형에 빠질 수 있다. 특히 프랜차이즈 치킨 브랜드나 대형 급식업체 등은 당장 몇 주 내 재고가 바닥날 수 있어 대체 수입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다.
브라질 측은 수출 중단이 전체 국가에 일괄 적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농림축산부는 “60일의 금수 조치는 상황에 따라 조기 해제될 수 있으며, 감염 발생 지역인 히우그란지두술주에 한해 제한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그 시점조차 불투명한 실정이다.
국제적으로도 여파는 확산 중이다. 중국 정부는 브라질산 가금류 수입을 60일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으며, 미국 역시 지난해 대비 10배 이상 늘린 브라질산 달걀 수입에 차질이 생기면서 공급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식탁 물가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닭고기 수입국에 직접적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한국은 브라질산 냉동 닭고기에 대한 높은 의존도로 인해 당장 두 달 간의 공급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상대책이 요구된다. 정부는 대체 수입국 확보와 유통망 정비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단기적으로는 소비자 가격 안정 대책도 병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조류인플루엔자 발생은 단순한 전염병 문제가 아닌 국제 식량 공급망 위기의 신호탄이 되고 있다. 한국은 이를 계기로 단일 국가 의존형 수입 구조의 취약성을 재점검하고, 식량 안보 체계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 브라질산 치킨 없이 여름을 보내야 할 수도 있는 이 상황은 단지 ‘치킨값 상승’이라는 단편적 이슈가 아니라, 세계 식량 경제의 구조적 위기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