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악성 댓글’은 단순한 온라인상의 건전한 논쟁을 넘어 개인의 삶을 파괴하고 목숨마저 빼앗는 흉기로 변해 버렸다. 뿐만 아니라 포털사이트들의 수익 논리와 익명성을 악용한 마녀사냥이 더욱 조직적으로 전개되고, 여기에 AI 기술과 자동화된 댓글 조작까지 가세하면서 악성 댓글의 영향력이 나날이 커지고 있어 상황이 심각하다.
악성 댓글의 폐해는 단순히 개인의 명예훼손 차원을 넘어 정치적 조작, 여론 왜곡,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정치적 목적을 가진 일부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악성 댓글을 무차별 생산하고 이를 통해 특정 인물을 비방하거나 특정 의견을 조장하는 사례 역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악성 댓글이 불러온 실제 피해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을 더욱 절감할 수 있다. 인기 배우 최진실은 악의적인 루머와 비방성 댓글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다 못해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당시 인터넷에서는 그녀를 둘러싼 근거 없는 소문이 빠르게 퍼졌고, 일부 네티즌들이 이를 맹목적으로 확산시키며 비난을 퍼부었다. 뉴욕타임스는 그녀의 죽음을 두고 "웹 루머가 한국 여배우를 자살하게 했다"라는 제목으로 보도하고 온라인 폭력의 위험성을 국제적으로 조명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례로 가수 겸 배우 설리를 들 수 있다. 그녀는 SNS에서 자유롭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려 했으나 끊임없이 악성 댓글에 시달려야 했다. 일부 네티즌들은 그녀의 행동을 왜곡하고 과도한 비난을 쏟아냈다. 결국, 설리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하고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이는 악성 댓글이 단순한 사이버 괴롭힘이 아니라, 개인의 정신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해치는 행위임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손정민 사건 역시 악성 댓글이 얼마나 큰 피해를 초래하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죽음이 미스터리로 남자, 인터넷에서는 확인되지 않은 루머와 각종 음모론이 무차별적으로 확산되었다.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사실이 아닌 추측성 비난과 악성 댓글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마저 감수해야 했다.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처럼 악성 댓글은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장난질일지라도 그 장난질이 타인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갈 수 있는 심각한 범죄 행위라는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무책임한 행위들이 익명성을 앞세워 아무런 제재 없이 자행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악성 댓글이 단순한 놀이로 인식되고 있으며, 여기에 타인을 음해하고 비방하는 공격적 표현이 난무하는 문화마저 알게 모르게 형성돼 있다. 이는 사이버 폭력이 자연스럽게 용인되는 위험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이를 내버려 둘 경우 더욱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어 대단히 우려스럽다.
포털사이트들은 악성 댓글 방지를 위한 기술을 일부 도입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해결책 없이 미봉책으로 대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까닭에 댓글 조작과 악의적 여론 형성이 금전적 이익과 직결되면서 포털업체들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해외 포털들이 ‘아웃 링크’ 시스템을 도입해 뉴스 소비를 보다 투명하게 운영하는 것과 달리, 국내 포털들은 자본 논리를 앞세우며 여전히 내부 트래픽 증가를 우선시하는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이제는 악성 댓글을 단순한 인터넷 문화만의 문제로 국한해 볼 것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안으로 인식하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강력한 규제와 인터넷 윤리교육을 강화해 사이버 공간을 정비하고, 특히 청소년 대상 인터넷 윤리교육을 정규 과목으로 채택해 악성 댓글 예방 및 디지털 시민의식 함양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를 하루 속히 강구해야 한다.
그러나 제도적 개선만으로는 불충분하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악성 댓글의 심각성을 깨닫고, 온라인에서 더욱 책임 있는 표현 문화를 만들어 가야 한다. 서로를 존중하는 온라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한 필요불가결한 과정이자 책무이기 때문이다.
[이윤배]
(현)조선대 컴퓨터공학과 명예교수
조선대학교 정보과학대학 학장
국무총리 청소년위원회 자문위원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초청 교수
한국정보처리학회 부회장
이메일 : ybl773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