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되려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한다”
지금 시대는 빠르게 움직이는 리더, 과감한 투자와 확장이 주목받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멈추고, 참으며,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리더들이 만든 기업들이 더 오래 살아남고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습니다.
공자가 말한 ‘극기복례’, 자기를 이기고 예를 따르는 삶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를 실천한 기업들의 사례는 화려하진 않지만 묵직한 울림을 줍니다.

‘S 정밀’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직원 80여 명 규모의 중소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대표 이기석(가명) 씨는 2016년, 중국과 동남아 공장 이전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20년 넘게 함께한 직원들을 갑자기 해고할 수는 없었다.”
이후 이 대표는 인건비 부담을 감수하고도 국내 생산을 유지하며 생산 품질과 납기 신뢰도를 무기로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직원들은 이 회사를 ‘가족 같은 회사’라고 부릅니다. 기업 철학의 중심엔 “사람이 먼저다”라는 소박한 가치가 있습니다.
이 대표는 "기업가는 참아야 한다. 유혹은 늘 있지만, 함께한 사람들을 지키는 게 내 일"이라 말합니다. 자기 절제와 예의가 기업 철학이 된 사례입니다.
초콜릿 브랜드 ‘Tony’s Chocolonely’는 페어트레이드(공정무역)를 실천하는 네덜란드의 중소기업입니다. 이 회사는 서아프리카 카카오 농장에 존재하는 아동 노동 문제에 반대하며,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면서도 착한 원료만을 사용합니다.
이윤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한 이 결정은 처음엔 “비효율적인 경영”으로 보였지만, 오히려 소비자의 강한 신뢰를 얻으며 급성장했습니다. 현재는 유럽 여러 나라에서 가장 ‘양심적인 브랜드’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Tony’s의 철학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먹는 달콤함이 누군가의 고통 위에 있어선 안 됩니다.”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준 자제력과 윤리, 그 자체가 브랜드의 자산이 되었습니다.
‘속도’보다 ‘사람’을 선택한 리더들
빠른 성장과 단기 수익을 좇는 시대, 조용히 다른 길을 걷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속도’보다 ‘사람’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이들의 리더는 유혹을 이겨내고, 무리한 확장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의 신뢰, 그리고 기업이 지켜야 할 도리를 우선시했다. 겉보기엔 느리고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지속 가능한 성장과 깊은 신뢰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공자의 말처럼, ‘극기복례(克己復禮)’는 더 이상 철학책 속 문장이 아니다. 오늘날 기업 운영의 실질적인 지침으로도 충분히 작동할 수 있다.
자제력 있는 리더는 위기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다. 빠르게 결정하고 밀어붙이는 리더보다, 멈추고 한 번 더 고민하는 리더가 오히려 조직을 더 멀리 이끈다.
조용한 리더십은 조직 안에 신뢰를 뿌리내리게 한다. 말이 아닌 행동으로 신뢰를 쌓고, 책임을 앞세우는 리더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헌신을 끌어낸다.
예의와 배려는 직원과 고객의 마음을 움직인다. 형식적인 인사나 제도가 아닌, 진심 어린 태도는 기업의 브랜드를 넘어 ‘신뢰받는 존재’로 자리잡게 한다.
사람을 우선한 경영, 예의를 중시한 철학, 그리고 자신을 다스리는 절제된 리더십. 이 모든 가치는 오래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 오늘의 기업이 나아갈 방향이 담겨 있다.
진정한 경쟁력은, 사람을 향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지속 가능한 기업의 공통 언어는 ‘예의’다
트렌드는 바뀌고 기술은 발전하지만,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도리에 맞는 행동은 시대를 초월합니다. 예의와 절제가 ‘낡은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그것이야말로 조직을 살리고 회사를 오래가게 만드는 ‘새로운 경쟁력’입니다.
지금도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성공을 만들어가는 이 기업들이 그 증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