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은 모든 예술 분야의 선봉장의 역할을 해왔다. 문예사조의 시발점은 주로 문학에서였다. 따라서 예로부터 모든 학문의 토대를 文史哲이라 여기고, 그 중의 으뜸을 인문학으로 내세우고 인문학의 선두 주자는 문학이 담당해 왔다. 그것은 문학 속에 역사가 있고, 문학 속에 철학이 있는 등 문학은 역사와 철학을 모두 포괄하기 때문이었다.
인문학의 발달은 한 나라의 부강과 발전에 기본적인 토대를 형성하는 학문임에도 우리는 이것을 망각하고 살아간다. 인문학의 발달은 선진 국가의 초석이며, 이를 증명하는 척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문학인의 우수한 작품은 그 나라의 문화 수준을 가름하고 선진국의 지표가 된다.
오늘날 한국의 문학은 질적 성장보다는 양정 팽창을 가져왔으나 문학인과 문학 향유자와의 차별성을 무시한 채 통칭 문학인으로 인식하는 데에서 문학 향유자들이 문학인의 영역을 침범하여 마치 문학인처럼 활동함으로써 문학의 본질이 왜곡되고 문학인들에 대한 가치하락을 가져왔다. 따라서 문학인과 문학 향유자와의 명확한 개념을 규명하고자 한다.
문학 향유자는 문학작품을 향유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일반 대중이다. 그러나 한국 문단의 상황은 문학인과 문학 향유자 간의 명확한 구별이 없이 혼동되어 문학 향유자들이 문학인이라고 인식하고 문학 활동을 하므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문단 상황은 문학 향유자들이 문학인으로 스스로 자처하기 때문에 문학이 하나의 취미활동의 놀이 문화화되고 있다.
따라서 문학인과 문학 향유자들의 문학 창작활동 향유 활동의 기본 자세와 태도에 대한 자각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 사회가 건전하게 발전하려면 문학이 정상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인간의 행복은 물질적인 부가 충족되었다고 해서 행복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자신이 좋아하는 예술, 문화적 활동을 통해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농본시대에 의식주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생산하기 위해 농사를 짓고 일을 할 때 힘겨운 노동의 고통을 이겨내기 위해 노동요를 불렀고, 일하고 난 뒤에 휴식을 취할 때 각종 놀이문화를 직접 참여하거나 다른 사람들이 표현하는 예술 행위를 감상함으로써 노동의 스트레스를 풀고 행복감을 느끼면서 다시 일을 할 수 있는 에너지를 충전시켜 왔다. 따라서 생산활동과 전혀 관련이 없는 예술 활동이나 놀이문화는 생산활동을 위한 휴식과 행복감을 만족시키는 생활문화였다. 농사를 짓는 생산활동의 노동은 의식주 해결을 위한 당연한 일이지만 춤이나, 놀이, 각종 예술 활동은 정서적인 쾌감을 만족시켜 줌으로써 생산활동의 긴장감을 풀어주는 기능을 해왔다.
문학인들이 많다는 것은 문학작품을 소비하는 향유자들, 즉 문학작품의 소비가 많아졌기 때문이어야 정상적인 문화현상이다. 그렇지만 한국 문학의 현실은 시장경제 원리와는 무관한 비생산적인 명리적 가치 실현 문화로 변질되었다.
다시 말해서 대중적인 취향의 취미활동으로 문학 향유자들이 문학인의 생활을 동경하고 모방 행동을 통해 대리만족하는 집단화된 대중문화로 전락했다. 따라서 문학단체는 문학 향유자들이 문학인으로서의 허명의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는 명예욕을 부추기는 활동과 그런 향유자 집단끼리의 소속감과 연대감을 형성하고 소수의 출판업자가 개입, 상업적 이익을 도모하는 구조가 형성되어버린 것이다.
이는 허례허식 풍조, 매관매직, 등 부정적인 한국적 악습을 그대로 따른 극기 미개하고 비생산적이고 구조로 물질적인 이득을 취하려는 오늘날 시대적인 풍조가 전통적인 악습의 전통을 이어받아 변질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풍토는 문학의 본질적 기능과는 전혀 거리가 먼 문학작품의 향유하는 즐거움보다는 문학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활동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려는 속물적인 허명 의식으로 변질하여 버렸다는 것이다.
문학인은 문학작품을 창작하는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전업 작가나 경제적인 활동과는 무관하게 재도 지기 자세로 문학 창작활동으로 우수작품을 창작하여 많은 향유자로부터 공인을 받는 사람들이라면, 문학 향유자는 문학작품을 향유 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는 일반 대중들이다. 그러나 한국적인 상황은 문학 향유자들이 문학인으로 자처하고 향유자끼리 나누는 대중 취미활동의 수단이 되었다.
여기에 문학인 자격을 판매하는 출판업자들이 가짜 문인 자격증으로 문예잡지를 창작하고 정기적으로 문인등단제도를 두어 엉터리 가짜 문인 자격증을 남발하고 있고, 가짜 문인 자격증이 문학인의 신분을 보장해 주는 환상을 문예잡지에 수준 이하의 문학작품을 발표해 줌으로써 그들이 문학인의 행동을 할 수 있는 대리만족 체제와 거창한 대한민국이라는 간판이 붙은 문인단체에 가입함으로써 마치 문학인처럼 대리만족할 수 있는 체제가 구축되었다.
문학인과 문학 향유자의 구별이 모호한 문학 풍토는 산업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국민소득이 올라감에 따른 과도기적인 사회문화현상이지만, 분명 개발도상국의 후진적인 사회문화 현상임은 분명하다. 이는 유교적인 전통사회가 무너지고 서양의 천민 자본주에 의한 배금주의 사상이 지배하면서 억눌린 자아실현의 욕구가 잘못 표출되어 나타난 사회현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남에게 필요 이상으로 자신의 존재를 홍보하려는 허명 의식은 문학의 본질과는 거리가 멀지만, 오늘날 한국의 문단 풍토는 문학의 대중화라는 이름으로 문학 향유층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문예지들이 신인상 제도를 두고 수준 미달의 습작기 작품을 문단 등단이라는 허울로 가짜 문인을 배출했다. 이들은 엄밀히 말하면 해당 출신 문예지만 인정하는 문예지의 영구 고객일 뿐이고 문학을 좋아하는 문학을 취미활동으로 하는 문학 놀이꾼이거나 문학 향유층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은 문학작품의 창작활동보다는 문학놀이꾼으로 시화전, 시낭송회, 문학의 밤, 문학단체 모임 등 문학 활동으로 자신이 문인임을 홍보하는 데 관심을 두고 대부분 낭송가로 활동하면서 자신의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각인시키고 있다.
이러한 아노미 현상은 장마철에 폭우로 인해 홍수가 나고 산사태가 벌어지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거센 흙탕물이 온갖 쓰레기들을 무서운 속도로 강물에 휩쓸려 가고 있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장마가 지나고 혼탁한 홍수가 잠잠해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상황과는 정반대로 그 토대가 되는 문학이 가장 밑바닥을 보이는 이상기류는 문학작품의 소비가 허명 의식의 도구로 변질해 버린 것이다. 문학작품의 향유는 바람직하다. 그러나 향유자가 문인 영역을 침범하여 문학 놀이를 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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