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 세계적으로 팬데믹, 전쟁, 공급망 마비 등 예측불가능한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도, 위기를 ‘성장의 전환점’으로 삼는 기업들이 있다. 이들은 ‘세한송백(歲寒松柏)’처럼 중심 가치를 지키면서도 유연하게 자원을 재배치하고 디지털 혁신을 통해 경쟁력을 키우는 ‘회복탄력성 기업’이다.
‘회복탄력성(resilience)’은 위기 속에서 본질을 지키며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의미한다. 기업의 성장 DNA는 고정된 전략 대신, 위기 상황에서 자원을 재조직하며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유기적으로 설계된 구조를 말한다. 이 두 요소가 결합될 때, 기업은 불확실한 환경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글로벌 공급망과 소비구조를 급격히 뒤흔들었다. 이 시기 일부 기업은 3D 프린팅, 비대면 배송 플랫폼, 스마트 공장 등으로 전환하면서 오히려 성장을 이뤘다. 예컨대 지역 기반 유통기업은 자체 비대면 배송 시스템을 구축해 고객 신뢰를 지켰으며, 중소 제조사는 3D 프린팅을 활용해 제조비용을 절감하고 대응 속도를 높였다.
위기 상황을 맞아 유연성을 보인 대표 사례는 한국의 중소·벤처기업부다. 정부는 스마트 공장 3만 곳 보급, KAMP(인공지능 제조 플랫폼) 도입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디지털 전환을 추진했다. 또한, KPMG는 국내 기업의 재택근무 전환과 화상회의 등 디지털 워크 환경 구축을 지원하며 위기 대응력을 높였다.
위기 속에서도 든든한 공급망 확보
공급망 다변화는 회복력의 핵심 전략이다. 일부 제조 스타트업은 팬데믹 이전부터 해외 의존을 줄여 국내 협력사와 공동개발을 추진했다. 친환경 포장재 기업은 리사이클 소재를 활용해 독립적인 자급 체계를 확보했다. 이를 통해 글로벌 리스크에도 공급 안정성을 유지했다.
국내 정책과 민간 컨설팅이 뒷받침한 디지털 전환은 단순 도구 사용을 넘어 사고와 문화의 혁신을 이끌었다. 정부는 소상공인·중소기업 대상 스마트상점 6만 곳과 디지털 전통시장 500곳 보급 계획을 추진했다. 실제로 지역 소매기업은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재고 및 수요를 자동화했고, SaaS 기반 협업 시스템 도입으로 업무 연속성과 유연성을 강화했다.
미국 뉴저지의 ‘Natoli’s Italian Deli’는 팬데믹으로 케이터링 매출이 끊기자 매장 일부를 식료품 공간으로 전환, 20~25% 손실을 복구하며 비즈니스 다각화에 성공했다 또한, 미국의 Coucou French Classes는 오프라인 수업을 Zoom 기반 온라인으로 전환해 전 세계에서 수강생을 모았고, 몇 년치 디지털 학습 시스템을 단 몇 주 만에 구축했다. 이들은 위기를 기회로 바꾼 대표 사례다.
위기를 성장의 기회로 전환하는 전략
유연한 자원 배치, 공급망 다변화, 디지털 전환의 세 축은 상호보완적 선순환을 이루며 조직 역량을 강화한다. 정책·컨설팅을 통한 지원과 현장의 실행력이 결합되면, 중소·벤처기업도 대기업에 뒤지지 않는 회복력을 갖출 수 있다. 불확실성은 두려움이 아닌 도전의 무대가 된다.
‘세한송백(歲寒松柏)’은 추위 속에서도 푸름을 유지하는 소나무와 잣나무의 비유다. 이는 고난 속에서 본질을 지키는 강인함의 상징이다. 위기 속에서도 중심을 지키고 유연하게 움직이며 디지털 도약에 나선 기업은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돌아온다. 규모가 아닌 태도와 전략이 기업 미래를 결정짓는다. 세한의 추위 속에서도 푸르게 살아남은 송백처럼, 지금의 기업도 결국 진면목을 세상에 드러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