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는 6월 15일 ‘노인학대 예방의 날’ 및 ‘세계 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아, 노인학대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심각한 현실을 알리고, 이를 예방하고 근절하기 위한 사회적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올해 대한민국은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하였습니다. 특히, 농어촌 등 지역사회는 인구감소로 지방소멸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노인의 의료, 요양, 돌봄 등 일상에서의 존엄한 삶과 기본적 인권 보호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학대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노인학대는 단순한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돌봄 구조와 환경 전반을 아우르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초고령사회에서 노인은 신체?정신적 노화로 인해 타인의 돌봄이 필요하며, 이러한 취약성은 학대의 위험에 더 많이 노출되게 합니다. 동시에, 소수의 요양보호사가 다수의 노인을 돌보는 현실은 돌봄 제공자 권리 보장이 중요한 정책 과제임을 상기시키며, 이는 돌봄을 받는 노인의 인권과도 직결됩니다.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이 매년 6월 15일에 발표하는 ?노인학대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에 3,532건 발생한 ‘학대사례’가 2023년에 7,025건으로 두 배나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이 통계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며, 수면 아래에 학대행위자 가족을 신고하지 못한 수많은 노인들이 고통과 신음을 감내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노인학대는 일회성 폭력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반복되며, 외부의 개입이 어려워 은폐되는 경우가 많고, 학대행위자가 자신의 행위를 인식하지 못한 채 발생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전체 노인학대 중 재학대 사례는 759건(10.8%)에 달하며, 특히 여성 학대피해 노인은 623명으로 성별에 따른 취약성이 심각한 실정입니다.
재학대는 단지 반복된 폭력 이상의 신호로, 돌봄의 공백과 제도의 한계를 보여줍니다. 또한 학대를 인식하지 못한 채 지속되는 일상 속 폭력은 노인의 인권 사각지대를 드러냅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노인학대의 구조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피해노인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을 우리 정부에 지속적으로 권고해 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2022년 12월에, 학대피해노인 누구나 심리치료 등 지원을 받고 재학대를 막기 위해 쉼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국에 학대피해노인전용쉼터를 고르게 설치할 것을 보건복지부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인권위 권고가 하루속히 이행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노인이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우리 모두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일입니다. 학대피해노인의 인권 보호와 노인학대 예방을 위해, 전국 마을 곳곳에서 묵묵히 애쓰고 있는 노인보호전문기관 사회복지사들의 노고에 깊은 감사와 응원의 인사를 보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초고령사회 대한민국에서 누구나 존엄을 지키며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정성껏 모든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우리 주변의 노인분들에게 인권의 눈과 감수성으로 따뜻한 관심 가져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함께하는 우리의 관심과 실천이 노인학대를 예방하고 인권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