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보다 신뢰, 그것이 진짜 실력입니다”
성과를 먼저 챙기려는 기업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지만, 오래 살아남기는 어렵다. ‘고생 먼저, 성과는 나중에’라는 뜻의 고사성어 ‘선난후획(先難後獲)’은 오늘날 기업 경영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책임을 먼저 감수하며 신뢰를 쌓는 기업들이 조용히, 그러나 단단히 성장하고 있다.
‘선난후획(先難後獲)’은 《논어》옹야편에 등장하는 고사성어로, 공자가 말한 “어진 사람은 어려운 일을 먼저 하고, 얻는 것은 나중에 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 말은 조직이든 개인이든 공동체 안에서 어떤 태도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침이기도 하다.
이 고사성어를 현대 비즈니스에 적용하면, 기업이 리스크를 먼저 감수하고 고객과 구성원에게는 신뢰를 제공하는 구조로 해석할 수 있다. 결국 신뢰가 기반이 되어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정보의 공정한 공유로 신뢰를 얻다”
부산에 본사를 둔 트레드링스(Treadlinks)는 디지털 물류정보 플랫폼을 운영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는 해운 물류 산업의 비대칭적인 정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창업 초기부터 수익보다 공정한 정보 제공에 주력해 왔다.
물류 회사와 화주 사이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불리한 조건의 화물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가격 변동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업계 초기에는 ‘지나친 투명성이 오히려 거래를 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지만, 트레드링스는 이를 감수했다.
결과적으로 고객사뿐 아니라 해운업계 전반에서 신뢰를 얻었고, 현재는 국내외 여러 대기업과의 파트너십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선난후획(先難後獲)’의 철학이 실질적인 비즈니스 성과로 이어진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과학과 데이터 신뢰를 먼저 세우다”
아일랜드의 바이오 스타트업 누리타스(Nuritas)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식물성 단백질에서 건강 기능성 성분을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업은 창업 초기부터 제품 상용화나 마케팅보다는 과학적 근거와 데이터 구축에 집중했다.
임상 자료가 충분하지 않으면 제품을 출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면서, 일부 초기 투자자와 긴장도 있었지만 이러한 철학은 결국 글로벌 식품 및 헬스케어 기업의 신뢰를 이끌어냈다. 지금은 장기 계약을 맺으며 안정적인 사업 기반을 확보했다.
누리타스는 수익보다 신뢰를 우선한 비즈니스 운영으로, ‘선난후획’의 철학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다.
오래된 지혜가 바꾼 오늘의 기업 전략
오늘날 기업은 그 어느 때보다도 책임, 신뢰, 지속가능성을 요구받고 있다. ESG 경영이 강조되고, 소비자들도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시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단기적인 이익보다 먼저 책임을 감수하고 신뢰를 쌓는 기업들이 진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선난후획’은 단지 도덕적 조언이 아니다. 위기 상황에서 기업이 얼마나 신뢰받는 존재로 남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전략적 지침이다.
빠르게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성과가 누구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이다. 고생을 먼저 감내하고, 성과를 나중에 나누는 철학은 기업의 지속 가능성과 브랜드 신뢰의 근원이 된다.
2500년 전 공자의 지혜는 여전히 오늘날의 비즈니스를 이끄는 나침반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