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대한케어복지학회장 박동명의 통합돌봄 제언(3): 커뮤니티케어의 국제적 사례와 한국에의 시사점

대한케어복지학회의 정책 제언과 회장으로서의 역할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우리 사회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며 '커뮤니티케어'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앞선 칼럼에서 국내 커뮤니티케어의 현황과 과제를 살펴본 바, 이번에는 국제적 사례를 통해 우리나라 케어복지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네덜란드 '부르츠조르그(Buurtzorg)' 모델


네덜란드의 부르츠조르그는 간호사 주도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모델로, 자율적 소규모 팀이 대상자의 가정에서 직접 케어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모델은 행정 부담을 최소화하고, 현장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돌봄의 질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부르츠조르그는 전 세계 25개국 이상으로 확산되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방문간호와 지역사회 연계의 혁신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부르츠조르그 모델의 핵심은 '간소함과 자율성'에 있다. 10-12명의 간호사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지역 내 300-400명의 환자를 담당하며, 복잡한 행정절차 없이 직접적인 돌봄에 집중한다. 이들은 의료적 케어뿐만 아니라 환자의 사회적 네트워크 복원, 가족 교육, 지역사회 자원 연계까지 포괄적으로 담당한다. 결과적으로 환자의 만족도와 회복률은 높아지고, 의료비용은 대폭 절감되는 효과를 거두었다.


독일, 스위스, 북유럽의 통합돌봄 체계


독일은 건강보험과 장기요양보험이 결합된 사회보험 방식으로, 정부와 민간이 분담하여 지역 기반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독일의 장기요양보험은 1995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현재는 약 500만 명의 요양급여 수급자에게 재가서비스, 주간보호, 시설서비스 등을 포괄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특히 가족 돌봄자에 대한 지원과 휴식서비스(respite care)가 잘 발달되어 있어, 돌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스위스는 연방, , 지방정부가 복합적으로 책임을 분담하며, 다양한 민간기관과 협력해 돌봄의 질과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스위스의 특징은 각 주(칸톤)별로 지역 특성에 맞는 돌봄 체계를 운영하면서도, 연방 차원에서 최소한의 서비스 기준과 재정 지원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분권화된 접근은 지역사회의 자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서비스의 일관성도 확보하고 있다.


북유럽 국가들은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공공-민간 협력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덴마크와 스웨덴은 지방정부가 돌봄서비스의 계획, 제공, 평가를 통합적으로 담당하며, 시민의 욕구에 맞는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시장화의 영향으로 돌봄의 불평등이 확대되는 문제도 나타나고 있어, 공공성과 효율성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새로운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지역사회 통합돌봄


일본은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을 통해 의료, 간호, 복지, 주거, 예방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며, 고령자와 가족이 지역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00년 개호보험제도 도입 이후 지속적으로 발전한 일본의 모델은 '30분 이내 생활권'이라는 개념 하에 일상생활권역별로 서비스를 체계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한 케어매니지먼트 체계는 복합적 욕구를 가진 고령자에게 통합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일본 모델의 또 다른 특징은 '지역 만들기'에 대한 강조이다. 단순히 개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상호부조 네트워크를 활성화하여 지역사회 전체의 돌봄 역량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급속한 고령화로 인한 돌봄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의 사회적 결속을 강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만은 정부, 기업, 대학, 사회복지기관이 협력하여 지역사회 기반의 스마트 돌봄서비스와 세대통합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대만의 '장기조리 2.0 계획'은 예방적 돌봄부터 종합적 장기요양까지 생애주기별 연속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대만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고령자 건강관리, 자원봉사 네트워크, 기업 참여 등 혁신적 시도를 확대하고 있다. IoT 센서를 활용한 독거노인 안전확인 시스템, AI 기반 치매 조기진단 프로그램, 가상현실을 활용한 인지재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제적 시사점과 한국에의 적용


이들 선진국의 공통점은 정부와 지방, 민간,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통합 거버넌스', 대상자의 자립과 삶의 질을 중시하는 '맞춤형 서비스'에 있다. 또한 현장 인력의 전문성 강화, ICT 기반의 스마트 돌봄, 지속가능한 재정 구조 등이 성공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국제 사례에서 도출할 수 있는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돌봄의 철학과 가치가 명확해야 한다는 점이다. 네덜란드 부르츠조르그의 '인간 중심 케어', 북유럽의 '보편적 복지', 일본의 '지역사회 중심 자립지원' 등 각국은 뚜렷한 가치 지향을 바탕으로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 둘째, 지역사회의 특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분권화된 접근이 중요하다. 획일적인 중앙집권적 모델보다는 지역의 여건과 욕구에 맞는 유연한 체계가 더 효과적이다. 셋째, 기술혁신과 인간적 돌봄의 조화가 필요하다. 디지털 기술은 돌봄의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는 도구이지, 인간적 관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대한케어복지학회의 정책 제언과 회장으로서의 역할


대한케어복지학회는 이러한 국제적 경험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첫째, 지역사회 중심의 통합돌봄 거버넌스 구축과 민관협력 체계 강화가 필요하다. 중앙정부의 정책 방향과 지방정부의 실행 역량, 민간의 전문성과 지역사회의 참여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거버넌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방문간호·생활지원 등 현장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확대를 통해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 네덜란드 부르츠조르그 모델을 참고하여, 소규모 전문가 팀 중심의 통합적 돌봄 서비스를 확산할 필요가 있다.


셋째, ICT·AI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돌봄 인프라 조성을 통해 돌봄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높여야 한다. 대만의 사례를 참고하여, 예방적 건강관리부터 응급상황 대응까지 기술 기반의 통합적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넷째, 돌봄 인력의 전문성 제고와 처우 개선을 통해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지속가능하게 제공해야 한다. 독일의 장기요양보험 모델을 참고하여, 안정적 재원과 체계적 인력 양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다섯째, 주민 참여와 세대통합형 커뮤니티 활성화를 통해 돌봄의 사회적 기반을 넓혀야 한다. 일본의 지역 만들기 경험을 참고하여, 전 세대가 함께 참여하는 돌봄 친화적 지역사회를 조성해야 한다.


회장으로서 나는 국내외 정책 연구와 현장 실태조사, 국제 학술교류를 지속하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통합돌봄 모델 개발에 앞장서고 있다. 또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케어복지의 혁신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학회 차원의 정책 제언과 실천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초고령화와 돌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적 우수 사례의 교훈을 바탕으로 한국형 커뮤니티케어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을 약속드린다. 대한케어복지학회는 앞으로도 국민 모두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통합돌봄 체계 구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박동명 / 법학박사

· 대한케어복지학회 회장

·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작성 2025.06.17 18:42 수정 2025.06.18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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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