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 박동명] 지방의회, 어디로 가야 하는가 - 3부: 기술 수용자와 미래 혁신의 주체로

디지털 전환, 의정활동의 새 지평

기술과 주민, 지역 혁신의 엔진

▲박동명/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지난 1부에서는 지방의회가 정책설계자로 거듭나야 함을, 2부에서는 재정감시자 및 주민대표자로서의 책무를 다루었다. 대망의 3부에서는 지방의회가 '기술 수용자'로서 디지털 전환과 행정혁신의 선두에 서야 할 당위성을 역설하고자 한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 등 급변하는 기술의 흐름은 이제 지방의회의 의정활동에도 필수가 되었다. 이러한 기술들을 단순한 도구가 아닌, 지방의회의 전문성과 투명성을 혁신하는 핵심 동력으로 적극 수용할 때 비로소 정책 결정의 과학화, 행정 효율화, 그리고 주민 참여 확대가 가능해질 것이다.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포용하는 의회만이 다가올 미래 지방자치를 주도할 수 있다.


지방의회, 기술 혁신의 선두에 서다


기술 혁신은 지방의회 의정활동의 모든 영역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는 낡은 방식을 고수하는 대신, 첨단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의정의 효율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해야 한다.


기술 혁신의 3대 실천 과제


1. 디지털 의정활동 구축: 시공간을 넘어선 효율성


지방의회 회의 방식은 물론, 의사 결정 과정 전반을 디지털 환경으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넘어선 효율적인 의정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먼저, 가상 회의 시스템의 도입은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는 의정활동의 지평을 연다. VR 기반의 본회의나 위원회 운영은 의원들의 접근성을 높이고, 긴급 현안 발생 시 신속한 의사 결정을 가능하게 한다. 단순히 화면을 통해 보는 회의를 넘어, 가상 공간에서 풍부한 자료를 공유하고 실시간으로 상호작용하며 몰입감 있는 논의를 진행하는 미래를 상상해 본다. 실제로 세종시 의회는 행정수도로서의 특성을 살려 미래형 의정활동 시스템 도입을 적극 검토하며, 이미 일부 위원회에서는 가상 회의 시스템을 시범 도입해 원격 의정활동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다음으로, 정책 시뮬레이션 기술은 예산 심의의 과학화를 이끈다. AI 기반의 예산 분석 툴은 단순한 숫자의 나열을 넘어, 특정 사업의 타당성, 예산 집행의 효율성, 그리고 정책 시행 시 예상되는 파급 효과를 사전에 과학적으로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할 수 있도록 돕는다. 부산시 의회는 AI 기반의 예산 분석 툴 도입을 추진하며, 대규모 개발 사업이나 신규 정책 도입 시 예산 투입 대비 경제적 효과, 환경적 영향, 주민 수용성 등을 사전에 정밀 분석하여 예산 심의의 정확도를 높이는 데 활용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기반의 기록 관리는 의정 투명성의 정점을 찍을 수 있다. 의회 회의록, 조례 제·개정 이력, 결산 보고서 등 중요 의정 기록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면, 데이터의 위변조를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불변성(Immutability)을 확보하여 기록의 신뢰성과 투명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제주도 의회는 '블록체인 허브 도시'로서의 비전을 바탕으로 의정 기록의 블록체인 기반 관리 시스템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중요한 의정 자료의 영구 보존과 함께, 주민들이 기록의 원본성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도록 해 의정의 투명성을 한 차원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다.


2. 데이터 기반 정책 설계: 과학적 의정의 시대


이제 정책은 더 이상 감이나 경험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지역 현안의 본질을 파악하고, 미래를 예측하며, 과학적인 근거를 기반으로 정책을 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먼저, 주민 삶의 빅데이터 연계는 정책 수요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통신사 이동 경로 데이터, 카드 소비 패턴 데이터, 대중교통 이용 현황 등 민간 및 공공의 빅데이터를 연계 분석하여 주민의 실제 생활 패턴과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한다. 서울 강남구는 통신사 이동 경로 데이터를 분석하여 출퇴근 시간대 교통량 변화와 특정 지역의 상습 정체 구간을 정확히 파악하고 교통 정책을 최적화했다. 나아가 상권의 소비 패턴 데이터를 분석하여 침체된 지역 상권을 위한 맞춤형 회생 사업을 설계하는 데 활용하여 실질적인 경제 활성화를 이끌어냈다.


다음으로, AI 예측 시스템은 미래를 준비하는 의정활동을 가능하게 한다. AI 기반의 예측 시스템을 활용하여 인구 유출, 고령화 추이, 특정 질병 발생률 등 지역 사회의 미래 변화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이에 대한 5년 후, 10년 후의 대응 정책을 미리 수립할 수 있다. 실제로 전남 지역의 한 지자체 의회는 AI 인구 예측 시스템을 도입하여 20년 뒤 예상 인구 구조를 시뮬레이션하고, 이에 맞춰 복지 시설 확충, 보건 의료 서비스 재편 등 장기적인 지방 소멸 대응 정책을 수립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3. 주민 참여 플랫폼 혁신: 디지털로 여는 소통의 장


기술은 주민 참여의 문턱을 낮추고, 더 많은 주민이 의정활동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양방향 소통과 실질적인 정책 참여를 유도하는 혁신적인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첫째, 실시간 정책 소통 플랫폼은 주민과 의회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광주 광산구의 사례처럼, 의회 본회의 및 위원회 회의를 실시간으로 생중계하고, 주민들이 댓글과 투표를 통해 즉각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며 정책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은 주민들의 의정 관심도를 크게 높인다.


둘째, 가상 현장 체험 시스템은 주민들의 정책 이해도를 높인다. 강원 춘천시가 검토하는 것처럼,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공공시설 건립 사업의 경우 VR(가상현실) 기술을 통해 가상으로 사업지를 체험하고, 예상 디자인이나 공간 활용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한다면 더욱 투명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가능해진다.


셋째, 민원 예측 시스템은 행정 서비스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 대전 유성구에서는 AI 챗봇이 24시간 주민 민원을 접수하고 답변하며, 축적된 민원 데이터를 분석하여 특정 지역의 반복 민원 유형이나 잠재적 정책 수요를 예측하고 의정활동에 반영하고 있다. 이는 주민 불편을 사전에 해소하고 선제적인 정책 수립을 가능하게 한다.


제도적 기반 강화 방안: 기술, 제도로 혁신을 완성하다


"기술은 도구일 뿐, 제도가 혁신을 완성한다." 아무리 좋은 기술도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지방의회가 기술 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의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는 제도적 개선이 필수적이다.


첫째, 지방의회법 제정은 의회의 독립적 위상을 확고히 할 것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에 흩어져 있는 지방의회 관련 규정을 통합하고, 의회의 독립적 지위와 위상을 격상하는 독립적인 '지방의회법' 제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회의 인사권과 재정권(예산 편성 자율권 등)을 더욱 강화하고, 디지털 의정 활동 및 데이터 기반 정책 분석을 위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여 의회가 명실상부한 지역 입법 기관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정책지원 인력 확대는 의원들의 전문성을 뒷받침할 것이다. 의원들이 첨단 기술을 활용하고 복잡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전문 인력의 지원이 필수적이다. AI 전문가, 데이터 분석가, IT 시스템 관리자 등 기술 전문 인력을 충원하고, 현재 의원당 1명 수준인 정책지원관을 확대하여 1개 의회당 10명 이상의 기술 지원팀을 구성하여 의원들의 정책 개발을 전방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자치입법권 실질화는 지역 맞춤형 혁신을 가능하게 한다. 지역 특성에 맞는 혁신적인 정책 조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자치입법권의 실질화가 필요하다. '중앙 규제 샌드박스' 적용을 통해 특정 지역에서 신기술 기반의 혁신적인 조례를 시범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제주도에서 자율주행차 운행을 위한 특별 조례 제정 등). 또한 주민 발안제 도입을 확대하여 일정 수(: 1,000명 이상)의 주민 청원이 있을 경우 의회가 해당 조례안을 의무적으로 심의하도록 함으로써 주민의 직접적인 입법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미래 비전: 지역 혁신의 허브로


지방의회는 더 이상 중앙 정치의 들러리가 아니라, 지역 혁신의 강력한 엔진이 되어야 한다.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주민과 소통하며 정책을 설계함으로써, 지방의회는 지역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는 '지역 혁신의 허브'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생활 밀착형 솔루션 개발은 이러한 혁신의 핵심이다. 지역 주민의 삶에 밀접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주민의 아이디어, 첨단 기술, 그리고 지방의회의 정책 역량이 결합된 '생활 밀착형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경북 안동시는 고령화로 인해 의료 접근성이 낮은 산간 마을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드론 배송 인프라 구축 조례를 제정하고,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및 생필품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여 주민들의 복지 격차 해소에 기여한 바 있다.


나아가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은 지방의회의 시야를 넓힌다. 해외 선진 의회 및 도시들과 기술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세계적인 혁신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공동 연구 및 정책 개발을 추진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일본 도요타시와 한국의 한 스마트시티 의회는 스마트시티 교류 협약을 체결하여 인공지능 기반의 노인 돌봄 서비스, 스마트 교통 시스템 등 노인 복지 정책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적용하는 데 성공하며 국제적 협력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결론: 지방자치의 새 시대를 열다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고 과감히 수용하는 의회, 주민과 함께 미래를 그리고 상상하며 정책을 만들어가는 의회, 그리고 제도적 자율성을 확고히 확보한 의회야말로 지방자치의 새 시대를 활짝 열어갈 주역이다. 지방의회가 혁신의 중심이 될 때, 비로소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자신의 삶 속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진정한 자치'가 실현될 것이다.



시리즈를 마치며:

'지방의회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시리즈는 1(정책설계자), 2(재정감시자 및 주민대표자), 그리고 3(기술 수용자 및 미래 혁신의 주체)로 이어지며 지방의회의 다면적 역할 변화와 당면 과제를 조명했다. 이 모든 역량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될 때 지방의회는 지역 미래를 이끌어갈 핵심 플레이어로 성장할 수 있다. 대한민국 지방자치의 다음 30년을 열어갈 지방의회의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을 진심으로 기대한다.



박동명 / 법학박사

·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 대한케어복지학회 회장

·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작성 2025.06.21 13:42 수정 2025.06.2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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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