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격차, 교육으로 넘어라: 모두를 위한 연결의 시대

디지털 시대, 누가 뒤처지고 있는가?


“디지털 기술이 사람을 연결한다.” 이 말은 더 이상 낭만적인 수사가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은행 업무를 보고, 화상회의를 열고, 공공 서비스를 신청하는 것이 일상이 된 지금, 디지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수단이 되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이 생존 수단을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처럼 인터넷 보급률이 세계 최상위권인 나라에서도 디지털 소외는 여전히 현실이며, 그 범위는 예상보다 훨씬 넓다.

2023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농촌 거주자 중 상당수가 스마트폰은 가지고 있지만 이를 통한 정보 활용 능력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디지털 세상은 나와 상관없다”는 인식이 아닌,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절망감이 깊었다.

 

이런 격차는 단지 기술 활용의 문제가 아니다. 병원 예약, 백신 신청, 취업 공고 검색, 복지 서비스 접근 등 일상생활의 필수 과정들이 디지털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디지털 소외는 곧 사회적 소외로 이어진다. 디지털 격차는 곧 생존 격차다.

 

 

디지털 교육, 단순한 기술 전달을 넘어서
디지털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교육’이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 사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서는 접근이다. 많은 고령층 교육은 ‘카카오톡 보내기’ 같은 기능 중심에 머물러 있고, 장애인이나 비문해층을 위한 커리큘럼은 아예 부재한 경우도 많다.

 

디지털 교육은 더 이상 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일상과 사회에 대한 ‘접속’을 위한 교육이어야 한다. 다시 말해, 디지털 리터러시는 그저 앱을 다루는 능력이 아니라, 내가 필요한 정보를 스스로 찾고, 해석하며, 활용하는 종합적 능력이다.

예컨대, 노인에게 ‘유튜브 보는 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의료 정보 검색하고 활용하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 중장년층에게는 단순한 엑셀 교육보다도 ‘이력서 작성과 구직 사이트 이용법’이, 청소년에게는 ‘온라인 정보 검증 방법’이 더 실질적일 수 있다.

디지털 교육은 대상자 맞춤형이어야 하고, 일상 속 실제 문제 해결 중심이어야 하며, 기술보다는 ‘삶의 도구’로서 기술을 접근해야 한다.

 

 

해외 사례로 보는 포용적 디지털 교육의 가능성
세계 여러 나라에서는 디지털

 소외를 국가적 과제로 받아들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핀란드는 고령자를 위한 ‘디지털 마을 교사제’를 운영해, 마을 단위에서 스마트기기 사용과 공공서비스 이용 교육을 맞춤형으로 제공한다. 일본은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디지털 서포터’ 제도를 도입해 지역 주민이 자발적으로 교육자가 되도록 지원하고 있다.

캐나다는 원주민과 농촌 지역 주민을 위한 디지털 권한부여 프로그램(Digital Empowerment Program)을 통해 인터넷 접속뿐 아니라, 지역별로 필요한 콘텐츠 개발과 맞춤형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기술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을 통한 사회 통합이라는 더 큰 비전을 그려가고 있다.

 

이러한 사례의 공통점은 기술보다 사람 중심이라는 점이다. ‘교육의 기회’ 그 자체가 기술보다 앞서야 한다는 인식, 그리고 디지털 교육이 자립을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지점이 많다.

 

 

모두를 위한 디지털 교육이 만들어낼 미래
한국에서도 최근 ‘디지털 포용 정책’이 등장하고, 지자체마다 고령자 대상 디지털 교육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양적으로 부족하고, 질적으로도 ‘일회성 캠페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단기 강의 몇 번이 아니라, 지역 기반 디지털 학습 생태계 조성이다. 주민센터, 도서관, 커뮤니티 센터가 지역의 디지털 교육 거점이 되어야 하고, 거기에 청년 디지털 강사, 대학생 멘토,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지속 가능한 구조가 설계되어야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탈북민, 외국인 노동자, 다문화 가정 등 ‘디지털 소외 위험군’을 위한 전용 커리큘럼과 지원 정책도 절실하다. 이들은 단순한 기술 수혜자가 아니라, 사회의 일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가져야 한다.

디지털 전환은 누구도 멈출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러나 이 흐름에 누군가는 계속 뒤처지고 있다. 기술은 중립적일 수 있어도, 그 기술을 사용할 기회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그렇기에 교육은 기술보다 먼저다. 모두가 같은 출발선에 설 수 있도록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연결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으로 완성된다
우리는 지금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디지털 세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손을 내밀고 있는가? “디지털은 너무 어려워요”라는 말 뒤에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사회의 책임이 숨어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기술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중심에 놓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반드시 ‘교육’이 있어야 한다. 디지털 격차는 기술로 시작되지만, 교육으로 극복 된다. 그리고 그 교육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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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025.06.21 21:00 수정 2025.06.22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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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