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택호 교수] "0.6% 유리온실? 한국 스마트팜, 대규모 첨단화 환상에서 깨어나야"

중소농가의 현실을 외면한 하이테크 중심 스마트팜 정책, 이제는 실용성과 확산 가능성에 주목할 때

“한국 스마트팜 보급률은 0.6%입니다.”
이 수치는 충격적이면서도, 한국 농업의 기술 혁신이 얼마나 제한된 범위 안에서 머물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수년간 스마트팜을 ‘미래 농업의 대표 모델’로 내세웠고, 매번 발표 때마다 첨단 유리온실, IoT 기반 제어 시스템, 생육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화려한 수사와 달리 실제 이 기술이 적용된 농가는 전체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다수 농민에게 스마트팜은 여전히 ‘그림의 떡’일 뿐이며, 정책 홍보 속 환상으로만 존재한다.

[사진 출처: 로우테크형 스마트 팜 모습, 챗gpt 생성]

고가의 설치 비용과 높은 관리 난이도는 스마트팜을 소수 자본가나 기술 역량이 있는 청년 농업인에게만 허락된 도구로 만들었다. 수억 원이 드는 초기 구축비는 물론, 시스템 유지에도 전문성이 요구되기에 일반 농가의 진입은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다. 이마저도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 이해와 운영 능력이 있어야만 유지가 가능하니, 스마트팜은 현실보다는 전시의 성격이 강한 채로 남아 있다.

 

정부 주도의 스마트팜 정책도 그 효과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2014년 ‘스마트팜 확산 전략’ 이후, 다양한 예산과 프로젝트가 추진되었지만, 그 혜택은 특정 지역과 대상에만 집중되었다. 정책은 ‘현장 적용성’보다 ‘기술 시연’에 치우쳐 있었고, 영세 농가와 고령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했다. 실제 농업인들 사이에서는 “왜 우리는 지원을 받지 못하는가”라는 회의가 팽배하다.

 

문제는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누가 그 기술에 접근할 수 있느냐는 접근성의 문제다. 고령 농업인에게는 ICT 기술이 곧 진입장벽이다. 게다가 기술 교육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고, 유지보수 체계 역시 체계적이지 않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하고 직관적인 기술, 그리고 지속적인 지원 체계다.

 

실제로 농촌진흥청이 시험 중인 저가형 자동 관수 시스템이나, 문자 메시지로 작동하는 환경센서처럼 ‘로우테크 스마트팜’ 은 훨씬 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농업인들이 요구하는 것은 고비용 하이테크 장비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실질적으로 삶을 개선해주는 기술이다.

 

결국 스마트팜은 기술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수단이 아니라, 농업의 지속가능성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수단이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그것이 소수만의 전유물로 남는다면 혁신이라 부를 수 없다.

 

한국형 스마트팜은 이제 ‘확산 가능한 모델’로 진화해야 한다. 일본처럼 지역 농협과 연계된 소규모 맞춤형 스마트팜, 네덜란드처럼 자가 유지가 가능한 저비용 시스템을 참고할 수 있다. 우리에게도 충분히 가능한 방향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실용성과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둔 농업 기술 혁신이다. 로우테크 기반의 모듈형 시스템, 지역과 함께 운영되는 유지보수 체계, 농업인 눈높이에 맞춘 교육 커리큘럼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농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는 기술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쓰느냐다. 진정한 스마트팜은 0.6%의 유리온실이 아니라, 99.4%의 땀과 흙이 함께하는 현장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칼럼-이택호 제공]


칼럼니스트
수원대학교 교수, 경영학박사

(사)한국경영문화연구원 원장
좋은세상바라기 전문교수

농업경영교육 전문가

농정원 청창농 전문교수

농림축신식품부 인증컨설턴트

웰다잉교육지도사

안전교육지도사
변화와 혁신 및 리더의 역량강화 전문가

“죽기전에 더 늦기전에 꼭 해야 할 42가지" 저자

 

 

 

 

 

 

작성 2025.06.22 21:31 수정 2025.06.22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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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