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기자: 최현민 [기자에게 문의하기] /
흐르는 숲
단풍나무 숲속으로 나는 간다.
여름비에 묻혀 버린 작은 오솔길을 열면,
발끝을 따라 오는 시간을 접어 나뭇가지에 걸어놓고,
생의 한가운데서 사라져 버린 하루를 숲속에 숨겨둔다.
바람은 구름을 불러오고 구름은 비를 내려,
내 안의 깊은 바다를 이룰 때
흐르는 섬 파랑도가 거기 있다.
그대 돛을 올려라, 우리 떠나자.
은둔의 숲을 지나 한세상 퍼질러 살아도 좋을
저편 시간의 문을 열어라.
무심히 눈 맞추는 넉넉한 웃음 순명에 닿으면,
잠들지 않는 마음의 집을 짓고, 겁인들 살지 못할까.
무량수 쏟아지는 빗방울을 세며, 근심 잊어도 그만인데,
바람은 윤회의 잎을 흔들어 먼 먼 후일의 약속을 깨운다.
이름 없이도 행복해지는 순간을 잠가, 돌아오는 길을 덮어 버리면,
숲의 고요가 심연 속으로 사라져 버린 듯 모든 사물은 정지해 있다.
아무도 없는 긴 오솔길을 걸어 나올 때
등 뒤로 사라지는 팔월의 오후가 아롱아롱 지고 있다.
단풍나무 숲속에선 천년이 흘렀다.
노랫말 : 전승선
작 곡 : SUNO
노 래 : SU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