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게임에 숨겨진 도박 유혹…청소년은 지금도 베팅 중”

“확률형 아이템과 유료 결제, 게임이 만든 가상의 도박장”

“확률형 아이템과 유료 결제, 게임이 만든 가상의 도박장”

“중독으로 번지는 디지털 도박, 부모와 학교의 역할은?”

“그냥 게임일 뿐이에요.”
중학생 김모(14) 군은 모바일 게임 앱에서 매달 3만 원 이상을 유료로 결제하고 있다. 원하는 캐릭터나 아이템을 얻기 위해 무작위 추첨이 포함된 ‘가챠(gacha)’ ‘뽑기’ 기능에 돈을 쓰는 것이다. 김 군은 “뽑기에서 전설급 아이템이 나올 때 짜릿하다”며 “그게 좋아서 또 결제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청소년들이 모바일 게임 속 도박적 요소에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겉보기에는 단순한 게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확률, 돈, 경쟁, 중독이라는 도박의 주요 요소들이 교묘하게 결합돼 있다. 과거 오락실과 PC방에서 카드 게임이나 사다리타기 등으로 시작됐던 청소년 도박은 이제 손 안의 스마트폰이라는 편리한 도구를 통해 더욱 조용하고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심리상담 전문가 최수안 박사는 “청소년은 충동 조절 능력이 미숙하고 보상 시스템에 쉽게 영향을 받기 때문에 확률형 게임 요소에 매우 취약하다”고 설명한다. 이어 “게임에 중독되기 시작하면 현실 감각을 잃고, 도박적 요소에 점점 더 빠져들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사진 출처: 어두운 방에서 스마트폰을 응시하는 청소년 이미지, 챗gpt 생성]

확률형 아이템의 유혹 - '뽑기'가 만든 디지털 도박장

스마트폰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확률형 아이템’은 디지털 도박의 가장 은밀한 형태다. 소위 ‘가챠(gacha)’ 또는 ‘루트박스(loot box)’라 불리는 이 기능은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무작위로 아이템을 얻는 시스템이다. 겉보기엔 게임의 일부처럼 보이지만, 그 구조는 도박과 매우 유사하다.

 

실제로 인기 모바일 게임 대부분은 유료 결제를 유도하는 뽑기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아이템의 획득 확률은 극히 낮고,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수십 번, 때로는 수백 번의 시도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어린 이용자들은 "조금만 더 하면 나올 것"이라는 착각에 빠져, 무분별한 결제를 반복한다.

 

최수안 박사는 “확률형 아이템은 뇌의 도파민 분비를 자극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어 중독성이 매우 높다”“아이들이 '재미'라고 착각하는 순간 이미 도박적 구조에 젖어 있는 셈”이라고 지적한다.

 


 

무방비 상태의 10대들, 법과 제도는 여전히 사각지대

청소년의 디지털 도박 중독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이를 막아야 할 제도적 장치는 허술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 국내 게임산업법은 확률형 아이템의 ‘획득 확률’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에 가까워 강제력이 부족하다. 게다가 실제 이용자에게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가 제공되는 경우도 드물다.

 

게임사들이 공개하는 확률은 소수점 이하의 숫자로 표현되며, 이용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제공된다. 예컨대 "0.1%의 확률로 전설 아이템 획득 가능"이라는 문구는, 실질적으로 수십 번 이상의 시도를 유도하는 심리적 기제로 작용한다. 청소년들이 이런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최수안 박사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과 제도가 기술 발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현행 법안은 게임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가정과 학교의 무지, 그리고 방치

청소년 디지털 도박 문제가 심각해지는 데에는 가정과 학교의 무관심도 한몫하고 있다. 많은 부모는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다는 사실에는 익숙하지만, 그 게임 속에 도박적 요소가 숨어 있다는 사실에는 무지하다. "그냥 게임이겠지"라는 안일한 태도는 자녀가 중독 상태로 빠져드는 동안에도 경고등을 켜지 못하게 만든다.

 

학교 현장 역시 마찬가지다.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은 여전히 단편적이고 이론 중심에 그친다. ‘사이버 중독 예방 교육’은 있지만, 확률형 아이템이나 루트박스와 같은 구체적인 디지털 도박 구조에 대한 내용은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

 

최수안 박사는 “아이들이 단지 중독된 것이 아니라, 도박적 구조에 조기 노출되어 사고방식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고 경고하며 “부모와 교사는 단순한 ‘게임 과몰입’으로 여기지 말고 즉각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방과 대응, 지금이 골든타임

청소년 디지털 도박 문제는 더 이상 ‘개인의 일탈’로 치부할 수 없다. 손 안의 게임이 도박장이 되고, 클릭 한 번이 중독의 시작점이 되는 시대에, 청소년들은 그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가장 위험한 전선에 노출되고 있다.

 

최수안 박사는 “지금 우리가 무심코 넘긴 하나의 게임이, 한 아이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며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디지털 도박 문제에 공동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이 바로 골든타임이다. 지금 개입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세대를 ‘스마트폰 도박장’에 방치하게 될 것이다.

 

 

 

 

 

 

 

작성 2025.06.23 22:36 수정 2025.06.23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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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