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운의 브런치 한 컷 느린 생각

비워진 자리가,
나를 다시 숨 쉬게 했다.
우리는 자꾸만 채우려 한다.
책장도, 냉장고도, 하루의 계획표도.
가득 채워져야 충실한 것 같고,
그래야 덜 불안한 것 같다.
그런데 정작,
가장 큰 위로는 '비워진 공간'에서 온다.
텅 빈 찻잔을 다시 채우기 위해
주전자의 물이 끓기 시작하고,
일정이 비어 있는 하루가
나에게 가장 따뜻한 하루였던 적도 있다.
가득하다고 해서 충만한 게 아니고,
비었다고 해서 텅 빈 건 아니다.
비우면, 그제야 보인다.
놓쳤던 감정, 잊고 지낸 얼굴,
내가 정말 원하는 방향.
오늘 하루
당신 안에 조용한 여백이 있기를.
그 공간 안에서, 진짜 당신이 숨 쉴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