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인 소개
주선화 시인
경주 감포 출생
2007년 서남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2007년 『시와 창작』 신인상 등단
마산문인협회, 경남문인협회, 경남시인협회 현대불교문인협회, (사) 시사랑협의회 회원
마산문인협회 사무 간사, 사무차장 역임
2013년 마산문화예술 공로상
(현) 경남문학관 이사, 경남시인협회 편집위원
시집 『호랑가시나무를 엿보다』
E-mail : jsh3666@hanmail.net
2. 시인의 말
요즘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다. 시가 너무 어려워서 일반 독자들이 시를 이해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여 시를 읽기엔 너무 복잡하고 바쁜 시대이기도 하지만, 나는 『베리베리 칵테일』 디카시집을 통해 독자들과의 거리가 조금이나마 좁혀졌으면 한다. 나의 꽃 이야기에 잠시나마 귀 기울여주고, 내가 떠났다가 보고 돌아온 여행지에 함께 공감해주며, 나의 고향, 나의 가족의 삶을 통해 조금이나마 가족의 소중함이 일깨워지길 소망한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통해 위로를 받거나 위안을 받았으면 한다.
3. 추천사
아메바 그리고 칵테일 ― 하나의 전율로부터
“모든 시작은 하나의 전율로부터 온다”( 「아메바」) 시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다. 주선화 시인의 말이다. 아메바는 한 개의 세포로 된 단세포의 원생동물로 아주 작아서 현미경으로나 볼 수 있는 가장 원시적인 생물이다. 몸은 일정한 모양도 없으며 수시로 변한다. 위족(헛발)이라고 하는 발을 내어 운동하는데 동물과 사람의 몸속에서 사는 종류도 있다. 주선화는 그것을 ‘사랑을 위한 고투’ 혹은 ‘그리움의 헛발질’이라고 읽고 싶었는지 모른다. 디카시는 언어 너머 혹은 언어 이전의 시적 형상을 전제로 하는 장르다. 기존의 문자시가 하나의 입(문자)을 가졌다면 디카시는 영상이라는 또 하나의 입을 더 가진다. 그러니까 두 개의 입으로 하나의 목소리를 낸다. 자연이나 사물이 스스로 가진 상상력과 시인의 이미지놀이가 어우러지는 경계이다. ‘시’의 영역을 넘어서서 사유하려는 열린 자세가 요구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 김륭 시인
4. 시집 해설
주선화 시인
시인은 사물이 하는 말을 대신 해주는 방식 즉, 사물과 자연이 들려주는 여러 이야기들을 시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비유와 상징을 들어 전달해주는 사람이다.
지금은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진입하였다. 우리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는 정보화, 디지털 시대에 살고 있다. 현대의 문명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손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스마트 폰이 있다, 언제 어디서든 손으로 누르기만 하면 누구나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올리고 사진을 전송하며 글을 쓴다. 그리고 전 세계 누구와도 실시간 쌍방향으로 정보를 공유하는 SNS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제까지 시인은 문자언어로서 시를 창작해왔다면 현재의 시 창작은 한 단계 진화한 형식으로 디카시를 들 수 있다.
디카시란 사물이나 풍경을 보는 순간, 느끼는 시적 감흥을 가공하지 않은 날것의 상태 그대로 찍고 그걸 짧은 시적 문장과 함께 실시간 SNS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는 새로운 시놀이 문화이다.
나는 정보화 시대에 최적화된 글쓰기의 하나인 디카시를 쓰면서 순간의 시적 감흥을 경험하곤, 그 날것의 이미지가 날아가 버리기 전에 디카시를 쓰는 일이 가공하지 않은 순수 서정의 극치를 표현해내는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문득 발밑을 봤을 때 척박한 시멘트바닥을 뚫고 올라온 꽃들에게서, 바닷가 돌멩이 하나, 마당 한 귀퉁이 나뭇가지에 말라붙어 있는 열매까지 모두 내게 말을 걸어왔다. 그 말을 받아 적어 독자들에게 들려주기 위해 이 디카시집을 엮어 세상에 내보낸다.
『베리베리 칵테일』 디카시집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풍경이나 꽃, 여행지 등에서 눈에 보이는 사물을 순간 포착해 나에게 온 녀석들을 붙잡은 것들이다. 때로는 명징하게 가슴에 박히면서 말하는 녀석도 있고, 때로는 그냥 지나쳤는데 두고두고 속엣말을 하는 녀석도 있었다. 침묵의 언어였지만 나는 고스란히 들을 수 있었다. 그 시간들은 즐겁고 행복하고 한 편으로는 가슴이 절절해지기도 한 시간이었다
제1부 『다시, 봄』
꽃과 자연을 주제로 하여 제1부를 엮었다. 이 디카시집에는 꽃에 대한 디카시가 유독 많다. 내가 처음 시 공부를 시작하면서 꽃 이름, 꽃의 생태 하나라도 정확히 알고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야생화를 사랑하는 모임’(2002년)에 정회원으로 가입하였다. 그리곤 몇 년간 곰배령으로, 남설악으로, 변산 바람꽃이 가장 먼저 핀다는 여수 등, 전국 곳곳의 꽃을 찾아다녔고 그간 많은 사람도 만났다. 꽃을 사랑하는 사람치고 나쁜 사람 없다는 말을 알 것 같았다. 그때의 인연으로 지금까지 안부를 주고받으며 경조사까지 살펴보는 사이가 됐다. 지금은 눈이 좋지 않아 카메라를 메고 전국으로 다니지는 못하지만 그때 만났던 수많은 들꽃과 나무들에 대한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지금도 꽃만 보면 폰카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으며 디카시를 쓴다. 모든 우연은 필연의 반복이었다는 걸 알 수 있다.
[무소유]
피고 지는 것이야 한 철이지만
가고 오는 것이야 한 생이지만
피고 나면 그뿐,
지고 나도 그뿐,
제2부 『바다의 적바림』
늘 가슴에 품고 사는 고향에 대한 이야기가 제2부에 많이 나온다. 언제 가도 반갑고 돌아서면 또 보고 싶은, 「베리베리 칵테일」 같은 고향바다. 생각하면 눈물 나고 목이 메어도 그립고 맛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지고 몸이 따뜻해진다. 그래서 시집 제목으로 정했는지도 모른다. 「등대」, 「나그네」, 「너울성 파도」, 「몸을 말리다」, 「바다의 계단」, 「끈」, 이 작품들은 모두 고향의 이야기들이며 고향에 대한 나의 그리운 적바림이다.
[베리베리 칵테일]
저무는 노을빛이 맛있다
어둠이 더 붉게 익는
감포는 온통,
베리베리 칵테일로 넘친다
나폴리항구는 유럽 여행을 하면서 가 보았지만 감포의 앞 바다보다 아름답지 않았다. 감포는 나의 유년의 기억과 사춘기 소녀의 감성과 고향을 떠난 뒤의 아슴아슴한 그리움까지 모두 품고 있는 바다여서 세상 그 어떤 바다보다 내게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제3부 『폼페이 언덕』
올해 4월, 딸들이 아빠의 이순 기념으로 나와 함께 유럽 여행을 보내주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낯선 여행지를 다니는 것은 경이로웠다. 13시간을 비행기로 이동이라니! 나에게 프랑스며 이태리며 스위스라니! 순간이동이라는 것은 이런 걸 말하는 거구나, 놀랍고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다.
「내 안에 갇힌 나」는 ‘나’이면서 ‘너’이기도 한 작품이다. 「쇼윈도 걸」은 자유자재로 모습을 바꾸면서 화려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꿈을 꾸는 쉰 넘은 여자의 욕망이 담겨 있다.
[쇼윈도 걸]
내가 아닌 내가 되어
과감하게, 화려하게,
[폼페이 언덕]
수 천 년 걸음으로 오늘 여기 당도했다
제4부 『아메바』
모든 시작은 하나의 전율로부터 오듯이 마지막 4부는 내 가족으로 엮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들 형제 가족은 애틋할 것이다. 내게는 아직 구순을 바라보는 어머니가 계시고 이제 막 4살이 된 손녀도 있다. 손녀는 볼 때 마다 신기하고 신비롭다.
[어머니]
- 차 조심해라
- 밥 굶지 말어라
- 일찍 들어오너라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팔순에도 자식 걱정
[아인이]
하늘과 땅 사이
활짝 핀 꽃과 나무와 풀들이
일제히 웃는다
신비롭고 신기한 일
디카시는 극순간의 정서를 표현하는 글쓰기이다. 가공하지 않은 날것 이미지를 통해 내가 어떤 사물이나 풍경을 본 순간, 어떤 감흥을 느끼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내는가이다. 얼마나 순정한 정서를 보여주는가이다.
요즘은 시를 읽지 않는 시대다. 시가 너무 어려워서 일반 독자들이 시를 이해하면서 많은 시간을 들여 시를 읽기엔 너무 복잡하고 바쁜 시대이기도 하지만, 나는 『베리베리 칵테일』 디카시집을 통해 독자들과의 거리가 조금이나마 좁혀졌으면 한다. 나의 꽃 이야기에 잠시나마 귀 기울여주고, 내가 떠났다가 보고 돌아온 여행지에 함께 공감해주며, 나의 고향, 나의 가족의 삶을 통해 조금이나마 가족의 소중함이 일깨워지길 소망한다. 그리고 다른 작품들을 통해 위로를 받거나 위안을 받았으면 한다.
한여름 찌는 태양 아래 잠시 쉬었다 가라고 내어놓은 방석처럼 나의 이 디카시집이 잠시 휴식이 되기를 바란다.
[아름다운 자리]
이글이글 불타는 팔월의 태양
앉았다 쉬어가라는 방석
삭막한 세상도 가끔은 살 만한 세상
5. 목차
제1부_ 다시, 봄
완창
기다림
지금
결혼
다시, 봄
메두사의 눈
늙은 꽃
꽃의 숨
공양
찜!
지진
스카이라이프
유붕자원방래 有朋自遠訪來
비상
황금 숨소리
명작
아라 홍련
무소유
7월
제2부_바다의 적바림
흑룡
나그네
귀향
바다의 적바림
너울성 파도
부부
유언
개구리, 폴짝!
등대
고마리 정원
베리 베리 칵테일
기항지
몸을 말리다
바다의 계단
수묵화
틈새
욜로 라이프
끈
제3부_폼페이 언덕
융프라우
내 안에 갇힌 나
쇼윈도 걸
폼페이 언덕
스위스 카페
나의 카프리
봄의 바깥
포로 로마노
몬테 마레
잔도에서
판테온의 오쿨루스
봄비
심판의 날
제4부_아메바
쑥!
사람도 꽃이다
11월
비둘기 유치원
별신대
가을
아메바
권력
집
가족
부케
아인이
어머니
자식
반려
이 나무
아름다운 자리
우포늪 아기 고양이
백주 대낮에
술시
한파
■ 시인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