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할 수 없는 전 지구적 과제 “탄소중립”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먼 미래의 위협이 아닌, 인류의 생존과 번영을 좌우하는 당면 과제로 부상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이상기후 현상들은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지구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중립(Net-Zero)' 실현을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동참하며,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국가 비전을 선언하고 구체적인 이행 전략을 수립하는 데 고심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러한 거대한 전환의 흐름 속에서 기업의 역할이 단순히 '규제 준수'를 넘어 '핵심 주체'로 격상되고 있다는 것이다. 2026년부터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 부여될 평가 보고서 및 공시 의무는 이러한 변화의 상징이자, 기업의 지속가능 경영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할 것이다.
본 기고문에서는 국제사회와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실천 핵심 요소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다가오는 기업 공시 의무화가 가져올 파급효과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1.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탄소중립 실천의 핵심 요소
국제사회는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다각적이고 통합적인 접근 방식을 강조한다. 이는 특정 기술이나 정책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 지구적 협력과 시스템 전반의 혁신을 아우르는 총체적인 노력을 의미한다.
1.1. 강력하고 구속력 있는 정책 및 규제 강화
파리협정을 통해 각국은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인 국가결정기여(NDC)를 제출하고 이행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NDC로는 1.5°C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데 국제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에 따라 주기적인 NDC 상향과 이를 뒷받침할 법적 구속력 있는 정책 마련이 강조되고 있다.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ETS) 등 '탄소 가격제'는 온실가스 배출에 경제적 부담을 지워 기업과 개인의 행동 변화를 유도하는 핵심 수단으로, 국제적으로도 이러한 탄소 가격제의 확산과 연계를 통한 효과 극대화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화석연료 보조금 철폐는 탄소중립 전환의 필수적인 정책 방향이다.
1.2. 혁신적인 기술 개발 및 광범위한 보급
탄소중립은 기존 산업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요구하며, 이를 뒷받침할 혁신 기술의 개발과 보급이 필수적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효율을 높이고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에너지 저장 시스템(ESS) 기술은 물론, 산업 부문의 탄소 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그리고 탄소 없는 에너지원인 청정 수소(그린 수소) 생산 및 활용 기술이 핵심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와 더불어, 모든 부문에서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과 AI, 빅데이터 등 디지털 전환 기술의 접목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다.
1.3. 막대한 재원 조달 및 기후 금융 활성화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에는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선진국의 기후 재원 공여 확대(연간 1,000억 달러 공약 이행 및 상향)를 촉구하는 한편, 민간 자본을 기후 행동으로 유치하기 위한 '녹색 금융' 활성화를 강조하고 있다. 녹색 채권, 녹색 대출 등 다양한 금융 상품 개발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투자의 확대는 물론, 금융기관의 탈탄소 포트폴리오 전환이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에 취약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술 이전 및 재정 지원은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적인 연대정책이다.
1.4. 공정한 전환(Just Transition)과 사회적 포용
탄소중립으로의 전환은 필연적으로 산업 구조 변화와 일자리 변동을 수반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불평등과 갈등을 최소화하고, 모두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공정한 전환'을 실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화석연료 산업 종사자 등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직업 훈련 및 재취업 지원, 에너지 빈곤층 등 취약 계층 보호, 그리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참여를 통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강조되고 있다.
2.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대응 전략과 정책
대한민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중립기본법'을 제정하고,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2018년 대비 40% 감축으로 상향하는 등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를 위한 주요 정책 방향은 다음과 같다.
2.1. 에너지 시스템 전환 가속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전력망 혁신 및 에너지 저장 시스템 확충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원전의 활용을 통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탄소 감축을 동시에 추구하는 정책 방향도 모색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청정 수소 생산 및 활용을 늘려 수소 경제를 구축하는 것을 핵심 에너지 전환 전략으로 삼고 있다.
2.2. 산업 부문 탄소 감축 및 순환 경제 전환
국내 온실가스 배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 부문의 탄소 감축은 매우 중요하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주요 산업의 저탄소 공정 전환을 지원하고, CCUS 기술 상용화를 위한 R&D 투자 및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자원 소비를 줄이고 재활용을 극대화하는 순환 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통해 산업 전반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2.3. 건물, 수송, 농축수산 등 전 부문 감축 노력
건물 부문에서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확산, 고효율 기기 보급을 통해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있다. 수송 부문에서는 전기차 및 수소차 보급 확대, 대중교통 활성화, 친환경 물류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 농축수산 부문에서는 저탄소 농업 기술 도입, 가축분뇨 처리 개선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4. 탄소 흡수원 확충 및 기후 적응 강화
산림의 탄소 흡수 기능을 강화하고, 갯벌 등 블루카본 확대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또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후변화 적응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하며, 재난 대응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다.
2.5. 녹색 금융 활성화 및 공정한 전환 지원
정부는 녹색 채권 발행 지원, 녹색 기술 투자 확대 등 녹색 금융 활성화를 통해 민간 자본의 기후 대응 투자를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탄소중립 전환 과정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산업 및 지역, 노동자들을 위한 '정의로운 전환' 지원 특별지구를 지정하고, 고용 전환 지원금 및 직업 훈련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도 힘쓰고 있다.
3. 2026년 기업 공시 의무화의 의미와 파급효과
2026년부터 국내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 기업들에게 기후변화 관련 재무 정보 공개(TCFD 권고안 기반)를 포함한 ESG 평가 보고서 및 공시 의무가 단계적으로 부여될 예정이다. 이는 기업의 탄소중립 실천에 있어 매우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다.
3.1. 공시 의무화의 배경과 목적
기업의 ESG 정보 공개에 대한 요구는 전 세계적으로 증대되고 있으며, 이는 투자자들이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만 아니라 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 등 비재무적 요소를 투자 결정에 반영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관련 공시는 기업이 직면한 기후 관련 위험(물리적 위험, 전환 위험)과 기회(저탄소 기술 개발, 신사업 창출)를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투자자들에게 합리적인 의사결정 정보를 제공하고 기업 스스로 기후 리스크를 관리하며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가속화하도록 유도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국제적으로는 ISSB(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의 공시 기준이 마련되면서 글로벌 표준화가 진행 중이며, 국내 공시 의무화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는 것이다.
3.2. 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
- 전략적 전환의 가속화:기업은 기후변화 대응을 단순한 규제 준수 차원을 넘어, 기업의 핵심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에 통합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이는 새로운 저탄소 기술 개발, 친환경 제품 및 서비스 출시, 그리고 공급망 전반의 탄소 감축 노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 운영 효율성 및 비용 절감:온실가스 배출량 측정 및 관리는 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과 자원 절약으로 직결되어 장기적인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 투자 유치 및 자금 조달 용이성:ESG 평가가 우수한 기업은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자금 조달이 용이해지고,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이점을 누릴 수 있다. 반대로,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한 기업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거나 자금 조달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 경쟁력 강화 및 신시장 창출:탄소중립 시대에 발맞춘 기업은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하고, 새로운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며,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할 수 있다.
- 공급망 전반의 변화:대기업의 공시 의무화는 협력업체 및 공급망 전반에 걸쳐 탄소 배출량 관리 및 감축 노력을 요구하게 될 것이다. 이는 중소기업에게는 새로운 도전이자 동시에 저탄소 전환을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 평판 리스크 관리: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거나 '그린워싱(Greenwashing)' 논란에 휩싸이는 기업은 소비자, 투자자, 시민사회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 기업 이미지와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입을 수 있다.
3.3. 도전 과제와 대응 방안
기업 공시 의무화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겠지만, 동시에 여러 도전 과제도 안고 있다. 정확한 데이터 측정 및 관리 시스템 구축, 복잡한 공시 기준에 대한 이해, 그리고 공시 준비에 필요한 비용 부담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전문 인력 양성, 디지털 기술 활용, 그리고 정부 및 유관 기관의 지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동행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과 대한민국의 탄소중립 정책은 인류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여정이다.
특히 2026년부터 시행될 기업의 평가 보고서 및 공시 의무는 기업이 이 여정의 핵심적인 동반자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도록 독려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환경 문제를 넘어 경제, 사회 전반의 시스템을 재편하는 거대한 변혁이다. 정부는 예측 가능하고 일관된 정책을 통해 기업의 저탄소 전환을 지원하고, 기술 혁신을 촉진하며, 공정한 전환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
기업은 기후변화 대응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인식하고, 투명한 정보 공개와 적극적인 감축 노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이러한 정부와 기업, 그리고 시민사회의 유기적인 협력과 연대만이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 모두가 염원하는 탄소중립 사회를 구현하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이 담대한 여정에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제 우리는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를 기회를 만들기 위해 지구상 80여억명의 인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탄소중립실천을 선도해주길 바라는 마음간절하다.

행정학 석사 / 경영학 박사
환경감시국민운동본부 총재대행 역임
(전)서울특별시의원/녹색성장위원장
(현)대한민국의정회 ESG환경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