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가격, 수요와 공급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이 올해 대비 2.9% 상승한 10,320원으로 확정되었으며,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약 12,300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저임금 제도는 그 도입부터 현재까지 가장 뜨거운 사회적 논쟁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임금 인상이 고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견해와, 반대로 큰 영향이 없다는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죠. 이 사안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임금은 곧 노동의 가격이며, 시장 경제의 기본 원리인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제적 관점에서 본 한국의 최저임금 현황
최저임금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여 설정하는 '가격 하한선'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다른 모든 시장과 마찬가지로 노동시장 역시 수요자(고용주)와 공급자(근로자)의 상호작용을 통해 균형 임금이 형성됩니다.
정부가 근로자의 생계 보장이나 소득 불균형 해소 등의 목적으로 이 균형 임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최저임금을 설정할 경우, 경제 원리에 따라 노동 공급의 초과 현상, 즉 실업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최저임금이 균형 임금보다 낮게 설정된다면, 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할 것입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국제적으로 높은 수준에 속합니다. 2024년 기준 중위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이 60.5%로 프랑스(62.5%), 영국(61.1%)과 유사하며, 호주(53.9%), 독일(50.6%), 일본(46.8%)에 비해서는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이는 전체 근로자 중 상당수가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실제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근로자의 12.5%에 해당하는 276만 명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수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저임금 인상이 노동 시장에 미치는 차별적 파급효과
최저임금 인상은 노동시장에 일률적이지 않고 차별적인 영향을 미 미칩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근로자는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받고 있으므로, 최저임금 상승은 이들의 급여 인상 효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거나 생산성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서 발생합니다.
임금이 지나치게 오르면 일부 고용주는 인력 고용을 망설이게 되고, 이는 특히 저숙련 근로자의 일자리를 위협하며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어렵게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파이터치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 인상될 경우 비정규직 근로자의 월평균 근로 시간이 1.19시간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인건비 부담이 증가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이 비정규직 근로자의 근로 시간을 조정하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과적으로 근로 시간 감소는 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시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를 확대시킬 수 있습니다.
최저임금 제도의 기원은 순수한 의도와는 거리가 멀었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1930년대 미국 남부의 흑인들이 북부로 대거 이주하면서 백인 노동조합이 저임금 흑인 노동력을 배제하기 위한 방안으로 최저임금 도입을 지지했던 역사적 사례가 그 근거로 제시되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헌법 제32조 1항은 근로자의 적정 임금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 시행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적정 수준의 최저임금은 헌법이 지향하는 가치를 달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최저임금은 낮은 임금으로라도 일하고자 하는 근로자의 노동권을 제한하고, 높은 인건비 부담으로 한계 기업을 시장에서 퇴출시켜 결과적으로 소비자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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