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선진화된 품격과 국격

김관식

사람이 사람답지 못하면 지탄을 받는다. 사람답지 못하다는 것은 인격이 바닥이라는 말이다. 인격은 사람으로서의 품격이다. 타고난 인성과 성장 과정에서 겪은 여러 경험과 교육에 따라 형성된 기본적인 인간 됨됨이를 말하는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격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사람답지 못한 사람을 일컫어 ‘인격이 없는 사람’이라 했다. 

 

이 말은 가장 모독적인 말로 사람이 아니라 짐승과 같다는 의미를 지닌 욕설로 받아들여 왔다. 인격이 없으니 사람을 사물로 취급했다. 인권을 유린당했던 과거 봉건시대에는 어린이, 여자, 노예는 인격이 없는 사물로 취급했다. 오늘날에도 독재국가에서는 민주적인 인권을 주장하는 사람을 인격이 없는 사물로 취급하여 인권을 유린하는 나라도 있는데 이런 나라는 국격이 없는 나라로 평가된다. 

 

명심보감(明心寶鑑)에 “강물이 마르면 속과 바닥이 보이지만 사람의 마음은 죽어도 그 속과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듯이 사람의 마음은 알기 어렵지만 말과 행동을 통해 어느 정도 사람마다 품고 있는 속마음과 품격을 어림할 수 있다.

 

영국의 새무얼 스마일즈는 그의 저서 『인격론』에서 “인격은 사람을 움직이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고결한 인격에는 사람으로서의 지녀야 할 이상적인 모습이 있다. 그러한 사람은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은 그에 상응하는 품격을 갖추어야 존경을 받는다. 만약 그렇지 못할 때 지탄의 대상이 되고 만다. 

 

많은 재물과 높은 지위, 학식을 갖추어 세간의 주목을 받는 인물이 말과 행동이 올바르지 못하고 반사회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할 때 많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게 된다. 신문이나 방송 사회면을 온갖 추문으로 이목을 집중시킨다. 사회적인 파장이 크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의 대상이 되는 사람을 사회적인 지도층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런 상류층에 해당하는 사회적인 지도층 인사들이 부패하면 그 나라의 품격, 국격이 추락하고 만다. 

 

우리나라는 최근 들어서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나라의 대중문화가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게 되면서 국격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 최초로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되어 한층 국격이 고양되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의 문학 풍토는 세계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형편없고 감추지 않으면 치부가 드러나 국격을 떨어뜨릴 것 같은 상황이다. 문학예술단체가 그 본래의 기능과는 상반된 물질만능주의에 오염된 문학놀이꾼들의 속물적인 추태를 연출하는 장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문학 예술인들이 창작활동에 전념해도 시간이 부족한 상황인데 감투놀음, 자기를 알아달라고 구걸하는 각설이처럼 체면과 염치없는 행동을 서슴없이 벌이고 있는 것은 과거 산업화 이전의 궁핍한 생활문화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성세대들이 굳어진 습성을 청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충족하지 못한 욕망을 경제적으로 안정이 되자 버킷 리스트에 올라 채우지 못한 욕망을 늦게나마 채우려고 헛심을 쓰고 있는 것이다. 궁핍한 시대 최대의 목적가치였던 경제적인 부를 어느 정도 충족하게 되자 물질로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다는 물질주의 가치관으로 굳어져 모든 가치를 물질로 교환이 가능하다는 위험한 생각이 굳어졌고, 급기야 무턱대고 문학예술 활동에 뛰어들어 결핍된 욕망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다.

 

문학예술은 자신의 내면적인 고통과 부단한 노력으로 이루어지는 결실인데도 그러한 내면적인 과정을 무시하고 물질로 문학예술을 교환하여 문학예술인 되었지만, 그것은 산지기 집에 거문고를 사놓은 격으로 문학예술작품을 창작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해 산지기가 거문고를 가지고 다니며 거문고 소리를 녹음으로 들려주고 켜는 흉내를 내고 있는 것처럼 꼴불견의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아무도 자신이 문학 예술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알아주지 않으니 알아달라고 끼리끼리 문학단체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신의 생활문화대로 과시를 위한 문학예술놀이판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새무얼 스마일즈는 “인간의 재능은 일을 통해서 완성되기 때문에 열심히 일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여 모든 일을 즐겁게 해야 한다.”라고 말하고 있다.

 

문학예술은 먼저 자신의 인격을 갖추어야 좋은 문학예술품이 창작되는 것이다. 탐욕이 눈이 멀면 문학예술작품은 병들게 된다. 조선시대 관리를 뽑을 때 과거시험에서 시 창작으로 우열을 겨누었다. 다시 말해 시를 통해 심사위원이 사람 됨됨이를 판가름하여 관리로 등용하였다. “글은 곧 사람이다.”라는 프랑스의 철학자 뒤퐁의 말이나 이태준의 “글쓰기는 인격의 공사”, 18세기 러시아 카람진의 “글은 영혼과 가슴의 초상, 인격이 바닥인 사람은 좋은 작가가 될 수 없다”는 말은 언문일치의 글을 통해 인격을 판별하여 관리로 발탁했던 것이다. 오늘날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을 때 면접을 통해 자기의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적합한 인물을 뽑는 것도 이와 같은 흐름과 일맥상통하다.  

 

그런데 격동기에는 가짜가 진짜처럼 위장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게 된다. 옛날 과거시험에서는 시문을 통해 인품을 구별해낼 수 있는 능력 있는 사람이 심사관이 되어 관리를 뽑았다. 문학예술은 물질적인 가치보다는 정신적인 가치를 존중하고 자신의 열정을 쏟아 문학예술품을 창작했을 때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이 가는 문학예술품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하게 된다. 그런데 탐욕과 허명의식으로 문학 예술인이 된 사람은 목적이 다르므로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게 되어 있다. 

 

이들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좋은 문학예술품을 창작할 것인가 하는 문학예술의 본질과는 정반대로 어떻게 하면 자신의 엉성하고 수준이하의 졸렬한 작품으로 좋은 작품을 쓴 문학예술인처럼 명성을 얻을 것인가 하는 명리적인 가치, 즉 자신의 이름을 알리려는 것이 목적이므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정치꾼의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자신이 가짜가 아니고 진짜 문학예술인인 것처럼 속이기 위한 홍보 방법에만 몰두하는 것이다.

 

문학단체에서 감투를 차지하여 명함으로 자신을 알리고 엉터리 등외 문학예술잡지에 졸속한 작품을 대량으로 발표하여 자신을 대중들에게 인기 있는 문학예술인임을 알리고, 세뇌시키는 홍보활동, 신문방송 매체를 활용하여 자신의 인지도를 높이는 방법, 시화전 참여, 문학비 건립, 각종 행사에 참석하여 찬조금을 주는 등 자신을 긍정적인 이미지로 홍보하는 등 그야말로 문학예술인의 창작 본연의 임무와는 무관한 대중적이고 정치적인 문학예술활동에 치중하게 되는 것이다. 

 

파리와 모기가 나비처럼 꽃향기를 찾는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처럼 배운 습성대로 파리 떼가 구린내를 쫓아가고, 모기떼가 피를 빨아먹을 대상을 찾아가듯이 자신의 습성대로 창작활동보다는 단체 활동, 명리적 활동에 치중하는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문학예술은 옛날부터 존경을 받아왔다. 언행일치의 삶을 문학예술작품으로 승화시킨 작가의 품격을 존중해서이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이런 잡다한 문학외적인 활동과는 담을 쌓고 오직 작품창작에만 전념하였기 때문에 자신의 품격을 높이고 대한민국의 국격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이제라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문학인 본연의 생활 자세를 거울삼아 우리나라 문학 예술인들이 문학예술인 다운 선진화된 품격을 갖추어 다함께 국격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5.09.01 10:24 수정 2025.09.0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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