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꾸로 마음의 숲 3
“이 연못은 네가 감춰 온 진짜 얼굴을 보여주지. 아직 시작일 뿐이야.”
도윤은 심장이 불안하게 뛰는 걸 느꼈습니다.
도윤은 연못 속 자신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웃고 있는 얼굴, 하지만 눈가를 타고 흐르는 눈물.
“왜 웃으면서 울고 있지?”
그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연못 속 얼굴이 입을 열었습니다.
“네가 숨긴 감정들이야. 슬펐는데, 웃어야만 했잖아.”
도윤은 가슴을 움켜쥐었습니다.
“나 정말 슬펐던 걸까?”
그 물음에 연못의 물결이 잔잔히 흔들렸습니다.
바람이 불어와, 마음 깊은 곳이 흔들리는 듯했습니다.
토끼가 곁에 서서 조용히 말했습니다.
“너는 늘 거꾸로 감정을 표현했지. 하지만 그건 잘못이 아니야.”
도윤은 고개를 숙였습니다.
“다들 이상하다고 했어. 나도 잘 모르겠고, 그래서 혼자였어.”
토끼는 도윤의 손등 위에 작고 따뜻한 발을 얹었습니다.
“다름은 외로움이 될 수도 있지만, 네가 받아들이면 힘이 되지.”
도윤은 눈을 감았습니다.
내면 깊숙이 웅크린 작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괜찮아, 도윤아. 네가 울어도, 웃어도, 네 마음이 틀린 건 아니야.’
그 속삭임에 눈가가 뜨겁게 젖어들었습니다.
도윤은 다시 연못 속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그럼 나, 그냥 울어도 돼?”
연못 속의 얼굴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눈물이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져 연못에 동그란 물결을 만들었습니다.
토끼는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습니다.
“그래, 이제야 네 심장이 네 자리에서 울고 있는 거야.”
그 말에 도윤은 문득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습니다.
‘내가 울고 있다는 게 이렇게 편안한 거였구나.’
울음은 조용했지만, 오랜만에 만난 친구처럼 포근했습니다.
연못 위의 하늘조차 고요히 미소 짓는 듯했습니다.
잠시 후, 숲이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거꾸로 뻗어 있던 나무의 가지들이 조금씩 바로 서더니, 초록빛이 번져 갔습니다.
새들이 물속에서 날던 모습을 멈추고, 하늘로 솟아올랐습니다.
도윤은 놀라움과 벅참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숲이 변하고 있어!”
토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네가 네 감정을 받아들일수록, 숲도 제자리를 찾는 거야.”
도윤은 숨을 고르며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어쩐지, 마음이 숲과 함께 조금은 곧게 서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숲의 끝자락에는 아직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습니다.
토끼가 그쪽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네 안에는 더 깊은 감정이 숨어 있어.”
도윤은 잠시 망설였습니다.
“더 깊은 감정?”
“그래. 네가 가장 외면해 온 감정 말이야. 그것을 마주하지 않으면 진짜 자유로워질 수 없어.”
도윤의 손이 떨렸습니다.
파란 운동화가 땅 위에서 조용히 ‘톡’ 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곧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 가볼게. 이제는 도망치고 싶지 않아.”
토끼는 흐뭇하게 미소 지었습니다.
“좋아. 그 용기라면 길이 열릴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