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세, 만세
너는 나다.
우리는 전체(全體)다.
- 황지우, <나는 너다 1> 부분
오래전에 원시인들의 잔혹한 의례에 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제 막 성인식을 마친 소년들이 한 오두막으로 들어간다. 중앙에는 같은 또래의 한 소녀가 발가벗은 채 누워있다. 소년들이 차례대로 그 소녀와 성행위를 하고는 밖으로 나간다. 마지막 소년과 소녀가 성행위를 하다 오르가슴에 오르는 순간, 오두막이 무너지고 두 남녀는 비명에 간다.’
이런 광경을 지켜본 소년들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앞으로 결혼하여 부부생활을 할 때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소년들의 가슴에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을 것이다. 하지만 또한 이 충격적인 사건은 그들에게 ‘화두(話頭)’가 될 것이다.
소년들은 서서히 그 화두를 풀어갈 것이다. ‘아, 모든 생명체는 성교 후 죽게 되는구나!’ ‘그래, 나는 죽지만 후손을 통해 영원히 살아가게 되는구나!’
원시인들은 이러한 의례를 통해 한 개인을 넘어 전체 부족이 하나가 되는 삶을 살아갔을 것이다. ‘하나는 전체를 위하여, 전체는 하나를 위하여’
현대 문명 사회에서는 이러한 잔혹한 의례를 하지 않는다. 그럼, 현대 문명인은 어떻게 살아가나? 자신과 인류가 하나라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일부 성현(聖賢)들만 그렇게 살아가지 않는가?
하지만 우리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늘 이런 소리가 들려온다.
만세, 만세
너는 나다.
우리는 전체(全體)다.
[고석근]
수필가
인문학 강사
한국산문 신인상
제6회 민들레문학상 수상.
이메일: ksk21ccc-@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