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꾸로 마음의 숲 4
숲길은 점점 좁아지고, 공기는 차갑게 식어갔습니다.
빛나던 나무들은 잎을 오므리며 침묵했고, 바람조차 숨을 죽인 듯했습니다.
도윤은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여긴 좀 무서워.”
토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무서워도 괜찮아. 두려움도 너의 감정이니까.”
도윤은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속으로 되뇌었습니다.
‘그래 무서운 것도, 내 마음이야.’
그렇게 말하니 심장이 조금은 가볍게 뛰기 시작했습니다.
숲 가장 깊은 곳에 도착했을 때, 커다란 거울 하나가 서 있었습니다.
거울은 금빛 테두리도, 반짝임도 없이 그저 어두운 표면을 하고 있었습니다.
도윤이 가까이 다가가자, 토끼가 말했습니다.
“이게 ‘감정의 거울’이야. 네가 가장 숨기고 싶은 감정을 비추지.”
도윤은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나 준비가 안 된 것 같아.”
토끼는 부드럽게 웃었습니다.
“준비라는 건 없어. 그냥 마주하는 순간이 올 뿐이지.”
그 말에 도윤은 천천히 거울 앞에 섰습니다.
거울 속에 비친 도윤의 얼굴은 평소와 달랐습니다.
입가에는 미소가 있었지만, 눈은 텅 빈 듯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거울 속 도윤이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나 너무 외로워.”
도윤은 숨을 멈춘 듯 굳었습니다.
거울 속 목소리가 계속 이어졌습니다.
“아무도 내 마음을 몰라줬어. 웃으면 이상하다 하고, 울면 다들 피했어.”
도윤은 손을 움켜쥐며 속삭였습니다.
“맞아. 나, 많이 외로웠어.”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 눈물이 뺨을 타고 흘렀습니다.
눈물이 흐르는 동안, 거울은 점점 밝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거울 속 도윤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이제 알겠지? 너는 외로움을 버린 게 아니라, 꾹 참고 있었던 거야.”
도윤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그럼 나, 괜찮은 거야?”
거울 속 얼굴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괜찮아. 너는 원래 괜찮은 아이였어. 단지 스스로를 믿지 못했을 뿐이지.”
그 말에 도윤은 하염없이 울며 웃었습니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풀리듯, 따뜻한 기운이 번져 갔습니다.
그 순간, 숲이 환하게 밝아졌습니다.
거꾸로 자라던 나무들이 모두 제자리를 찾아 뿌리를 내렸고, 새들은 자유롭게 하늘을 가르며 날았습니다.
햇살은 눈물을 멈추고 부드럽게 숲을 감쌌습니다.
토끼가 다가와 말했습니다.
“이제 너는 네 감정을 받아들였어. 그래서 숲도 제자리로 돌아온 거야.”
도윤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으며 속삭였습니다.
“내가 울어도 괜찮구나.”
토끼는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 지었습니다.
“울어도 괜찮고, 웃어도 괜찮아. 중요한 건 네 마음이 솔직해지는 거지.”
도윤은 처음으로 가슴 깊은 곳에서 안도감을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