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기린 첼로

詩人 김상욱(숨문학작가협회)

긴 목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나는 당신의 목을

첼로처럼 켜드릴게요


당신이 슬프다는 건

머리가 하늘 가까이 있어도

심장이 땅 가까이에 있다는 뜻이겠죠


나는 당신의 목 아래에서 

당신의 그림자를 읽습니다

어느 날부터인가

고개를 돌리는 것조차

작은 울음이 되었지요

 

나는 하나의 현을 켜며

당신의 시간을 되짚습니다

풀잎을 삼키며 기억한 계절들

모래바람 속에서 잊힌 울음들


당신의 목뼈를 타고 내려오는

젖은 음표 하나가

구름을 지나 잎사귀를 지나 

내 귀에 가만히 와닿습니다


당신의 그림자가 길어질 때마다

나는 당신을 연주하며

멀어질수록 더 크게 들리는 

마음을 배웠습니다


첼로는 묻지 않고

당신은 말하지 않지만

우리는 서로를 알아듣는 법을

줄과 숨 사이의 떨림을 통해 

조금씩 배워가고 있었네요


그리고 지금

당신의 슬픔이

더 이상 고요에 묻히지 않도록

나는 두 손을 다해

당신의 목을 껴안듯 연주합니다


그 소리는

하늘 아래 당신을 이해하는

가장 낮은 소리였습니다

작성 2025.09.17 11:19 수정 2025.09.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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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