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비에 담긴 그리움
- 詩人 전상빈
비가 그친 뒤,
대지는 숨을 고르며
가을의 이름을 천천히 부른다.
사라진 듯 남아 있는 여름의 체온,
그대가 내 어깨 위에 남겨 놓은
따스한 숨결처럼, 짙고 진하다.
젖은 흙과 풀잎 속에서
그 온기가 아직도 내 마음을 적신다.
차가운 바람은 이마를 스치며
그대의 시선을 데려오고,
기억의 서랍은 천천히 열려
그대의 이름을 속삭인다.
낯선 듯 익숙한 향기,
그대가 건네던 빛의 언어처럼
그리움이 바람에 스며
가슴 깊숙이 은은히 물든다.
나뭇잎마다 서성이던 햇살은
이제 빛바랜 편지로 변해
촉촉한 물기 위에 앉아,
지난 계절의 미소를 전한다.
가을은 언제나,
그대의 애정으로 다가와
우리의 시간을 단정히 묶고,
마음의 서가에
한 권의 시집처럼 놓고 간다.
2025,09,17 오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