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부산 사직동 '새마을 유치원'. 최원장은 대형견 유치원의 특성상 강한 이미지를 위해 '최마녀'라는 별칭을 사용하고 있다. |
부산 동래구 사직동 한 골목, 유난히 활기가 넘치는 공간이 있다. 반려견들이 아침마다 등원하고 저녁이면 집으로 돌아가는 이곳은 사람들의 어린이집을 닮은 특별한 유치원이다. 최근 1인 가구 증가와 반려동물 인구 확대 속에서 ‘펫케어 산업’은 급성장하고 있다. 기자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꾸준히 입소문을 타고 있는 애견유치원 ‘새마을유치원’을 찾았다. 이곳은 10년간 꾸준히 운영을 이어오며, 중·대형견을 중심으로 반려견 돌봄 문화를 선도해 온 공간이다.
![]() ▲ 새마을 유치원 실내 공간에서 함께 어울리는 반려견들 |
새마을유치원을 운영하는 최 원장(별칭 최마녀)은 “여기는 반려견 유치원이고 동시에 호텔 기능도 함께 갖춘 곳”이라며 “특히 체급 차이로 인한 안전 문제 때문에 소형견 중에서도 5kg 이하의 아이들은 받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대형견들은 놀이 과정에서 입을 사용하기 때문에 사소한 충돌도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최 원장은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뛰놀고 가족처럼 지낼 수 있도록 안전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실내 |
최마녀 원장이 이 길을 걷게 된 계기는 가족과 함께 키운 리트리버였다. 키우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 다시는 개를 키우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결국 다시 리트리버를 입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대형견의 에너지는 산책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러다 우연히 방문한 애견카페에서 다른 개들과 뛰놀며 금세 지친 반려견의 모습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날 밤 개가 푹 자는 걸 보고 알았어요. 아, 이거다.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야 아이들이 행복하구나.” 이 경험이 훗날 유치원을 창업하는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다.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옥외 |
10년 전 부산에는 아직 애견카페 외에 전문적인 돌봄 시설이 드물었다. 최 원장은 직접 발로 뛰며 경험했던 불편함—예를 들어 아이를 픽업해주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개선하고자 했다. 그렇게 ‘등하원 서비스’를 도입하며, 유치원은 단숨에 보호자들의 신뢰를 얻었다. 당시에는 애견 산업이 이제 막 태동하던 시기였지만, ‘조금 일찍 시작한’ 그녀의 선택은 적중했다. 대형견 보호자들의 수요가 많았던 부산에서, 새마을유치원은 빠르게 입소문을 타며 자리를 잡았다.
![]()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
그러나 성공의 이면에는 큰 시련도 있었다. 2호점을 확장해 대규모 운동장을 운영하던 시절, 대형견 간의 격렬한 싸움을 뜯어말리다 큰 부상을 입은 것이다. 최 원장은 “50kg, 40kg 아이들이 붙었는데 제가 말리다가 팔과 인대가 심하게 손상됐다”며 그때 생긴 상처를 보여주었다. 무려 6개월 가까이 병원에 입원하며 몇 차례 수술을 받았고, 신경까지 손상된 탓에 한때 업을 완전히 접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적처럼 재활에 성공한 그녀는 다시 현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기를 지나며 상호를 지금의 ‘새마을유치원’으로 바꾸고 새 출발을 했다.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
현재 새마을유치원은 단순한 돌봄 공간을 넘어 유기견 보호와 입양 연계에도 힘쓰고 있다. 최마녀 원장은 “우리는 종종 보호자가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아이를 맡긴 경우, 장기간 돌봐야 할 때가 있다”며 “비용 문제로 난관에 부딪히는 보호자들이 있을 때는 유기견 보호 차원에서 아이들을 케어하고,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역할도 한다”고 말했다.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헌혈 캠페인 |
이와 더불어 새마을유치원은 최근 공혈견(公共血犬) 제도 폐지를 지지하며, 반려견 헌혈(헌혈견, volunteer donor dog) 활동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공혈견이란 ‘혈액 공급을 위해 오로지 수혈용 피를 제공하기 위해 길러지는 개’를 말하며, 많은 경우 비위생적 시설, 잦은 채혈, 관리기준 미비 등으로 문제가 제기돼 왔다.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
헌혈견은 보호자와 함께 자발적으로 참여하며, 건강한 반려견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혈액을 기여하는 방식이다. 헌혈견에게는 건강검진, 전염병 검사 등이 제공되는 혜택이 있으며, 엄격한 기준의 윤리적인 방식으로 평가받는다.
![]()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
최마녀 원장은 “공혈견 제도는 오래전부터 반려동물 복지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서, “저희 새마을유치원도 보호자 분들과 함께 헌혈견 문화가 확산되길 바라고, 가능하면 헌혈견으로 등록 가능한 아이들을 돕는 활동을 시작해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단순한 돌봄 시설을 넘어 반려견 “삶의 존엄성과 윤리적 관계”를 지키려는 의지의 표현이다.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
최 원장은 헌혈견 활동이 당장은 많은 아이들이 참여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고 인정했다. 대형견이어야 하고, 건강 상태가 양호해야 하며, 헌혈 후 회복 관리가 필요하므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은 변화라도 시작해야 한다”며 “보호자들이 헌혈견 개념을 제대로 알고, 공혈견에 대한 의문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력은 여러 매스컴에도 조금씩 알려지며 여러 TV 프로그램에 소개되기도 했다. 작은 움직임이지만 사회 전반에 문제의식을 환기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 사진 = 최 원장이 참여한 동물농장 |
최마녀 원장은 업계 현실에 대한 냉정한 시각도 전했다. “많은 분들이 반려견유치원을 단순히 동물을 사랑한다는 이유로 시작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아요. 아이들이 매일 예쁜 짓만 하는 게 아니고, 뜻대로 되지 않기 때문에 쉽게 지쳐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2년을 못 버티고 문을 닫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녀는 자신만의 강점으로 ‘빠른 성향 파악 능력’을 꼽았다. 보호자에게서 충분한 정보를 듣지 못하더라도 짧은 시간 안에 반려견의 습성과 특성을 캐치해 안정적으로 적응시키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은 집에서는 물을 잘 마시지만 밖에서는 절대 안 먹을 수도 있어요. 그런 특성을 빨리 파악하는 게 이 일에서 정말 중요하죠.”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
실제로 새마을유치원은 오랜 신뢰 관계로 이어져 온 보호자들이 많다. 8년째 꾸준히 맡겨지는 반려견도 많고, 최 원장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관리하기 위해 때로는 몽둥이로 공간을 차단하거나 발로 막아야 하는 순간이 있는데, CCTV로 대충 보면 자칫 학대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하지만 보호자분들이 저를 믿고 계속 맡겨주신다는 게 가장 큰 힘”이라고 말했다.
현재 새마을유치원은 부산 동래구 사직동에 위치한 본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가맹점으로 해운대점이 함께 하고 있다. 최 원장은 앞으로도 “중·대형견을 위한 안전한 돌봄 환경과 신뢰를 바탕으로 애견유치원&호텔 가맹점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사진 = 새마을 유치원 |
특히 새마을유치원은 단순히 가맹점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창업 이후에도 정기적인 교육, 매출 컨설팅, 마케팅 지원까지 제공해 예비 창업자들이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호자와의 소통과 신뢰”라며, 반려견들의 안전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새마을유치원의 변함없는 원칙임을 강조했다.
취재를 마치며 기자는 최마녀 원장의 이야기가 단순한 ‘사업 성공담’이 아님을 느꼈다. 리트리버와 함께한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해, 업계의 허점을 개선하고자 도전했던 용기, 그리고 시련을 딛고 다시 일어선 끈기가 오늘의 새마을유치원을 만들었다. 특히 공혈견 제도의 문제를 인식하고 헌혈견 문화를 실천하려는 시도는, 반려견 돌봄의 윤리적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일이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 시대, 앞으로 새마을유치원은 중·대형견 보호자들에게 돌봄과 윤리, 신뢰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