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셸리, 여성적 글쓰기로 문명을 해부하다

억압된 목소리, 여성적 글쓰기의 탄생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과학 문명의 오만

프랑켄슈타인이 남긴 문명 비판의 유산

메리 셸리, 여성적 글쓰기로 문명을 해부하다 사진-이지스쿨 뉴스

 

억압된 목소리, 여성적 글쓰기의 탄생

 

“괴물은 창조된 존재인가, 아니면 사회가 낙인찍은 산물인가.”
메리 셸리가 19세기 초, 불과 열아홉 살의 나이에 던진 이 질문은 단순한 문학적 상상력이 아니라 문명과 권력, 그리고 여성적 글쓰기에 대한 선명한 선언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흔히 ‘최초의 공상 과학 소설’로 불리지만, 그 기저에는 여성의 시선으로 당대 문명을 해체하고 재구성하는 문제 의식이 숨어 있다.

 

그녀는 당대 여성 작가로서 이중의 억압을 견뎌야 했다. 사회는 여성이 글을 쓰는 행위를 의심했고, 과학과 철학 담론은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그러나 셸리는 오히려 이러한 경계를 문학 속에서 돌파했다. 그녀가 창조한 프랑켄슈타인의 괴물은 단지 과학적 실험의 부산물이 아니라, 목소리를 빼앗긴 주변부 존재의 은유였다. 이 괴물의 탄생과 고통은 곧 여성의 침묵과 억압의 경험을 대변하는 서사였다.

 

프랑켄슈타인의 괴물과 과학 문명의 오만

 

산업혁명기의 영국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새로운 문명의 시대를 맞고 있었다. 그러나 셸리는 그 찬란한 빛 속에서 그림자를 보았다.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시체 조각을 이어붙여 생명을 창조하려는 시도는 인간 이성이 가진 무한한 탐욕과 오만의 상징이었다.

 

괴물은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문명이 스스로 낳은 자식이었다. 이 자식은 버려지고 혐오당하며, 결국 창조주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셸리는 이 과정을 통해 문명이 인간성을 잃을 때 어떤 비극을 초래하는지를 묻는다. 그녀의 글쓰기는 과학 만능주의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자, 인간이 만든 시스템에 의해 소외되는 존재들에 대한 연민이었다. 이는 단순히 기술 발전에 대한 우려가 아니라, 권력화된 문명의 자기파괴적 속성을 고발하는 예언적 언어였다.

 

 

가부장적 질서와 여성적 시선의 교차

 

메리 셸리는 또한 가부장적 질서에 도전하는 서사를 구축했다. 빅터는 전형적인 남성적 과학자의 얼굴을 하고 있다. 그는 여성적 역할, 즉 돌봄과 양육을 거부하고 ‘창조주’로 군림하려 한다. 그러나 그가 낳은 피조물은 돌봄의 부재 속에서 비극적 괴물로 변한다.

 

여기서 셸리는 남성적 창조의 오만과 여성적 양육의 결핍을 대비시킨다. 어머니의 목소리가 삭제된 세계에서 생명은 결코 온전할 수 없다는 메시지다. 괴물의 비극은 단순히 과학의 실패가 아니라, 돌봄 없는 권력의 폭력적 결과다. 여성적 시선은 이 지점에서 문명 비판으로 확장된다. 즉, 사회가 배제한 여성적 가치야말로 인간 문명이 지탱되기 위한 조건임을 드러낸다.

 

 

프랑켄슈타인이 남긴 문명 비판의 유산

 

200여 년이 흐른 지금도 《프랑켄슈타인》은 여전히 읽힌다. 인공지능, 유전자 조작, 로봇 공학 등 인간이 스스로 창조주가 되려는 시도는 셸리가 경고한 질문을 되살린다. “우리가 만든 존재가 우리를 파괴한다면,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메리 셸리의 여성적 글쓰기는 단순히 ‘여성 작가의 시선’에 그치지 않았다. 그것은 문명이 외면한 주변부의 목소리를 문학의 중심으로 끌어온 정치적 행위였다. 그녀는 여성의 경험과 언어를 통해, 남성 중심의 문명이 감추려 한 균열을 폭로했다. 오늘날 《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읽는다는 것은 단순히 고전을 되새기는 일이 아니라, 여전히 반복되는 문명의 오만을 반성하는 일이기도 하다.

 

문명의 진보가 인간의 존엄을 보장하지 못한다면, 그 진보는 진정한 의미에서 ‘괴물’일지도 모른다. 독자에게 남는 질문은 여전히 날카롭다. 우리는 과연 우리의 괴물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작성 2025.09.18 08:01 수정 2025.09.1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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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