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돼지책은 유효한가? 20주년 리커버판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모두가 행복한 가족을 위해 필요한 변화와 공존의 메시지

 

 

 

 

아직도 돼지책은 유효한가? 20주년 리커버판이 던지는 날카로운 질문

 

 

앤서니 브라운의 그림책 『돼지책』이 한국 출간 20주년을 맞아 리커버 한정판으로 돌아왔다단순한 아동 그림책이 아니라가사 노동의 불평등과 성 고정관념 문제를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담아낸 고전으로 평가받는 작품이다.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발표된 이후 전 세계 독자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이 책은, 2001년 국내 소개 당시에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특히 엄마만이 집안일을 해야 한다는 오래된 통념을 비틀어 풍자적으로 표현한 장면들은 당시 사회에서도 신선한 충격이었다. 20년이 흐른 지금사회는 많이 달라졌을까아니면 여전히 돼지책이 던진 질문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까이번 리커버판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비추며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을 상기시킨다.

 

 36년 전 영국, 20년 전 한국돼지책이 던진 문제의식

 

『돼지책』은 평범한 가정 속에서 벌어지는 불평등을 정면으로 다뤘다영국에서 출간된 1980년대는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지던 시기였지만가정 내 역할은 여전히 불균형했다. 2001년 한국 출간 당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맞벌이가 늘어나고 있었지만 집안일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여겨졌다『돼지책』은 이런 현실을 동화적 상상력으로 드러내며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특히 당시 어린이책에서 성평등 문제를 직접 다룬다는 것은 파격에 가까웠다이 책은 단순히 가족 이야기가 아니라사회적 편견에 대한 도전장이었다. 20년 전 이 문제의식이 한국 독자들에게도 공감을 불러일으킨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성 고정관념을 깨는 통쾌한 선언, “너희들은 돼지야

 

작품 속 피곳 씨 가족은 전형적인 가부장적 구조를 보여준다아버지와 아들들은 밥을 달라고 요구하고소파에 늘어져 텔레비전을 본다직장에 다니는 어머니마저 집안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결국 피곳 부인은 집을 떠나고남겨진 세 남자는 스스로 집안일을 해보려 하지만 엉망진창이다앤서니 브라운은 이 과정을 통해 가사 노동을 당연히 여성의 몫으로 여기는 태도를 비판한다특히 가족이 하나둘 돼지로 변해가는 장면은 풍자이자 선언이다.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메시지는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성 고정관념에 맞선 날카로운 경고다브라운 특유의 유머러스한 그림 속에 숨겨진 돼지 모티프들은 독자로 하여금 웃음을 터뜨리게 하면서도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2024년 생활시간 조사 맞벌이 가구에서도 여전히 큰 성별 가사노동 격차

 

20년이 흐른 지금은 어떨까? 2024년 통계청 생활시간 조사에 따르면 여성은 하루 평균 3시간 이상을 가사와 돌봄 노동에 쓰는 반면남성은 1시간이 채 되지 않는다맞벌이 가구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여성은 직장과 가정을 동시에 책임지지만남성의 참여는 여전히 제한적이다표면적으로는 성평등 의식이 확산되었지만 실제 시간 배분에서의 불균형은 여전히 크다이는 『돼지책』이 20년 전 던진 질문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보여준다돼지책의 메시지가 단순히 어린이책의 교훈이 아니라한국 사회의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이유다.

 

 모두가 행복한 가족을 위해 필요한 변화와 공존의 메시지

 

작품의 결말에서 피곳 씨와 두 아들은 결국 가사 노동을 분담하기 시작한다세탁요리청소가 단순히 엄마의 일이 아니라 가족 공동체 구성원이 함께 해야 할 일임을 깨닫는다이 장면은 단순한 해피엔딩이 아니라사회 전체에 던지는 요구다모두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특정 성별이 아닌 모든 구성원이 책임을 나눠야 한다는 것앤서니 브라운은 이 메시지를 유머와 풍자를 통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냈다『돼지책』은 단순히 과거를 풍자하는 고전이 아니라여전히 현재를 비추는 날카로운 사회적 거울이다그리고 앞으로도 이 질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돼지책』은 36년 전 처음 출간될 때와 마찬가지로지금도 여전히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여전히 가사노동은 성별에 따라 불균등하게 분배되고 있다그렇기 때문에 돼지책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다이번 리커버판은 단순한 재출간이 아니라오늘의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다가정 속 성평등은 아직도 완성되지 않았다그림책이라는 매개체가 우리에게 던지는 이 무거운 질문은오히려 앞으로 더 깊이 논의해야 할 화두일 것이다.

 

 

삶을 바꾸는 동화 신문 기자 kjh0788@naver.com
작성 2025.09.18 08:57 수정 2025.09.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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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