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꺼꾸로 마음의 숲 5
숲은 이제 평온했습니다.
바람은 부드럽게 스쳤고, 나무들은 뿌리를 땅에 내린 채 단단히 서 있었습니다.
도윤은 숲을 천천히 둘러보며 속삭였습니다.
“고마워 내가 진짜 마음을 알 수 있게 해줘서.”
토끼가 다가와 귀를 까딱이며 웃었습니다.
“이제 네 심장은 제자리를 찾았어. 그러니 돌아갈 시간이야.”
“돌아간다니 어디로?”
“네가 원래 있던 곳, 도서관 말이야.”
토끼는 말끝을 길게 끌며 장난스럽게 덧붙였습니다.
“아니면, 네 마음 속 깊은 도서관일 수도 있고.”
도윤은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습니다.
“나 여기 더 있고 싶어. 숲이 변하는 걸 지켜보고 싶어.”
토끼는 잠시 도윤을 바라보다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숲은 네 마음 안에 있어. 네가 원할 때마다 다시 떠올릴 수 있지.”
도윤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렇구나 그럼, 잊지 않을게.”
토끼는 작은 앞발을 흔들었습니다.
“잊는 게 아니라 기억하는 거야. 네 눈물이, 네 웃음이, 다 네 곁에 있거든.”
도윤은 살며시 웃음을 지었습니다.
이번에는 진짜, 마음에서 피어나는 웃음이었습니다.
그때, 숲 한가운데에 있던 책이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거꾸로 마음의 숲』—처음 도서관에서 보았던 바로 그 책이었습니다.
책장이 스스로 열리며 빛이 흘러나왔습니다.
토끼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이제 들어가. 그러면 다시 돌아갈 수 있어.”
도윤은 파란 운동화를 내려다봤습니다.
심장이 두근거리며 속삭이는 것 같았습니다.
‘괜찮아. 이제는 돌아가도 돼.’
도윤은 조심스레 책 속의 빛으로 발을 내디뎠습니다.
눈부신 빛이 사라지고, 도윤은 눈을 떴습니다.
그곳은 다시 도서관이었습니다.
낯익은 책장, 조용한 공간, 창밖에서 흘러드는 오후 햇살.
손에는 여전히 『거꾸로 마음의 숲』이 놓여 있었습니다.
도윤은 책을 꼭 끌어안으며 속삭였습니다.
“정말 있었던 일이었을까?”
하지만 가슴 한가운데 따뜻한 기운이 맴도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심장은 분명 제자리를 찾아 뛰고 있었고, 그 리듬은 어제와 달랐습니다.
“응, 맞아. 내 안에서 있었던 일이야.”
다음 날, 교실에서 작은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가 실수로 도윤의 필통을 떨어뜨려 망가뜨린 것이었지요.
친구는 당황하며 말했습니다.
“미안해 내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예전 같으면 도윤은 어쩔 줄 몰라 고개를 숙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습니다. 조용히 웃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나도 실수 많이 하거든.”
친구는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도윤의 웃음은 가벼운 게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이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