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빠르게 요약해줘.”
“아니, 이번엔 깊이 있게 분석해줘.”
이 두 문장은 단순한 요청이 아니라, 이제는 AI에게 ‘사고 방식을 전환하라’는 명령이 됐다.
최근 OpenAI가 공개한 GPT-5 Thinking 모델은 질문마다 사고의 깊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을 탑재했다. 단순히 답변 속도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고 전략을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AI와 협력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신호탄이라 할 만하다.


그동안 AI는 질문의 성격과 무관하게 일정한 사고 프로세스를 거쳐 답변을 내놓았다. 간결한 요약을 요구하든, 깊이 있는 분석을 원하든 방식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GPT-5 Thinking은 이를 깨뜨렸다.
‘짧게’ 모드에서는 빠른 응답과 키워드 중심의 요약을 제공한다. 뉴스 브리핑이나 회의록 정리에 유용하다.
‘길게’ 모드에서는 단계별 추론과 맥락 분석, 창의적 제안까지 담는다. 전략 기획이나 학술 분석, 창작 작업에 최적화된 방식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능 업데이트가 아니다. 이제 우리는 AI에게 무엇을 답할지뿐 아니라 어떻게 생각할지를 지시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 것이다.
이 기능의 핵심은 ‘맞춤형 사고 스타일’이다. 사용자 의도에 따라 AI는 뉴스 속기 담당자가 되기도 하고, 철학자나 전략가로 변신하기도 한다.

이제 AI는 ‘똑똑한 계산기’를 넘어, 사용자의 목적에 맞춰 사고 스타일을 바꾸는 협업 파트너가 됐다.
AI 활용의 본질적 혁신은 ‘사고의 밀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인간이 AI를 활용하는 방식 전반에 변화를 일으킨다.
예컨대 기업 전략회의에서 GPT에게 “짧게 요약해줘”라고 하면 전체 흐름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 이어서 “길게 분석해줘”라고 요청하면, SWOT 분석, 잠재 리스크, 대안 시나리오까지 도출된다. 같은 데이터에서 다른 사고 전략을 뽑아내는 것이다.
결국 AI는 단순한 정보 제공자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사고의 강약’을 조율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한다. 이는 인간의 사고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AI는 더 이상 단순히 무엇을 답할지를 묻지 않는다. 이제는 사용자에게 어떻게 생각해주길 원하는가를 되묻는다.
GPT는 필요할 때는 요약가로, 또 다른 순간에는 철학자이자 전략가로 변모한다. 남은 것은 우리의 선택이다.
우리는 AI에게 “얼마나 깊이 생각하길 원하는가”를 스스로 정해야 한다.
앞으로의 협업은 답을 얻는 과정이 아니라, 사고 방식을 설계하는 과정이 될 것이다. 질문의 질과 깊이가 곧 협업의 성과를 좌우한다.
이제 우리는 AI의 생각까지 디자인하는 시대를 맞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