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금리 인하에도 뉴욕증시 혼조…기술주 흔들리고 금융·에너지 선방

9월 17일(현지 시각) 뉴욕증시는 연방준비제도의 올해 첫 금리 인하 결정에도 불구하고 혼조세로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완화적인 정책 전환을 기대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이 회견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증시 상승세가 제한됐다.
지수별로 보면,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0.57% 오르며 46,018.32에 마감해 상대적으로 좋은 흐름을 보였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은 0.32% 내린 22,261.33으로 약세를 나타냈다. S&P500도 0.10% 하락해 6,600.35를 기록했고, 중소형주가 많은 러셀2000은 0.2% 오르며 소폭 방어에 성공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지면서 변동성 역시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날 연준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며 금리를 4.00~4.25% 범위로 조정했다. 이번 인하는 올해 들어 처음이며, 그 자체로 통화정책의 전환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지표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이번 인하가 완화 사이클의 본격 시작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인플레이션과 고용 등 경제지표의 흐름에 따라 연준이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종목별로 보면, 엔비디아는 중국 당국이 AI 칩 구매 중단 지침을 내렸다는 소식에 2% 넘게 하락하며 기술주 전반에 약세를 이끌었다. 브로드컴 역시 AI 부문 성장 기대와 달리, 통신·스토리지 분야 둔화 우려로 등락을 거듭했다. 애플은 투자기관 Bernstein SocGen이 목표주가를 290달러로 높이면서 소폭 상승했지만, 금리 정책의 방향성에 따라 앞으로 주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테슬라는 일론 머스크가 약 10억 달러 규모 자사주를 매입했다는 소식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갔다. 대주주가 직접 매수에 나선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지만, 전기차 납기 지연과 수익성 압박이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금융주는 다우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골드만삭스,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주요 은행과 카드회사 주가는 금리 인하에 따른 대출 수요 회복 기대, 그리고 채권 수익률 변화에 힘입어 올랐다. 에너지 섹터도 강하게 움직였다. 미국 에너지정보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주 원유와 휘발유 재고가 예상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면서 공급 부족 우려가 커졌다. 한편 난방유와 디젤 재고는 늘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유가를 떠받치는 데 힘을 보탰다. WTI유는 배럴당 64달러 중반에서 거래됐고, 엑슨모빌과 셰브런 역시 동반 상승했다.
거시 경제지표를 보면,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약 4.07%, 2년물은 3.51%로 각각 소폭 하락하며 장단기 금리차는 다소 줄었다. 연준 발표 이후 달러지수는 상승 쪽으로 움직였고, 금값은 사상 최고가 근처에서 머물러 불확실성 속에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났다. 비트코인은 특별한 이슈 없이 11만 달러 초반대에서 거래됐으며, 위험자산 흐름과 연결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적으로 “예상된 인하였지만, 기대감은 조심스럽게 절제된 모습”이라는 해석이 많았다. 기술주와 반도체는 밸류에이션 부담, 그리고 중국 규제 등 여러 불확실성에 흔들렸고, 대신 금융과 에너지는 금리와 유가라는 변수 덕에 강세를 띠었다. 앞으로 주목할 리스크로는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속도와 강도, 국제 유가 변동, 그리고 글로벌 규제·무역 환경에 따른 기업 실적 불확실성이 꼽힌다.
한편, 오늘 밤에는 미국의 주택착공 및 건축허가 실적 발표가 동부시간 오전 8시 30분(한국시간 저녁 9시 30분)에 예정돼 있다. 이어 정유재고 발표도 10시 30분(한국시간 밤 11시 30분)에 나오는데, 이 역시 에너지 섹터를 중심으로 단기 변동성을 더할 수 있다. 연준의 발표와 파월 의장 기자회견은 시장에 이미 반영됐지만, 세부 발언과 조만간 공개될 의사록이 또 다른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The Money Post | 돈의 흐름에서, 트렌드의 통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