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은 인식으로 만족을 결정한다. 맛의 느낌이 반영되면 반사적인 인식이 일어난다. 이에 따른 맛과 후각 자극(taste and smell stimuli)이 감정적(emotional) 반응을 유발한다는 연구가 있다. “미각 및 후각 자극에 대한 감정적 반응: 자가 보고, 생리적 측정 및 개인 및 유전적 요인에 대한 잠재적 역할”의 주제로 연구한 토마시니 바르바로사 &테퍼(Tomassini Barbarossa &Tepper 등, 2020-2021)는 맛/냄새 자극이 단순한 감각 경험을 넘어서 심박수, 피부전도(skin conductance) 등의 생리적 반응을 수반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맛의 느낌”이 단순한 주관적 감각이 아니라, 몸(호르몬/생리) 반응과 연결되어 있다는 과학적 근거가 되며, 맛의 인식이 만족 여부 결정에 실질적 역할이 타당하다고 이야기한다.

맛의 느낌은 호르몬의 분비를 통해 만족 여부를 결정한다. 맛을 즐기는 사람들은 자신만의 감각 인식이 발달하였다. 이러한 인식 능력이 말이나 글로 표현되면 맛의 느낌이 전달된다. 맛을 전달할 때는 맛의 느낌을 표현한다. 그런데 맛의 느낌은 대부분 은유와 과장법이 반영된다. 감정(emotion)과 맛(taste)을 은유(metaphor)로 연결한 연구에서는 “감정의 맛: 미각 단어와 감정 사이의 은유적 연관성 / 감정이 풍부한 단어”(Y. Zhou &Tse, 2020)의 주제로 발표하였다. “단맛-sweet”는 긍정적인 감정, “쓴맛/ 신맛-bitter/sour”은 부정적 감정과 은유적으로 강한 연관이 있다는 것이 실험적으로 확인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맛 표현에서 은유나 과장이 단순 장식이 아니며 언어적·인지적으로 감정과 맛이 연결되어 있다고 하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달콤하다”, “쓴맛 같다” 등 감정 상태를 전달하는 표현을 쓰는 것을 과학적으로 설명하였다.
맛을 표현하는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맛의 표현이 어렵기도 하지만, 세상에서 상용화될 수 있는 여건이 무르익지 않아서이다. 맛을 표현하는 것은 새로운 영역으로 새로운 문화이다. 맛의 표현이 문화적인 영역에 반영될 수 있는 것은 인문학에 방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표현은 문화의 척도이다. 표현의 상태와 수준에 따라서 예술로 승화되거나 전문가로 인정을 받는다. 그림의 표현이 미술이고 소리의 표현이 음악이다. 디자인도 표현이고, 글쓰기도 표현이다. 표현을 이루고 있는 범주는 인문학으로 시작하지만, 운동선수는 실력으로 표현하고, 물리학은 공식으로 표현한다. 건물은 설계도면의 표현이지만, 건물의 구조를 분석해보면 기술자들의 솜씨로 표현된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삶의 전반에서 전개되고 있다. 사람들의 교류 또한 표현이지만, 마음의 깊이를 파 들어가는 종교와 철학도 표현의 연출이다.
표현은 인식을 구조적으로 수용해서 자신의 정보를 총합한 몸과 마음의 연출이다. 자신의 지식과 정보는 유전적인 과정을 통해 축적된 인식이다. 무언가를 표현하는 것은 자신의 정보가 발현되는 것으로 대상과 교류하기 위함이다. 세상의 표현은 학습과 반복으로 이루어진다. 이러한 표현으로 자신의 마음이 표출되기도 하지만, 몸의 상태가 나타나기도 한다. 표현은 우리 삶의 기반이면서 지표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표현으로 인정받기 때문이다.

맛을 표현하는 것은 문학과 종교 그리고 철학의 영역이었다. 현시대에는 맛의 표현이 상업화되어 있다. 그래서 광고와 유명인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이러한 맛을 개개인이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이를 인정받기 어렵기도 했지만, 맛 표현을 인정하는 전문가를 찾기 어려워서이다. 맛 표현이 상업화되어 있다는 것은 우리가 상업화된 맛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맛을 충분하게 인식하면 맛의 느낌을 섬세하게 수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이 많아지면 맛의 표현 또한 자연스러워진다. 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맛의 인식 과정이 섬세해야 한다. 우리의 감각은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섬세한 인식 능력으로 갖추어져 있다. 섬세한 인식은 특별한 능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감수성이 충분해서 누구나 이를 받아들일 수 있게 되어 있다. 맛은 인식할 때 본능이 작용한다. 그래서 맛을 인식하는 능력이 좋아지면 모든 영역의 인식 기능으로 연결된다.
맛의 인식이 섬세해지면 표현의 방대한 선택을 구현할 수 있다. 그래서 의성어와 의태어를 많이 활용한다. 세상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이를 하나씩 찾아서 표현하게 되면 이에 대한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하는 계기가 된다. 맛의 인식은 쉽고 단순하다. 맛의 표현 또한 매우 단순하다. 이러한 과정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진행 과정의 속성이 노출되지 않아서이다.

누군가의 표현은 최고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이제는 맛을 표현할 시대이다. AI 시대를 함께할 수 있으려면 표현이 필수이다. 누군가의 표현은 최고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의 표현은 전혀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표현의 기틀을 갖추기 위해서는 감각의 인식을 기반으로 한 맛의 표현이 필요하다. 맛을 표현하면 다양한 인식 역량이 함께 좋아지기 때문이다.
미각 자극이 뇌의 보상 시스템, 감정 처리 영역 및 인지 회로를 활성화함으로써 인지 기능 전반(주의, 감정 조절, 기억력 등)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다. “미각 인식을 위한 신경 회로의 최근 발전”(Fu et al., 2021)에서는 렙틴, GLP-1, 인슐린 등 호르몬 및 신경 펩타이드가 말초 미각 감수성을 조절하며, 배고플 때 단맛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지는 것을 발표하였다. 이러한 의미는 맛을 표현하고 인식하는 훈련은 단지 감각 표현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인체의 신경/생리 구조를 포함해 인지력, 주의력, 감정 조절력 등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고 있다.
맛 평가론 저자 조기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