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의 늪, 집중을 잃은 시대의 뇌

멀티태스킹은 왜 똑똑해 보이는가? 착각의 인지 심리학

깊은 집중이 사라진 사회, 정보 피로와 인지 자산의 고갈

집중력을 회복하는 훈련, 단일 작업의 힘

뇌 과학은 말한다.인간의 뇌는 원래 멀티태스킹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사진=AI 생성

멀티태스킹은 왜 똑똑해 보이는가? 착각의 인지 심리학

한 손엔 스마트폰, 다른 손으론 커피를 들고, 눈으로는 노트북 알림창을 따라가며 회의에 임한다. 이게 익숙하다면, 당신도 멀티태스킹의 세계에 살고 있다.멀티태스킹은 ‘능력 있어 보이는’ 행동으로 포장되어 왔다. 더 많은 일을 동시에 처리하면 더 효율적인 사람처럼 느껴지고, 특히 일의 속도를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선 이게 일종의 능력자 서사처럼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뇌 과학은 말한다.인간의 뇌는 원래 멀티태스킹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우리가 멀티태스킹을 한다고 믿는 순간조차, 뇌는 작업 사이를 빠르게 전환할 뿐이다. 이를 ‘스위칭 비용(Switching Cost)’이라고 한다. 이 비용은 생각보다 크다. 집중을 옮기는 순간마다 뇌는 에너지를 잃고, 정보는 왜곡되며, 오류는 증가한다. 우리는 ‘동시에 많은 걸 하고 있다’고 착각하지만, 사실은 모든 일을 대충 하고 있는 중일지도 모른다.

 

산만함의 대가: 뇌가 진짜로 잃어버리는 것들

문제는 단순한 효율 저하가 아니다.멀티태스킹은 뇌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친다. 스탠퍼드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멀티태스킹에 자주 노출된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보인다.
- 불필요한 정보에 쉽게 주의가 분산된다
- 작업 간 전환 능력이 오히려 떨어진다
- 기억력과 집중력이 낮아진다


즉, 멀티태스킹은 뇌의 선택적 주의 능력(selective attention)을 마비시킨다.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는 뇌의 능력이 약화되며, 결국 사고의 깊이도 줄어든다. 여기에 스마트폰까지 더해지면 상황은 악화된다. 우리는 하루 평균 80회 이상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알림, 소리, 진동 등 다양한 감각 자극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훈련을 받고 있다. 결국 뇌는 지속적 주의 유지보다 빠른 자극 전환에 익숙해진다. 집중력을 잃어버린 사회, 그 대가는 단순한 산만함이 아니라 생각의 품질 저하다.

 

깊은 집중이 사라진 사회: 정보 피로와 인지 자산의 고갈

과거의 집중은 ‘선택’이었다. 지금의 집중은 ‘투쟁’이다. 정보는 매일 넘쳐나고, 우리는 그 정보에 실시간으로 반응해야 한다. 회의 중에도 메시지가 오고, 이메일을 읽으며 유튜브를 틀고, 강의를 들으며 쇼핑몰을 구경한다. 뇌는 쉴 틈이 없다.

 

이런 지속적인 인지 과부하는 ‘디지털 브레인 포그(brain fog)’라는 상태를 만든다. 생각이 흐릿해지고, 결정을 내리기 어려우며, 일상적인 판단도 피로하게 느껴진다. 이것은 단순히 게으름이나 집중력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인지 자산이 고갈된 상태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우리는 이런 상황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산만한 게 일상이고, 집중이 오히려 낯설어진 시대다.

 

집중력을 회복하는 훈련: 단일 작업의 힘

희소성이 된 집중력을 되찾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순하다. 한 번에 한 가지를 하는 것. 이를 ‘싱글태스킹(Single-tasking)’이라 부른다. 익숙하지 않지만, 훈련 가능한 능력이다. 

 

다음은 실제로 도움이 되는 훈련법이다.

디지털 디톡스 구간 설정하기
하루 30분이라도 스마트폰을 끄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만들기.
의도적인 몰입 시간 확보
타이머(예: 포모도로 기법)를 활용해 25분간 단일 작업에 몰입 후 5분 쉬기.
주의력 재교육 루틴
책을 천천히 읽거나, 손글씨로 일기를 쓰는 활동은 주의력 복원에 효과적이다.
정보 수신량 줄이기
불필요한 알림 차단, SNS 피드 정리, 구독 해지 등으로 뇌의 입력 채널 정리.

‘지루함’을 허용하는 연습
멍한 시간을 억지로 채우지 말고, 지루함을 그대로 느끼며 뇌가 회복하도록 돕기.

 

집중은 재능이 아니다. 훈련 가능한 ‘인지 근육’이다. 단일 작업을 반복할수록, 뇌는 깊고 넓게 생각하는 힘을 회복한다.

 

뇌에게 집중을 돌려주자

멀티태스킹은 이제 일상이 아닌 질병의 전조가 되고 있다. 생산성과 능률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는 너무 많은 자극을 받아왔고, 뇌는 그만큼 지쳐버렸다. 진짜 강한 사람은 ‘모든 걸 동시에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한 가지를 깊고 단단하게 해낼 줄 아는 사람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정보가 당신을 향해 오고 있다. 그 중 무엇이 당신의 시간을 가질 자격이 있는지, 그 선택을 당신의 뇌가 직접 하게 해주자.
 

작성 2025.09.18 18:03 수정 2025.09.1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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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