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너무 격하게, 엄마는 너무 조심스럽게? 아이 놀이 균형 맞추는 법

거친 놀이, 아이에게 위험일까 기회일까

엄마의 걱정,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다

놀이 균형을 만드는 세 가지 전략

[놀이심리발달신문]  아빠는 너무 격하게, 엄마는 너무 조심스럽게? 아이 놀이 균형 맞추는 법 조우진 기자 

 

거친 놀이, 아이에게 위험일까 기회일까

 

아이와 노는 아빠의 모습을 보면 종종 엄마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다. 소파 위에서 뛰어내리게 하거나, 아이를 목말 태운 채 전속력으로 뛰는 모습은 ‘위험하다’라는 경고음을 울린다. 반면 아빠는 “애가 즐거워하는데 왜 그래?”라며 개의치 않는다. 사실 발달심리학에서는 ‘거친 신체 놀이(rough-and-tumble play)’가 아이의 운동 능력, 사회성, 규칙 이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강조한다. 뛰고, 구르고, 던지고, 잡는 놀이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법과 상대의 한계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러나 위험 관리가 결여되면 놀이가 다치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거친 놀이가 ‘위험 그 자체’라기보다, 적절한 통제와 안전 장치가 있을 때 기회가 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엄마의 걱정, 단순한 잔소리가 아니다

 

엄마들이 “조심해!”를 입에 달고 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아이의 신체적 안전뿐 아니라 정서적 안정감도 고려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버지니아 대학의 연구에서는 아버지와의 거친 놀이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지려면,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정서적 울타리가 필수라는 결과가 나왔다. 즉, 놀이 과정에서 아이가 공포감을 느끼면 오히려 불안이 강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엄마가 곁에서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아이의 놀이 경험을 더 풍부하게 만들기 위한 균형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아빠의 거친 놀이와 엄마의 세심한 조언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라 볼 수 있다. 문제는 이 두 시각이 충돌할 때 갈등이 아이 앞에서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다. 아이는 놀이가 즐겁다가도 부모의 불화에 불안을 느끼고, 이는 놀이 자체의 긍정적 효과를 반감시킨다.

 

놀이 균형을 만드는 세 가지 전략

 

첫째, 놀이의 규칙을 함께 정하라. 예를 들어, “소파에서 뛰되, 쿠션을 깔아 안전망을 만들자”라는 합의는 아빠의 와일드함과 엄마의 안전 요구를 동시에 반영한다. 부모가 합의한 규칙을 아이와 함께 확인하면 아이는 ‘규칙이 있으면 즐겁게 놀 수 있다’는 메시지를 학습한다.
 

둘째, 역할을 분담하라. 아빠가 신체적 활동을 주도하면 엄마는 안전 담당으로 참여한다. 이때 엄마의 역할은 놀이를 제지하는 사람이 아니라, 놀이를 안전하게 확장시키는 파트너다. 예컨대 아빠가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면 엄마는 매트 위로 유도하며 “이렇게 하면 더 멋져!”라고 긍정적으로 개입한다.
 

셋째, 놀이 후 대화 시간을 가지라. 놀이가 끝난 뒤 “오늘 어떤 게 제일 재미있었어?” “무서울 때는 있었어?”라고 아이에게 묻는다. 아빠는 “겁나는 순간이 있었구나, 그럼 다음엔 더 조심해볼게”라고 말하고, 엄마는 “그래도 아빠랑 신나게 논 게 좋았구나”라고 덧붙인다. 이런 대화는 부모의 태도를 균형 있게 전달하며, 아이가 자신감과 안정감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전문가가 말하는 ‘놀이의 황금 비율’

 

아동 발달 전문가들은 아이 놀이의 황금 비율을 ‘안전 50%, 모험 50%’로 설명한다. 안전만 강조하면 아이는 소극적으로 자라 위험 감수 능력이 떨어진다. 반대로 모험만 추구하면 자기 조절이 약해지고 충동성이 커질 수 있다. 한국 아동가족학회의 한 연구에서도, 아빠와의 신체 놀이는 자율성과 사회성을 촉진했지만, 엄마의 정서적 지지와 안전 관리가 함께할 때 그 효과가 극대화된다고 보고했다. 실제 사례로, 한 가정에서는 아빠가 아이와 ‘용감한 모험가 놀이’를 할 때, 엄마가 “모험을 떠나려면 장비가 필요해!”라며 헬멧과 보호대를 챙겨준다. 이렇게 역할을 융합하면, 아빠의 와일드함이 놀이를 풍성하게 하고, 엄마의 조심스러움이 놀이를 지켜주는 완벽한 팀플레이가 된다.

 

충돌이 아니라 조율이다

 

아빠의 거친 놀이는 아이의 성장에 필수적일 수 있고, 엄마의 안전 감각은 그 성장을 보호한다. 갈등으로 맞붙는 순간, 아이는 즐거움 대신 긴장을 배운다. 그러나 두 시선이 만나 균형을 이루면, 아이는 신체적으로 튼튼해지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아이로 자라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누가 옳은가”가 아니라, “어떻게 함께 조율할 것인가”다. 부모가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고, 놀이의 규칙을 합의하며, 아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 놀이는 갈등이 아닌 가족을 단단히 묶는 연결고리가 된다.

 

작성 2025.09.18 22:37 수정 2025.09.18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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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