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 없다.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하다.” 심리학자 매슬로우가 말한 ‘존경의 욕구’는 인간 본능의 일부다. 하지만 인정이 과해지면 중독이 된다. SNS에서 ‘좋아요’를 확인하지 않고서는 잠들지 못하거나, 사소한 행동에도 칭찬을 기대하며 불안에 떠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칭찬은 분명 성장을 돕는 긍정적 자극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될 때 우리는 누군가의 박수 소리에만 반응하는 꼭두각시가 될 위험을 안게 된다. 그렇다면 칭찬 중독은 단순히 개인의 성향일까,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집단적 현상일까?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어린 시절의 애정 결핍이 성인기의 강박적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모의 칭찬이 드물었던 아이는 성인이 돼서도 타인의 긍정적 반응을 갈망한다. 반대로, 지나치게 칭찬을 받으며 자란 아이도 문제다. 외부의 평가 없이는 스스로를 확인하지 못하는 ‘외부 규정형 자아’를 갖게 된다.
여기에 현대 사회의 경쟁 논리가 더해진다. 성과를 수치화하는 문화, 상사나 동료의 ‘피드백’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지는 칭찬과 평가의 이중성은 사람을 더 의존적으로 만든다. 칭찬은 사랑의 결핍에서 자라나지만, 성공의 부작용으로도 증폭된다.
심리학자들은 칭찬 중독을 ‘조건적 자존감’이라고 부른다. 미국 미네소타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외부의 칭찬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긍정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실패를 경험했을 때 극도의 무력감을 느낀다고 한다.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칭찬 중독을 자본주의가 만든 산물로 본다. 기업은 직원의 성과를 인정 스티커, 포상, 칭찬 메일 등으로 관리하며, 개인의 성취욕을 동기부여 도구로 활용한다. SNS 역시 ‘좋아요’라는 디지털 칭찬을 통해 개인의 감정을 플랫폼의 이익으로 전환한다. 즉, 칭찬은 사랑의 결핍을 달래는 도구이자, 동시에 자본이 만든 상품이기도 하다.

한국심리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20대 청년 중 약 62%가 “SNS 반응이 없으면 불안하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히 ‘칭찬이 기분 좋다’ 수준을 넘어, 칭찬이 없을 경우 자존감이 흔들린다는 의미다. 또 직장인의 70% 이상이 “상사의 칭찬이 동기부여의 핵심”이라고 말했지만, 동시에 “칭찬이 없을 때 업무 의욕이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이 데이터는 칭찬이 보상의 수단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칭찬이 동기부여의 주된 원천이 될 경우, 우리는 ‘외부 충전형 인간’으로 남게 된다. 외부 전원이 끊기면 곧장 멈추는 기계처럼 말이다. 결국 칭찬 중독은 사랑의 결핍에서 출발해도, 성공 중심 사회가 그것을 더욱 강화시키는 구조 속에서 유지되는 셈이다.
칭찬을 받지 못했을 때 우리는 어떤 표정을 짓는가? 스스로를 여전히 존중할 수 있는가? 칭찬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자기 인정을 향한 훈련’이 필요하다. 작은 성취에도 스스로에게 “잘했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질 때 비로소 자존감은 독립적인 뿌리를 내린다.
칭찬은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이 유일한 연료라면 삶은 불안하다. 이제는 박수와 좋아요가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때다. 오늘 하루 스스로에게 어떤 칭찬을 건넬 수 있을지 묻는 것, 그것이 칭찬 중독을 넘어설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