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되지 못한 마음이 우리를 병들게 할 때

숨겨진 감정의 무게-왜 우리는 말하지 못하는가

억눌린 감정의 그림자-몸과 마음에 남긴 흔적

표현과 치유-말하기와 글쓰기가 가진 힘

 

 

“말하지 않은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 정신분석가 프로이트가 던진 이 문장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많은 이들이 화가 나도 참아내고, 슬퍼도 감춘다. 표정은 무표정하지만 속은 폭풍우가 치는 경우가 많다. 왜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걸까. 이유는 다양하다. 

 

 

가정에서 ‘남자는 울지 마라’라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은 슬픔을 약점으로 느낀다. 직장에서 ‘프로답게 행동하라’는 말에 분노와 좌절을 삼킨다. 사회는 ‘적당히 감정을 조절할 줄 아는 사람’을 성숙한 어른으로 평가하지만, 그 과정에서 개인은 스스로를 억누르는 법을 먼저 배우게 된다. 결국 감정을 억제하는 것은 생존 전략이자 동시에 자기 파괴의 시작이 된다.

 

내면으로 억눌린 감정으로 우울한 모습(이미지=온쉼표저널)

 

 

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억눌린 감정은 단순히 사라지지 않고 몸과 마음에 흔적을 남긴다. 분노를 억제한 사람은 고혈압이나 두통에 시달리기 쉽고, 슬픔을 표현하지 못한 사람은 우울증에 취약하다.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그로스의 연구는 감정을 억누르는 ‘억제 전략’이 단기적으로는 사회적 갈등을 줄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스트레스를 높이고 대인관계 만족도를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제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그 배경에 ‘말하지 못한 감정’이 있다고 지적한다. 억눌린 감정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과 직결된 문제다.

 

 

감정을 표현하는 것은 단순히 속을 터놓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을 회복하는 과정이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제임스 페니베이커는 글쓰기 치료 연구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을 글로 쓰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 호르몬이 줄고 면역력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감정일기’ 쓰기, 상담 대화, 미술치료 등 다양한 방식이 감정의 표현과 치유를 돕고 있다. 말하기 역시 강력한 도구다. 친구에게 솔직히 털어놓는 대화, 상담자와의 깊은 대화는 억눌린 감정을 안전하게 흘려보낼 수 있는 길이 된다. 결국 감정은 흘러야 한다. 멈추면 썩고, 흐르면 정화된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사회 역시 감정을 나눌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회사에서 실패를 공유해도 낙인이 찍히지 않는 분위기, 학교에서 학생들이 두려움 없이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환경, 가정에서 ‘울어도 괜찮다’는 메시지가 전해지는 분위기. 이런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질 때 비로소 우리는 감정을 건강하게 다루게 된다. 감정은 숨겨야 할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눌 때 더 큰 힘을 가진다. 억눌린 감정이 병을 만드는 사회에서, 표현된 감정이 치유를 만드는 사회로 가야 한다.

 

 

감정을 숨기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을 속이는 일이다.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은 언젠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터져 나오며, 우리를 병들게 하고 관계를 무너뜨린다. 하지만 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더 온전한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다. 당신은 오늘 어떤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가. 지금 그 감정을 솔직히 꺼내놓을 수 있는 작은 용기, 그것이 스스로를 살리고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작성 2025.09.19 10:36 수정 2025.09.19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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