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식 칼럼] 손자병법의 장유오위(將有五危)

김관식

『손자병법』은 병법서이지만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 모습에서 많은 깨우침을 준다, 이 책에 장유오위(將有五危)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장수가 피해야 할 다섯 가지 유형의 위험을 말하는데, 중국의 춘추시대 말 손무의 지혜를 빌어와 현대인의 생활 유형으로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첫째, 필살가살(必死可殺): 필사적으로 싸우는 자는 죽기 마련이다. 삼국지의 여포와 같은 저돌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들로 저돌적인 행동을 하다가 결국 죽게 된다는 것이다. 나폴레옹이 여기에 해당한다. 워털루 전투에서 마지막까지 싸우려 했으나, 지나친 결단과 무모함 때문에 패배한다. 적절한 시기에 퇴각하거나 재정비를 하지 않고 모든 것을 걸고 싸우려고 하다 보니 결국 패배했다.

 

예를 들면, 공무원들이 부정축재를 위해 가리지 않고 재물을 긁어모으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호색한(好色漢)이 마음에 드는 여자라면 가리지 않고 엽색을 밝히거나 반대로 여자가 남성에게 추파를 던지는 치녀들이 사회적으로 매장당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이뿐만 아니라 출세를 위해 철면피한 행동을 일삼는 사람이 높은 자리에 빨리 올라간다. 

 

그러나 그 저돌적인 습성을 버리지 못하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서도 철면피한 행동을 하다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가끔 언론보도를 통해 들어왔다. 우리 주위에는 필살가살의 이기주의자들이 축재, 호색, 출세 등에 집착하다가 패가망신하거나 법의 심판을 받는 사람들이 오늘날에도 존재하고 미래에도 존재할 것이다. 

 

둘째, 필생가로(必生可虜) : 살아남기 위해 싸우면 사로잡힌다. 배신을 일삼는 삼국지의 위연과 같은 기회주의자들을 말한다. 제갈량이 유비에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주인을 바꾸는 위연을 믿지 못한다고 충언을 했지만, 유비는 그를 부하로 기용했다. 그리고 조조의 적벽대전을 그 사례로 들 수 있다. 조조는 적벽대전에서 물러나기 위해 서둘러 퇴각했지만, 결국 크게 패하고 말았다. 살아남기를 우선시하다 보니 적의 전략에 말려들었고, 마침내 수많은 병사들은 포로가 되었다. 

 

우리나라 철새 정치인들과 자기만 살아남기 위해 힘 있는 자에게 달라붙는 노예근성을 가진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역사적으로 일제강점기 일본의 앞잡이 노릇을 하며 동족들을 못살게 굴었던 친일파들도 있었고, 오늘날에도 물질의 노예가 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비인간적인 행동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인물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기만의 이익을 위해 자기 중심적으로 살아가기 때문에 주위의 많은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주게 된다. 이는 공익보다는 사익을 우선하는 비도덕적인 놀부와 같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사회 구성원 간의 연대감이 무너지게 된다. 이들은 말은 공허하다. 겉과 속이 다르다. 거짓말로 남을 속인다, 인격이 없다.

 

셋째, 분속가모(忿速可侮) : 성미가 급한 자는 기만을 당하기 마련이다. 삼국지의 장비와 같은 인물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고 로마의 카이사르와 폼페이우스의 파르살루스 전투가 그 사례이다. 파르살루스 전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와 그나이우스 폼페이우스 간의 로마 내전에서 벌어진 중요한 전투이다. 폼페이우스가 카이사르의 도발에 성급히 대응하다가 전략적 실수를 범하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인해 결국 패배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인물들의 성격은 대체로 너무 쉽게 흥분하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욱하는 성질이며, 화를 잘 낸다. 그 결과, 주위 사람들로부터 빈축과 원성을 사게 되어 외톨이 신세가 된다. 이런 성격들은 조급하고. 자존심이 강하여 남과 어울리지 못한다.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기질로 자신의 힘이 세다고 함부로 날뛰다가 나중에는 주위 사람들의 비웃음거리가 된다. 모든 일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고 감정적으로 처리하는 다혈질의 성격이라고 할 수 있다. 주로 외향적이고 사교적이며 융통성 있는 사고로 문제 해결을 창의적이지만, 자기중심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며, 즉흥적으로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넷째, 염결가욕(廉潔可辱) : 청렴결백한 자는 모욕을 당하기 마련이다. 지나치게 원칙을 고수한다. 청렴결백한 삼국지의 관우가 여기에 해당하고, 조선의 임진왜란 중 유성룡의 사례를 들 수 있다. 유성룡은 지나치게 원칙만을 고수했다. 그러다가, 결국에는 융통성을 잃고 일본군의 전략에 대응하지 못하고 임진왜란으로 온 나라가 어려움을 겪었다.

 

“맑은 물에는 물고기가 살지 못한다.”는 속담처럼 너무 완벽하면 주위에 사람이 따르지 않는다. 담즙질 성격이 여기에 해당한다. 주로 외향적이고, 빠르게 사고하며, 활동적이고 실용적인 성격으로 의지가 강하고 쉽게 짜증을 내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있으며 자립적이고 매우 독립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다. 다른 사람과 소통할 때는 간결하고, 직접적이며, 핵심만 말하며 단호한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다섯째, 애민가번(愛民可煩) : 인간을 너무 사랑하면 그 때문에 번민하기 마련이다. 삼국지의 유비의 성격이다. 유비는 부하 또는 사람을 너무 사랑하는 스타일이어서 결정력이 부족하고 우유부단한 면이 있었다. 그리고 미국 남북전쟁의 조지 맥클렐란 장군의 예를 들 수 있다. 맥클렐란 장군은 지나치게 부하와 병사들을 보호하려는 태도로 고집한 나머지, 필요한 시기에 적절한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번번이 전투에서 실패했다. 이는 자기가 아끼는 사람에게 집착하면, 조직을 위태로운 상황에 빠뜨릴 위험이 있듯이 인정주의에 빠지면 전체 조직을 위태롭게 하는 것이다.

 

장유오위(將有五危)는 옛날 장수들에게 주는 교훈이었지만, 오늘날 우리들에게 큰 깨우침을 준다. 현대인의 다양한 성격을 다섯 가지로 분류, 압축했지만, 세밀하게 분류한다면 다섯 가지 위험 요소가 두 개 이상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할 것이다. 공자의 『論語』,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것을 안다”라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로 과거의 지식을 되새겨 이를 통해 새로운 것을 깨닫는 일은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지혜일 것이다.

 

생존경쟁이 치열해지는 오늘날, 필살가살(必死可殺), 필생가로(必生可虜)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로 싸우다 보면 갈등만 남게 되고, 인간관계는 소원해지게 된다. 모두가 다 같이 행복해지는 길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해주고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사람은 서로 얽혀져 살아간다. 남의 불행을 딛고서는 자신이 행복해질 수 없다. 장유오위(將有五危)가 현대인에게 주는 교훈은 서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해 주고 돕고 살아갈 때 인간미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역설하고 있는 것이다.  

 

 

[김관식]

시인

노산문학상 수상

백교문학상 대상 수상

김우종문학상 수상

황조근정 훈장

이메일 : kks41900@naver.com

 

작성 2025.11.17 10:19 수정 2025.11.1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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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1-30 10:21:54 / 김종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