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 좋아해?”라는 질문의 의미: 사랑 확인의 언어
“나 좋아해?” “나 안 좋아해?” 이 단순한 두 문장은 어른에게는 장난처럼 들리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중요한 심리적 신호다. 유아는 이 질문을 통해 자신이 여전히 사랑받는 존재인지, 부모의 마음이 변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하려 한다. 발달심리학자 존 볼비(John Bowlby)는 애착이론에서 아이의 생존 본능이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즉, “나 좋아해?”라는 반복된 질문은 부모의 감정을 점검하려는 ‘정서적 안전 탐색’이다. 이 질문은 애정 결핍의 표현이 아니라, 신뢰를 쌓는 과정이다.
부모의 대답은 단순한 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럼! 엄마는 네가 너무 좋아!”라는 따뜻한 한마디는 아이의 내면에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존재야”라는 신념을 형성한다. 반면, “그만 좀 물어봐”나 “당연하지, 왜 또 물어봐”와 같은 말은 아이의 마음에 미세한 혼란을 남긴다. 반복 질문을 피로하게 느끼기보다, 그 안에 담긴 확인 욕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36개월, 자아와 감정이 싹트는 시기
36개월은 발달심리학자 에릭 에릭슨(Erik Erikson)이 말한 “자율성 대 수치심(Autonomy vs. Shame and Doubt)”의 시기다. 이 시기의 아이는 “나는 누구인가?”를 탐색하며,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세운다. 특히 ‘좋아한다 / 안 좋아한다’는 개념은 아이가 감정의 경계를 배우는 수단이다. 3세 유아는 이제 “사랑받는 순간과 혼나는 순간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기 시작한다. 오늘은 웃으며 안아주던 엄마가, 내일은 화를 낼 수도 있다는 사실이 아이에게는 두렵고 불안하다.
그래서 아이는 끊임없이 묻는다. “오늘도 나를 좋아해?” 이는 사랑의 지속성과 조건을 시험하는 질문이며, 정서 발달의 자연스러운 단계이다. 미국 아동정신의학회 연구(2020)에 따르면, 3~4세 아동의 68%가 비슷한 형태의 ‘확인 질문’을 보이며, 이는 애착 안정성이 높을수록 빠르게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 즉, 아이는 ‘반복 질문’을 통해 사랑의 일관성을 경험하고 점차 내면화한다.
인형 놀이 속 마음의 연습장
36개월 무렵 아이들이 인형에게도 “나 좋아해?” “나 안 좋아해?”라고 묻는 것은 단순한 흉내 내기가 아니다. 이는 감정의 투사(projection)와 사회적 역할놀이(social role play)가 결합된 상징 놀이의 한 형태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도널드 위니콧(D. W. Winnicott)은 “이행 대상(transitional object)” 개념을 통해, 인형이 아이에게 부모의 대리적 존재라고 설명했다. 아이는 인형에게 감정을 표현하고, 거절당하거나 사랑받는 역할을 스스로 연출하면서 ‘감정 조절 능력(emotion regulation)’을 연습한다.
“인형이 나 안 좋아한대”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부모가 “그래서 속상했구나, 근데 엄마는 언제나 널 좋아해”라고 반응하면, 아이는 감정의 안정감을 되찾는다. 이는 놀이를 통해 ‘거절감’을 경험하면서도 동시에 ‘사랑의 복원력’을 배우는 과정이다. 미국 심리학회(APA)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상징 놀이를 자주 하는 유아는 감정 표현력이 25% 이상 높고, 또래 관계에서도 공격적 행동이 현저히 낮았다. 인형놀이는 아이가 ‘자기 마음을 언어로 바꾸는’ 첫 심리 훈련인 셈이다.
부모의 반응이 만드는 정서적 안정감
3세 아이의 심리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일관된 감정 반응이다. “나 안 좋아해?”라는 질문은 부정적인 신호가 아니라, ‘사랑의 지속성’을 확인하고 싶은 자연스러운 표현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스턴(Daniel Stern)은 『The Interpersonal World of the Infant』에서 부모의 표정과 말투가 아이의 자기감(self-sense)을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부모의 얼굴이 곧 감정의 거울이다. 아이는 “엄마가 웃으면 나도 괜찮은 존재야”라고 배우고, 그 거울이 무표정하거나 피로하면 “나는 사랑받지 못했나?”라는 불안을 내면화한다.
이 시기에는 “사랑해”라는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일관된 따뜻한 반응이다. 매번 같은 톤으로 “그럼, 엄마는 네가 정말 좋아해”라고 말하며 안아주는 반복된 일상은 아이의 불안을 안정으로 바꾼다. 아이의 질문이 줄어드는 순간은, 사랑이 줄어서가 아니라 확신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사랑은 반복되는 대답 속에서 자란다
36개월 유아가 “나 좋아해?”라고 묻는 것은 부모의 사랑을 시험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지속성을 배우는 성장의 언어다. 부모가 그 질문에 성의 있게, 다정하게, 반복적으로 답할 때 아이의 마음속에는 ‘안정 애착’이 자리 잡는다. 이 안정감은 훗날 또래 관계, 자기 존중감, 감정 조절 능력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아이의 질문이 반복될수록, 그것은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엄마는 언제나 네가 좋아.” 이 짧은 한 문장이 아이의 내면에 평생 사라지지 않을 정서적 안전지대를 만든다. 사랑은 화려한 말보다 꾸준한 반응으로 배우는 법이다. 아이의 “나 좋아해?”라는 질문은, 부모에게 “지금처럼 변함없이 사랑을 보여 달라”는 작은 요청이다.